[원로 언론학자의 긴급 기고] 과거사 규명이 정치투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 월간조선

언론인의 師表(사표)로 존경받는 韓末의 인물들을 親日派로 격하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徐載弼(서재필)이 親日派이므로 1957년 언론인들이 제정한 「신문의 날」(4월7일·「독립신문」 창간일)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최근에는, 1905년 乙巳勒約(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을 쓴 張志淵(장지연)에게도 親日派의 누명을 씌우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徐載弼은 최초의 민간지 독립신문을 창간했던 개화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張志淵은 황성신문의 사장을 지낸 憂國(우국) 논객이다.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의혹제기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언론이 확대·재생산하고, 기정사실처럼 만들어 역사를 왜곡하는 개탄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인물의 삶을 조명하려면 그가 살았던 역사적인 상황에 비추어 평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에 벌어지는 親日논란은 민족 시련의 역사적 격동기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특정 시기의 미세한 부분을 일생에 걸친 활동과 사상에서 떼어내어 확대한 자료를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그들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光復 직후 사회상은 오늘의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左右翼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여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언론도 논조가 左右翼으로 갈라져 치열한 투쟁을 전개했던 것이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당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사람도 있기에 그 시기의 사례 하나를 들어 오늘의 논의를 알기 쉽게 풀어보자.

呂運亨(여운형)은 光復 직후 정치세력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다. 日帝가 敗亡을 선언하자 기민하게 「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해방공간의 정치 주도권을 잡았던 사람이다. 젊은 시절의 抗日경력에 정치적 경륜과 인물의 그릇으로 보아서 민족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손색없었다.

그런 呂運亨도 親日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呂運亨의 「親日」논란

1946년 2월10일자 대동신문은 呂運亨이 日帝 말기에 學兵出征(학병출정)을 권유했다는 증거를 들어 그에게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근거는 경성일보의 지면이었다. 오늘의 정치판에서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사실여부를 떠나 呂運亨이 받았을 타격은 상당히 컸을 것이다.

그를 親日로 몰아세울 수 있는 다른 증거도 있다.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 6월8일에 결성된 「朝鮮言論報國會(조선언론보국회)」에 참여했던 인물들 가운데 그의 이름도 들어 있다. 언론보국회의 강령은 다음과 같았다. ① 肇國(조국: 나라를 세우는 것)의 대정신을 顯揚(현양)하고 聖戰(성전)완수에 매진한다. ② 일본과 조선의 일체이상을 구현하고 大東亞건설에 挺身한다. ③ 언론의 총력을 결집한 思想戰에 敢鬪(감투)한다.

언론보국회에는 안재홍·이광수·홍명희·최남선·송진우·장덕수·이종린·유진오·이정섭 등과 함께 呂運亨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親日 행적이 뚜렷한 사람도 있고, 日帝 식민지가 된 이 땅에 살면서 抗日활동으로 옥살이까지 했던 사람이 섞여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呂運亨이었다.

呂運亨이 自意(자의)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 것임은 당시의 시대상황에 비추어 너무나 명확하다. 親日과 관련한 呂運亨의 이름이 더 이상은 없는지 나는 모른다.

정부는 지난 3·1절에 呂運亨에게 건국훈장 대통령章을 追敍(추서)했다. 상훈의 심사를 맡은 전문가들이 이 정도의 자료를 몰랐을 리 없다고 본다. 엄정하게 검증하여 훈장을 수여할 것인지 여부와 그 등급을 결정했을 것이다.

日帝 말기의 엄혹한 상황에서 학병을 권유하는 글이 실렸고, 親日단체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 때문에 呂運亨의 抗日업적 전부를 폄하할 일은 아니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呂運亨이 抗日투쟁에 몸 바쳤던 공적을 부인한다면 독립운동가를 모독하는 일이다.

경향신문은 呂運亨에게는 2등급 훈장 추서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주어야 할 훈장은 1등급이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2월21일자 「기자메모」와 25일자 「시론」).

