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기자의 보고서 - 어둠 속에 묻힌 北韓의 大참사들을 공개한다! : 월간조선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로 북한의 대형 인명사고가 처음으로 全세계에 공개됐다. 이번 사고는 金正日이 탄 특급열차가 통과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일어난 참사여서 북한의 사회기강이 갈 때까지 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금 북한에선 용천참사를 일으킨 범인들을 찾기 위해 신의주를 봉쇄하고 관련자 처벌에 나서고 있다. 용천군 보위부장은 용천사고 당시 용천역 근처의 사무실에서 파편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金正日의 海外순방은 물론 國內에서 이동할 때는 10日 전부터 기차선로, 기차역은 물론 방문지 일대를 샅샅이 보안검사한다. 軍보위사령부·호위국·경호부대 등 이중·3중의 사전 답사가 이뤄지며, 金正日이 지나는 驛 근처에는 어떤 위험물질도 존재할 수 없다.

북한의 상식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이번 용천참사는 정확한 사고원인도 알지 못한 채 全세계의 관심 속에 막대한 지원물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용천역 부근에는 주택가가 밀집해 있었고, 학교들이 있었던 점을 미루어 북한 측이 발표한 사망자수(어린이 포함 169명)는 축소 발표된 것으로 보이며, 전형적인 북한식 사고 은폐의 고질적 악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북한당국의 과거 사고처리 방법은 極秘 처리이다. 사고처리는 인민군대가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지역을 군대가 봉쇄하고 군대에 의해 사고현장이 처리되며, 사망자 발표나 피해 규모 등 모든 것을 국민에겐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빈발했지만 북한당국이 공식 발표한 사고는 한 건도 없다.

시한폭탄 같은 북한 철도

기자는 1989년 여름 평양에서 출발해 온성으로 가던 열차가 함경남도 성내-둔전 사이 철교를 지나던 중 철길 레일이 탈선되면서 일어난 대형 참사를 목격했었다. 함흥 道체육단 300여 명의 선수들이 이 열차를 이용해 함흥으로 가다가 몰살당했다. 당시 추석을 앞두고 있어 열차는 지붕에까지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어 열차 한 량에 수백 명씩 매달렸었다.

이러한 열차 차량이 다섯 량이나 수십m 철교 밑으로 떨어져 사람과 열차가 범벅이 돼 적어도 수백 명, 많게는 1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당시 현장 체험자들은 이야기했다. 사망자가 많이 나게 된 것은 철교의 높이가 수십m인데다 하천의 물이 얕아서 암반과 자갈로 완충 역할을 거의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민군 부대가 그 일대를 봉쇄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고가 하도 처참해 술을 먹지 않고서는 사고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철야 작업 끝에 48시간 만에 겨우 사태를 수습했다. 그 이후 다른 열차를 타고 직접 사고현장을 지나갔는데, 강물이 사람들의 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고 기차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1992년 탈북해 이러한 사실을 국정원 조사과정에 이야기했으나, 국정원 담당자는 이 사고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번 용천사고는 국경과 멀지 않은 곳이어서 쉽게 사고가 외부로 알려졌고, 경제난으로 외부지원에 목말라 있던 북한이 이 기회를 한몫 잡을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남포갑문은 「시체갑문」

북한 사람들은 참사현장에 金正日이 나타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령께 비참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다는 충정이기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참사현장에 북한지도부가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한이나 서방사회에서 국가 지도자가 참사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면서 탈북자들은 金正日의 행태가 얼마나 非정상적인지 알게 된다.

이번 용천 사고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북한 언론은 金日成·金正日父子의 초상화를 목숨 걸고 건진 사람들의 소행만을 소개하고 있으며, 참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金正日의 군부대 시찰을 매일같이 톱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 대형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명경시 풍조가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지도자를 위해서 총폭탄이 되자」든가, 「수령을 위해 목숨 같은 것은 그냥 버려도 좋다」는 식의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고는 열차사고다. 이는 경제난으로 노후한 철로를 거의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노선이 단선으로 돼 있어 항상 막중한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다. 침목, 레일, 나사못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 오늘의 북한 철도다.

용천 사고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계 군수공장 폭발사고」(1990년 1~2월경)와 1979년 11월 흥남 용성역 대폭발 사고를 아는 남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5년간의 사투 끝에 건설된 남포갑문은 사람들의 시체로 쌓였다고 할 정도로 사고가 비일비재했던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에 참여했던 군인들과 건설자들은 서해갑문을 일컬어 「시체갑문」이라고도 부른다.

금강산 발전소며 북부 철길공사 등 대형 공사장에는 어김없이 대형 참사가 잇따랐다. 金正日에게 아부하는 간부들이 金日成·金正日 생일 등 날짜에 맞추어 공사를 완공한다며 상부에 보고해 놓고 무리한 공사기일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을 마소처럼 위험현장에 주저 없이 내몬 결과다.

사고당시 현장에 있었던 탈북자들의 증언과 기록에 기초해 1980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북한의 대형사고들을 인명피해가 컸던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함남 흥남 용성역 大폭발사고(1979)]

3000명 사망 1만 명 부상

1979년 11월 중순경 함경남도 함흥시 용성역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사고는 3000여 명의 사망자와 1만 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북한 최대의 폭발사고로 불린다.

용성역은 함흥역에서 2·8비날론공장, 용성기계공장 등 공장 밀집지대를 이어 주는 출퇴근 열차와 화물열차들이 통과하는 역이다. 통근열차와 함께 그 일대 화학공장·기계공장 등에서 나오는 생산물들을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가 교차하거나 정차해 화물을 싣고 부린다.

함흥 출신의 김승철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사고현장에는 군수공장인 17호 공장에서 생산된 화약이 화물열차 다섯 량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 위해 대기 중에 있었다』고 한다. 화물열차 한 량에 실린 화약은 5t 정도였다. 마침 통근시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일어나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불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내 대형폭발로 이어져 용성역은 물론 인근 주택가를 완전히 쓸어 버렸다. 다섯 량의 화약 차량이 차례대로 폭발했고 순식간에 철도역은 잿더미로, 인근 주택가는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이 됐다. 용성 시가지가 폐허로 변했다.

마침 통근열차가 들어와 驛 안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용성역 일대는 주택가가 밀집돼 있어 인명피해가 컸다고 한다. 흥남 용성 일대를 地圖에서 보면, 용성역 인근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아파트와 일반주택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날 폭발로 그곳에서 20km 정도 떨어진 함흥과학원의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자강도 강계 군수품 공장 폭발사고(1990)]

26호 포탄 공장 폭발 1000여 명 사망

이 사고는 흥남 용성역 폭발사고에 이어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형 폭발사고다.

1000명 이상이 즉시 사망하고 수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 사고는 자강도 강계市에 위치한 26호 군수품 공장에서 일어났다. 소형 트랙터 생산 공장으로 위장돼 있었던 이 공장은 소형 미사일과 방사포탄 등 각종 포탄을 생산하는 북한 최대의 포탄공장이다.

강계에서 거주했던 탈북자 김기원(가명·56)씨에 의하면 『사고의 발단은 경비병들의 부주의로 시작됐다』고 한다.

공장에는 이란 등에 수출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생산한 미사일, 방사포탄, 일반포탄 등이 수천여 발 쌓여 있었다. 경비병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웠는데, 불꽃이 미사일을 싸고 있던 기름용지에 튀었고 곧장 나무상자에 불길이 옮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대형화재로 번졌다.

강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당시 경비병과 함께 있었던 한 처녀가 급히 소방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인민보안성(경찰) 요원들이 결사대를 조직해 지하공장 입구의 철문을 막았다』고 말했다.