張志淵을 親日로 모는 언론들

그런데 바로 그 직후인 지난 3월5일자 경향신문은 「시일야방성대곡 張志淵 경남일보 주필 때 日王 찬양 漢詩 게재」라는 제목의 기사를 제1면 머리에 대서특필했다. 3면에는 「張志淵, 총독부 기관지에 내놓고 日 찬양」을 실었다. 張志淵이 경남일보 주필 시절에 장기간에 걸쳐 親日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근거는 日帝강점 이듬해인 1911년 11월2일자 경남일보 2면에 실린 「漢詩」였다. 일본 왕 메이지(明治)의 생일인 天長節을 축하하여 일장기와 함께 한 편의 漢詩가 실렸는데 그것이 張志淵의 작품일 것이며, 따라서 張志淵은 親日을 했다는 것이다.

추론은 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1909년 11월5일자 경남일보에 실린 이토 히로부미를 애도하는 漢詩까지 張志淵이 썼을 것으로 추정하여 그가 『앞장서서 日帝를 찬양하는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신문의 날」이었던 지난 4월7일 밤 KBS TV의 「시사 투나잇」도 張志淵의 親日행적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국사교과서나 초등학생들이 읽는 위인전도 再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에서 시일야방성대곡 논설비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다가 張志淵의 親日논란으로 인해 무산되었다는 관련자의 말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 漢詩가 張志淵의 것이라는 근거는 아무 곳에도 없다.

張志淵이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기간은 풍운의 大격변기였다. 따라서 언론인 張志淵의 일생은 극적인 국면이 많았다. 그의 활동무대는 넓고도 다양했다. 時事叢報(시사총보)의 주필과 황성신문의 사장을 지냈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망명하여 海朝新聞(해조신문)의 주필을 지낸 일도 있었으며, 경남 晋州(진주)에서 발행된 최초의 지방신문 慶南日報(경남일보)의 주필을 맡았다.

張志淵의 抗日투쟁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건은 을사늑약의 체결을 반대하는 名논설 「시일야방성대곡」과 관련된 필화였다. 張志淵은 황성신문 사장 재임時, 이 논설을 써서 일본 헌병사령부의 검열을 받지 않고 배포했다가 투옥됐다. 금년은 이 사건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기념관과 張志淵기념사업회의 논설비 건립 추진도 100주년에 맞춘 사업이다.

張志淵은 이 논설과 함께 「五件條約請締顚末(오건조약청체전말)」을 게재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서울에 와서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부를 설치하도록 강요했으나, 고종은 단호히 거절하였다는 내용이다. 이에 일본 군대가 궁중에 진입하여 고종의 지척까지 첩첩으로 둘러싸고 총과 칼이 숲을 이루어 늘어서고, 內政府와 궁중에 일본군이 들어와서 삼엄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와 조선 주둔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대신들이 조약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오건조약청체전말」은 일본의 침략을 사실보도로서 알리는 내용이었고, 이를 비판한 논설이 「시일야방성대곡」이었다. 사실보도와 논설이 합쳐서 전체 지면 4페이지 가운데 한 페이지 반을 차지하는 분량이었다.

을사늑약의 부당성 폭로한 「五件條約請締顚末」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대황제 폐하의 강경하신 뜻으로 거절해 마지 않으셨으니 이 조약이 성립되지 못할 것이므로 이등박문이 스스로 알아서 파기했어야 한다』는 구절이다. 을사늑약은 무효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지적한 최초의 인물이 張志淵임을 말해 준다. 논설 바로 아래에 게재한 「오건조약청체전말」의 마지막 부분도 이 조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張志淵은 일본군의 검열을 받지 않은 채 이 신문을 배포하였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駐韓 일본군의 엄중한 軍令(군령)을 어긴 것이다. 그 뒤에 벌어진 사태는 알려진 바와 같다. 張志淵의 체포와 신문의 정간이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쓴 논설의 파급효과는 日帝의 총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영국인 裴說(배설: Ernest Thomas Bethell)이 발행하던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데일리 뉴스(Korea Daily News)」는 張志淵의 논설을 한문과 영문으로 번역한 호외를 발행하여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폭로하였다.

1905년 11월27일자로 발행된 호외는 한쪽 면에는 영문으로 번역한 「시일야방성대곡」을, 다른 한 면은 「한일신조약 請締顚末(청체전말)」을 한문으로 번역하여 실었다. 영어로 읽을 수 있는 독자와 한문 독자를 동시에 겨냥하여 발행한 특이한 호외였다.