지하공장 입구는 두꺼운 철문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로 자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닫히지 않았다. 보안원들이 몸으로 불길을 막으며 인력으로 철문을 닫는 데 성공해 피해가 지하공장 안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미사일 포탄 폭발소리는 밤새껏 콩 볶듯 쾅쾅거렸고 주변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변 민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강계市의 웬만한 집들의 유리창문은 모두 깨졌고 한밤중에 놀란 주민들이 팬티차림에 바깥으로 달려 나왔다고 한다.

가정집마다 설치돼 있는 유선방송인 제3방송에서는 『전쟁이 아니라 사고이니 침착할 것』을 당부했지만 놀란 주민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고수습 후 밀폐시켰던 지하 철문을 열자 작업장에는 300여 명의 기술자와 노동자들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여자들이 가운데 모여 있고 남자들이 밖을 둘러싼 모습이었고 더러 유서를 써 놓았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바깥의 폭발로 사망한 사람이 1000여 명이 넘었다고, 강계 출신의 탈북자들은 전한다.

[자강도 희천-전천 구간 대형 열차사고(1997)]

철교에서 열차 전체가 추락

이 사고는 1997년 황해남도 해주에서 출발해 자강도 만포로 가던 열차가 희천-전천 사이 「개고개」라는 내리막길의 철교에서 탈선해 수십m 아래로 열차 전체가 굴러 떨어진 대참사다. 최근 일어난 열차사고 가운데 가장 큰 희생자를 낸 사고로 알려져 있다.

객차와 시체, 식량 배낭이 뒤섞여 참사현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고 한다. 북한당국은 인민군대와 인민보안성에 사고수습을 단시일 내에 끝낼 것을 지시하고 사고현장을 봉쇄한 채 시신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1997년은 식량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너도나도 열차에 매달렸다. 열차 안은 물론 지붕 위에도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붙어 있었다.

정전사고로 며칠 만에 열차가 도착했기 때문에 식량 배낭을 멘 주민들이 너도나도 열차에 달려들어 사고가 난 열차 안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고현장 근처에서 3대혁명 소조원으로 활동했던 한 탈북자는 인민보안성(경찰)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당시 내부 문서에 사망자가 2400명에 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고가 처리된 후 개천철도국장, 철도담당사령관, 현장 철길대 대장이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철도 책임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책임을 지고 공개 처형됐다. 개천철도국 산하 36명의 간부들이 직위 해제됐다고 한다.

이 대형사고의 원인은 『철로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철교 구간을 화물열차가 무사히 통과하자, 선로공들이 두 번째 열차도 무리하게 통과시키다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희생된 주민 일부에게 「열사증」을 수여했으나, 아무런 물질적 보상을 받지 못한 사망자 가족들의 울분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평남 안주 탄광연합기업소 탄부 매몰사고(1991)]

아비규환의 탄광매몰 사고

평안남도에 있는 안주탄광연합기업소는 북한 최대의 탄광기업소로 수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평양화력발전소나 북한의 주요 공장에 안주탄광에서 생산하는 갈탄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석탄 총 생산량 1억4000만t 가운데 1억t 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됐다고 증언하는 탈북자가 있다.

해마다 수백, 수천 명의 제대군인들이 우선적으로 안주탄광연합기업소에 집단 배치된다.

안주지역은 평야지대여서 안주지역의 탄광들은 대부분 수직갱으로 뚫려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밑에도 개미굴처럼 석탄 채굴장이 뻗어 있다.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석탄을 캐 내다 보니 청남지구 입석탄광 지역의 지반이 점점 내려앉기 시작했다. 게다가 장마 때마다 비가 고여 늪지대가 발생했다.

1991년 7월경 많은 비로 인해 늪지대에 물이 가득 차게 됐는데, 마침 그 밑에서 탄을 캐며 올라오던 지하 갱이 늪지와 가까워지면서 압력에 견디지 못해 터져 버렸다. 순식간에 많은 양의 늪지 물이 갱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순식간에 지하탄광은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고, 수백 명의 제대군인 출신 탄부들은 꼼짝없이 떼죽음을 당했다.