이로써 「시일야방성대곡」과 張志淵의 구속사건은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논설의 여파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 고베에서 영국인이 발행하던 「재팬 크로니클(Japan Chronicle)」은 대한매일신보의 영문 번역 「시일야방성대곡」을 전재해서 일본의 한국침략 사실을 일본에 거주하는 서양 사람들과 서방 여러 나라에 알렸다. 張志淵의 논설은 이와 같이 「황성신문→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 데일리 뉴스→재팬 크로니클」의 3단계를 거치면서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하였다. 일본은 한국인이 발행하는 신문은 탄압할 수 있었지만 서양인 발행의 신문에 대해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張志淵은 이듬해 봄에 석방된 후 러시아의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하여 해조신문의 주필을 맡았으나 운영이 여의치 못하자 귀국했다.

작자 未詳의 漢詩를 근거로 親日로 몰아

이어 張志淵은 1909년 10월15일 진주에서 창간된 경남일보 주필로 초빙되었다. 사장은 金弘祚(김홍조)였고, 張志淵은 주필이었다. 그러나 창간 후 1년이 채 못 되었던 1910년 8월29일 마침내 韓日합병의 國恥(국치)를 당했다. 나라가 망하니 신문도 운명을 같이했다. 총독부는 기관지 매일신보(대한매일신보의 판권을 총독부에서 인수해 총독부 기관지로 만든 신문)와 진주의 경남일보만 남겨두고, 한국인이 발행하던 신문은 일제히 폐간시켰다.

경남일보는 10월11일자에 梅泉(매천) 黃玹(황현)의 「絶命詩(절명시)」를 게재하였다가 열흘 동안 정간당하는 탄압을 겪었다. 「절명시」의 말미에 張志淵은 황현을 애도하는 글을 실었다. 張志淵의 抗日의지는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누구나 마음에 품은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까지가 張志淵의 공식적인 언론활동이었다.

그 후로 그는 매일신보에 적지 않은 글을 남겼으나 중요한 내용은 역사와 유교에 관련한 것들이다. 그 가운데는 오늘의 관점에서 시국을 잘못 읽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부분도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민족을 팔아먹는 자가 親日派다. 그러나 張志淵은 그런 행적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확인할 수 없는 의혹을 내세워 張志淵이 변절하여 親日派가 되었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일부 신문과 방송이 무비판적으로 확대 보도하면서 세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들이 張志淵의 親日행적의 근거로 내세우는 漢詩는 무기명으로 되어 있어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이 漢詩를 張志淵의 것으로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경남일보에는 「詞藻(사조)」라는 고정란이 있었다. 張志淵은 崇陽山人(숭양산인)이라는 필명으로 이 난에 漢詩를 자주 실었다. 天長節 직전인 1911년 10월29일에는 「秋夜長(추야장)」, 31일에는 「重陽(중양)」이라는 詩를 실었다. 11월21일과 23일에는「秋興(추흥)」이 실려 있다.

이런 글들은 모두 張志淵임을 밝히는 「숭양산인」으로 명기되어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지은 詩에 評을 쓸 때에도 「숭양산인」이라는 筆名(필명·號)을 밝혔다. 梅泉 황현의 「절명시」 4편을 「사조」란에 실을 때에도, 「절명시」에 공감하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글을 쓰면서 자신의 號(숭양산인)를 밝혔다. 이로 인해서 신문은 정간을 당했다.

상식적으로 張志淵이 공개적인 親日의 길에 들어섰다면, 왜 天長節 축시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겠는가.

張志淵은 변절했나?

경남일보는 신문사로서의 경영과 편집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발행인 겸 편집인 金弘祚 사장과 代辦社長(대판사장·사장대리) 정희환을 비롯하여 부사장·총무 등의 임원이 있었다.

그러므로 문제의 일장기와 천황 祝詩(축시)가 실린 지면을 張志淵이 독자적으로 주관할 수 없었다. 더구나 경남일보에 관여한 사람 가운데는 漢詩에 능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사조」란에는 많은 이름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는 주로 경남일보와 관계가 있는 인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문제의 天長節漢詩가 실리던 바로 그날에도 權秋帆(권추범)이라는 이름으로 권도홍의 詩가 실려 있다. 권도홍은 張志淵이 퇴사한 뒤를 이어 주필이 되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이다. 韓日합방 직후인 1910년 11월3일 天長節의 매일신보는 1면 머리에 「奉祝天長節(봉축 천장절)」의 논설 및 祝詩와 「御眞(어진)」을 크게 싣고 있다. 최대의 경축을 표한 지면이다. 그 다음 해의 경남일보 지면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 편집이다.