당시 안주탄광 지역을 방문했던 탈북자 채규익(35)씨는 갑자기 입석탄광 일대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전면 봉쇄돼 무슨 반란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석탄 생산이 하루라도 중단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돼 金正日이 직접 사태해결 지시를 군부에 하달했고, 주변 군부대가 총동원돼 사고수습에 나섰다.

사고 당시 지하 갱에는 수백 명의 탄부들이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석탄 버럭으로 갱 입구가 막혀 간신히 생존한 4명을 빼고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人民軍 1000여 명이 동원돼 한 달 동안 시체발굴 작업을 진행했으나 워낙 복잡한 지하 굴속 여기저기에 묻힌 사망자들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남 왕장-범포 철교 열차추락사고(1985)]

300여 명 死亡

1985년경 함경남도 함흥에서 남쪽으로 향하던 열차가 함흥 근처 왕장-범포 구간에 놓인 철교를 통과하다가 탈선되어 열차 전체가 아래로 굴러 떨어져 발생한 대형 참사다.

이 사고는 사건이 오래돼 탈북자마다 증언이 엇갈린다. 김영기(가명·45)씨는 『당시 사망자가 300명 정도였다』고 증언하지만, 또 다른 탈북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말한다.

철교 밑에는 질퍽한 감탕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 탈북자는 당시 시체들을 수습해 고향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을 소개했다.

사고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생존자가 집에 도착하니 자신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아들을 보고 부모들은 실신했고, 동네사람들도 무척이나 놀랐던 모양이다.

당시 그는 열차에서 소매치기에 의해 지갑을 털렸고, 죽은 소매치기가 자신으로 인정돼 고향집으로 보내진 것이었다. 사고현장이 워낙 처참해 감탕물로 짓이겨진 시체를 알아볼 수 없게 돼 가족들은 별 의심 없이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함남 둔전-성내 열차 추락사고(1989)]

못이 빠진 레일을 달리다가 추락

이 열차사고 역시 노후한 레일과 관리인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대참사다. 함경남도 둔전-성내 사이 높이 20~25m에 이르는 철교를 지나가던 열차는, 기관차 다음 여객차량이 레일이 옆으로 튕겨 나가면서 중량을 이기지 못해 차량들이 차례로 강 밑으로 떨어졌으며, 연이어 다섯 량이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제일 먼저 떨어진 차량은 뒤이어 떨어지는 차량에 부딪혀 형체도 없이 짓이겨졌다고 현장 증언자들은 이야기했다. 당시 추석을 앞두고 열차마다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어 열차 한 량에 최소 수백 명씩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소문이 났었다.

인근의 평남 양덕 일대에서 파견된 인민군 군인들이 사고현장에 투입돼 시신수습 작업에 동원됐다. 하지만 워낙 사고현장이 처참해 상부의 지시에 의해 독한 술이 공급됐고, 군인들은 술을 마신 후에야 작업에 동원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살아남은 소매치기들이 죽은 사람들의 팔뚝에서 시계를 풀어 착복하다가 군인들에게 걸려 현장 사살됐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사고현장에서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즉결처분을 단행하고 있다.

당시 기자도 사고열차를 탈 뻔했기 때문에 사고의 진상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함남 요덕군에 살고 있던 한 여인은 1985년 범포에서 일어난 기차 사고와 둔전-성내 사고에서 두 번이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는 자기가 탔던 바로 앞 여객차량이 굉음을 내며 수많은 사람들이 철교 밑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거의 실성했다고 한다.

사고원인은 선로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철로 정비를 하면서 레일 못을 뽑고 공사를 하던 중 열차가 갑자기 진입해 미처 레일 못을 치지 못한 채 열차가 철교를 통과하다 일어난 참사로 밝혀졌다. 현장 책임자와 인부들은 공개처형 및 종신형에 처했다.