2면에는 「李王 전하」의 祝筆(축필)로 「富貴兼之(부귀겸지)」라는 휘호가 실렸다. 순종이 쓴 祝筆인 것이다. 같은 지면에 실린 기사는 『李王 전하께서는 이전까지는 電報(전보)로서 천황의 생일을 축하하였으나 내년부터는 遙拜(요배)를 하여 천황의 생일을 축하할 것』이라는 기사도 실렸다.

韓日합방 직후였던 1910년 11월3일의 매일신보 지면이 이랬는데, 경영이 어려웠던 지방지 경남일보가 日帝의 탄압이 더욱 가중되었던 이듬해의 지면을 어떻게 만들어야 했을까.

韓日합방 후 張志淵의 사상적 변화에 주목하는 연구도 있다. 「張志淵詩 세계의 변모와 사상」(姜明官)과 「張志淵의 변법론과 그 변화」(金度亨) 같은 논문이다.

이들은 日帝의 강점 이후에는 張志淵이 점차로 저항적 의지를 상실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민족해방이란 명제와 연결될 수 없는 낡은 儒學(유학)사상에 집착하여 민족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몰각했던 결과라는 것이다.

그들은 張志淵의 自彊(자강)주의는 1910년의 日帝 강점 이후에 점차 강성한 일본의 아시아 제패를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긍정하는 쪽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張志淵이 적극적인 親日로 나아갔던 것은 아니다. 그는 더욱 유교에 매달렸고, 문명화를 위한 유교의 개선과 진흥을 강조하였다. 이는 張志淵이 지닌 사상적 한계였던 것이다.

徐載弼도 親日派?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주장을 親日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신문·잡지·방송 등의 대중매체가 선정적이고도 무책임하게 보도하여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역사지식을 확산시키는 현상이다. 그 가운데는 역사를 정치적인 목적에 악용하는 사람은 특히 경계할 부분이다.

徐載弼은 독립신문을 통해서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계몽하고 列强의 침탈로부터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과감한 한글전용과 띄어쓰기로 민족의 혼을 지키는 그릇인 국어운동사에도 획기적인 공적을 남겼다. 독립신문은 19세기 말 한국사회의 발전과 민중의 계몽을 위하여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한 시대의 기념비적인 신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당시는 俄館播遷(아관파천)으로 러시아 세력이 國政을 농단하고, 日本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독립신문이 일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을 두고 徐載弼을 親日派로 모는 것이다.

徐載弼이 親日派라면, 3·1 운동 이후 그가 미국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親日派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7년부터 4월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한 것도 잘못되었으니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기가 차다. 「신문의 날」은 徐載弼 기념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으로 창간되어 개화와 독립을 외쳤던 독립신문의 정신을 후세 언론인들이 이어받자는 취지에서 제정한 날이다. 그런 날까지 없애야 이 나라의 역사가 바로 서는가.

정치투쟁의 도구로 역사를 惡用

政略的 목적에서 상대방을 매장하고 정치투쟁의 도구로 역사를 惡用하는 움직임은 경계해야 한다. 글과 인물을 평가할 때에는 시대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다했던 100년 전에 살았던 언론인의 행적을 오늘의 상황에 끌어다 놓고 작은 흠집을 찾아내어 국가와 민족에 기여한 큰 업적을 덮어 버리면서 더 치열하고 완벽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매도하는 일을 역사청산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한다면 역사의 또 다른 왜곡이며, 허무주의밖에 남을 것이 없다.

張志淵이 쓴 「시일야방성대곡」과 「오건조약청체전말」은 日帝가 강제로 체결한 조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사실과 한국민의 억울함을 만방에 과시했다. 그의 공적은 언론인으로서만이 아니라 독립운동사의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일이다. 韓日합방 이후의 글 가운데 오늘의 관점에서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 하여 그가 글과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일생의 업적을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