[평양 통일거리 아파트 붕괴사고(1993)]

겨울철 무리한 공사로 짓던 아파트 붕괴

1993년 5월 金正日의 생일에 맞춰 건설했던 「통일거리 아파트」(공중에서 보면 벤츠마크 모양의 아파트) 25층 한쪽이 무너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1985년 이후부터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수도 평양을 현대화하려는 본격적인 공사를 벌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평양 「광복거리」와 「통일거리」 건설이다.

평양시는 수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을 모집했고 많은 군인들이 아파트 공사에 참여했다. 탈북자들이 서울에 와서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건설현장에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건설현장에 가보면 인해전술을 쓰는 듯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사고 아파트에는 인민군 공병부대가 동원돼 건설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원인은 겨울철 무리하게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다가 일부 층이 얼어붙은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계속 벽을 쌓다가 봄이 되면서 얼었던 콘크리트 부분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아파트 지하에는 수백 명 군인들의 숙소가 마련돼 있었고 사고 당일에는 많은 군인들이 내부공사에 동원돼 있었다.

인명피해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엇갈려 사망자 수는 수십 명에서 1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통일거리에 거주했던 최민철(가명·39)씨는 『군인들이 사고현장에서 많이 빠져나가 있었던 찰나에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는 수십 명 안팎에 이른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또 다른 탈북자는 『100명 이상이 매몰돼 사망했거나 부상했으며, 인근 병원들이 당시 사고현장에서 실려 온 부상자들로 차고 넘쳤다』고 말했다.

[황북 예성강 다리 건설 참사(1988)]

콘크리트 상판 무너지며 군인 500여 명 추락

이 사고는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건설(1992년 2월 개통)이 한창이던 1988년 2월 황해북도 예성강 다리 건설장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다. 이 고속도로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金正日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인민군이 주도적으로 동원돼 만들어졌다.

당시 4군단 소속으로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김성민(41)씨는 참사현장에 건설 중이던 예성강 다리 바로 옆 공사장에 동원됐다고 한다.

문제의 다리 건설에는 2군단 소속 군인들이 동원돼 상판공사까지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사고 당일 다리 상판 위에는 2개 대대(500명)의 군인들이 올라가 있었다. 사고는 두 기둥 사이에 놓여 있던 콘크리트 상판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거기에 있던 군인 수백 명이 사망했거나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은 당시 공사에 동원됐던 군인들에게 200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말했지만 현장에 있었던 군인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본다고 김성민씨는 밝혔다. 북한당국은 희생한 군관(장교)들에게는 전사의 영예훈장 1~2급, 사병들은 전사자의 예우를 해주었다고 한다.

[양강도 혜산 열차사고(1997)]

제동장치 풀린 열차가 내리막 질주

양강도 혜산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국경도시다. 이곳은 높은 高山지대여서 기찻길은 계속 오르막길만 이어진다. 특히 사고가 발생했던 백암-운흥 구간은 경사가 급해 시속 30km 미만으로 달린다. 여행증 없이 국경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이 구간에서 뛰어내려 단속을 피해 국경까지 걸어간다.

사고는 길주-혜산을 운행하던 여객열차가 백암고개에서 다른 열차의 오르막 진행을 도와주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열차는 객차 여덟 량을 오르막에 정차시키고, 기관차를 떼어 다른 열차가 오르막을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안 세워 두었던 객차 차량의 제동이 풀리면서 발생했다.

사고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승객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처음엔 서서히 기차가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차가 바람났다(제동이 안 된다)』는 고함소리에 젊은이들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내리며 순식간에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혜산 역에서는 제동 풀린 열차가 돌진하고 있다는 무전을 받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사고열차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무섭게 돌진했고 10개의 역을 지나 달렸다고 한다. 커브 때마다 차량들이 떨어져 나갔고, 혜산 역에는 두 개의 차량이 진입했는데 큰 폭발소리와 함께 혜산 역 일부가 크게 파괴됐다. 열차가 달리는 동안 많은 젊은이들이 뛰어내려 사망자는 줄었지만 객차 안에 갇혀 있던 노약자나 어린이, 여성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목격자들은 밝혔다. 당시 사망자 수는 1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남 신양 열차 연쇄추돌사고(2000)]

停電으로 서 있던 열차 3대 추돌

2000년 2월1일 평남 신양역에서 정전으로 정차돼 있던 열차 세 대가 연쇄 추돌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낸 대참사다.

탈북자 김영실(가명)씨는 당시 사고로 남편을 잃고 자신은 튕겨 나오는 열차충돌로 골절상과 타박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신양역에는 16열차(평양-온성行)와 9열차(평양-혜산行)가 정전으로 10시간째 정차해 있었다고 한다. 열차 안에는 추위와 싸우며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金씨는 16열차에서 남편과 함께 정전으로 열차가 떠나기만 기다리고 있던 중 난데없이 날아든 열차 차량에 얻어맞고 변을 당했다.

이 사고는 특급열차인 1열차(평양-두만강行)가 7정거장 앞에 정전으로 정차돼 있다가 제동이 풀려 뒤로 미끄러지면서 시속 수백km의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정차해 있던 9열차를 정면으로 들이박고 다시, 9열차가 튕겨 나가면서 옆에 있던 16열차를 덮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열차들이 정착해 있던 신양역과 양덕·둔내역 구간은 산악지대로 경사가 급한 지역이어서 기차들이 이 구간을 통과할 때는 시속 30~50km밖에 내지 못했다.

[서해갑문 공사사고(1981~1986)]

「시체갑문」이 된 서해갑문

총공사비 40억 달러가 투입되고 10여 만 명의 군대와 청년 건설자들이 동원돼 만들어진 서해갑문(남포갑문)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시체갑문」이라 부른다.

서해갑문은 순수 인력으로 바다를 막는 大역사를 단행한다며 1980년대 북한 언론에서 매일같이 떠들었던 공사다. 해외 수반들이나 관광객에게 제일 먼저 구경시켜 주는 단골메뉴가 바로 서해갑문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이 북한의 서해갑문은 사실상 노예들의 노역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해갑문은 1981년 5월에 착공해 1986년 6월24일에 완공했다.

1985년 金日成 생일인 4월15일과 1985년 10월10일(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연기돼 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투입하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수년간 서해갑문 건설에 기술자로 일했던 김태명(가명)씨는 바닷물을 막거나 水中용접 등 위험한 작업에 훈련이 덜된 군인들을 투입했다가 수십 명씩 사망하는 불상사나 기중기 추락사고 등 헤아릴 수 없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거의 매일 발생했기 때문에 수년간 1000여 명은 족히 희생됐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서해갑문 뒷산에는 건설에서 사망한 인민군 사단장, 연대장 등 군관(장교)들과 사병들의 시체 수백 구가 안치된 묘지가 있다.

용천사고에 무덤덤한 탈북 어린이들

黃長燁씨가 증언했듯이, 1980년대 초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비단섬 근처에서 조개잡이에 나갔던 수백 명의 주민들이 밀물에 떠내려간 사고며, 안변발전소(옛 금강산발전소) 건설장에서 폭우로 무너지는 흙더미가 군인들의 숙소를 덮쳐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고 등 알려지지 않은 사건사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폐쇄된 북한 땅에서 일어난 참상에 대해서 해외는 고사하고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 사고가 일어나 일정한 시일이 지나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고현장에 대한 인명구조나 체계적인 치료는 이뤄질 수 없고, 살릴 수 있는 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 준다. 「하나원」에 자원봉사를 나가는 한 대학생은 탈북 어린이들이 용천사고에 대해 왜 무관심하냐고 물었더니 『북한에는 그런 사고는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용천뿐만이 아니라 북한 땅 어느 곳 하나 재앙이 아닌 곳이 없다.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죽어 가는 아이들과, 폐허가 된 공장들을 보면 북한 땅 모든 곳이 재난 지역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