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올메르트
⊙ 66세. 예루살렘헤브루대학교 심리학·법학·철학 학사. 이스라엘 크네세트 의원,
이스라엘 소수민족·보건부·경제부 장관,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장, 이스라엘 카디다당 대표,
이스라엘 국무총리 역임.
⊙ 現 리브나트 홀딩스 회장.
⊙ 66세. 예루살렘헤브루대학교 심리학·법학·철학 학사. 이스라엘 크네세트 의원,
이스라엘 소수민족·보건부·경제부 장관,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장, 이스라엘 카디다당 대표,
이스라엘 국무총리 역임.
⊙ 現 리브나트 홀딩스 회장.
경호원들의 움직임은 부산했다. 햇살이 환히 비치는 오전 10시인데도 두꺼운 실내 커튼을 쳤고, 방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봤다. 병풍 뒤를 확인하기 위해 대걸레처럼 생긴 긴 거울을 동원했다. 경호팀은 “늘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조직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긴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호원들이 몇 차례 무전을 주고받은 뒤에야 에후드 올메르트(Ehud Olmert) 전(前) 이스라엘 국무총리가 나타났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세련된 줄무늬 수트, 검붉은 넥타이를 맨 그의 행동은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였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1973년에 정치에 입문해 소수민족·보건부·경제부 장관과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국무총리(2006년 4월~2009년 3월)로 재직 중일 때 과거 민간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물러났다. 불미스러운 일로 총리직을 그만뒀지만, 그는 총리 시절에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해 이스라엘에 ‘창업 열풍’이 불게 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구 780만명인 이스라엘에는 3800여개(지난 2011년 12월 기준)의 창업 회사가 있다. 세계 벤처캐피털의 35%가 ‘다윗의 후예’인 이 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한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코자 방한(訪韓)한 그를 만나 창업을 독려하게 된 계기부터 이스라엘의 2007년 시리아 폭격,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공존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상상하는 이스라엘인
‘한국에서는 총리가 창업자들의 서포터(supporter)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하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주 반가운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존재하는 현상을 보면서 ‘왜 저렇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태껏 존재한 적이 없는 일을 상상하면서 ‘왜 일어난 적이 없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가 ‘꿈’을 꿔 온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쉽게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늘 위험 속에서 살며 주변의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이때마다 우리는 상상하고 꿈을 꿨습니다. ‘창업 국가’의 씨앗이 애초에 내포돼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령, 성별을 떠나 국민 모두 ‘꿈’을 간직하고 있었고 정부가 이를 세심히 지켜봐 ‘창업’(그는 start-up이라고 표현했다)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국민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비즈니스화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글로벌 투자자금을 이스라엘에 유치했고, 이를 기금화해 아이디어가 풍부한 이스라엘 벤처회사에 투자했습니다. 몇몇 업체가 성공을 거두자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과 같은 재벌 회사는 없지만, 한국산(産) 스마트폰 안에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몇 개의 핵심기술이 들어 있습니다(웃음).”
그가 산업부 장관 시절인 1990년대에 추진했던 시스템은 ‘요즈마’라는 창업지원 펀드다. 해외에서 유치한 투자 자금을 펀드로 모으고, 자연과학·경제·환경 등 분야의 전문가 200여 명으로 이뤄진 ‘OCS(Office of Chief Scientist)’라는 기구가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OCS’는 가히 이스라엘의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브레인 집단인데, 아이디어가 풍부한 벤처회사를 발굴해 이들에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초기 창업비용의 60%를 지원하고, 이에 상응하는 주식을 정부가 받는 형식이다. 벤처 사업이 성공할 경우, 정부는 창업자에게 정부 주식을 매입 가격으로 되판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투자한 비용(60%)을 갚을 의무는 없다. 결국 정부가 창업에 나서는 국민의 초기 투자비용 60%를 아무 조건 없이 빌려주는 식(式)이다.
국민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 만들어야
―기금으로 창업했다 실패한 이가 많으면 국가적으로 피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정부의 역할은 많은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로서는 유능한 브레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창업할 돈이 없어서 아이디어가 풍부하면서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상황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기금을 투자 받은 모든 회사가 실패했다면 타격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성공한 회사가 꽤 됩니다. 이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한 차례 창업에 실패했던 이들이 재도전하고, 이런 선(善)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만약 ‘OCS’가 잘못된 판단으로 유망하지 않은 벤처회사에 큰 금액을 투자하면 어쩝니까.
“인생은 실수의 연속입니다(웃음). ‘OCS’는 이스라엘 핵심 브레인 수백 명의 집단이라 실수할 확률이 낮지만, 그들 역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겠지요. 그것 역시 이해하고 보듬어 줘야 합니다. 실패를 해 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 실패를 두려워합니까. 실패를 용인하고 용기를 북돋워야 합니다. 국민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제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입니다.”
―전(全)세계가 청년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어떻습니까.
“벤처 산업이 대규모의 고용 창출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청년실업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젊은이들에게 창업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전세계 기금을 끌어들여서 말이죠.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기업에 취업하거나 의사, 변호사만을 꿈꾸지 않습니다. 오늘날 청년실업이 발생한 이유는 단순히 일할 곳이 적은 것이 아니라, 양질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산층,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실업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에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있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기 때문에 살려 가야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터전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공계를 살려야
―한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가 화두이지만 쉽지 않은데요.
“저는 기업들이 자유시장 속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모두 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 인도로 옮긴 결과 오늘날 그 국가의 실업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부가 자유시장의 논리로 이런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믿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2000년도에 한국에 IT열풍이 불었지만 이후에 거품이 꺼지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쉬운 현상입니다. 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기초과학과 엔지니어링이 중요합니다. 상상력만으로 제품을 만들고, 전 세계에 팔 수는 없으니까요. 창의력을 현실 세계에 끌어들이려면 이공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에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이공계 기피 풍조는 없어져야 합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거듭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저는 총리 시절에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기업인과 함께했습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때는 이스라엘의 비즈니스맨 50명을 데려왔죠. 정치적 현안을 책임지는 총리임과 동시에 제 스스로가 외교 사절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비즈니스맨과 다른 국가의 CEO를 직접 연결시켜 줬습니다. 다른 국가 입장에서도 총리가 직접 나서니 이스라엘의 투자유치에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이스라엘의 해외자본 유치가 창업 열풍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왜 안되지(why not)’라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 못 맺은 것 가장 아쉬워
올메르트 전 총리의 어투는 단호했다. 어떤 질문이든 1초의 여지 없이 즉시 답변했고, 상대방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려 했다.
그에게 좀 다른 질문을 던져 봤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메르트 전 총리가 재임했던 시절에 미국에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장관이 있었다. 시리아는 지난 2007년 9월에 이스라엘이 영공을 침범했다고 그간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은 아무 논평을 내지 않았는데, 부시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에 대해 언급했다. ‘올메르트 총리가 전화로 미국이 시리아 원자로를 파괴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실행하지 않았고, 올메르트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던지자, 올메르트 전 총리는 여태까지의 직설 화법 대신에 에둘러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 회고록에 보면 당신이 시리아 폭격을 지시했다고 돼 있습니다.
“보세요. 저는 부시 대통령과 아주 가깝습니다. 그가 말하고 쓴 부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가 정확지 않은 얘기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얘기를 이어 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이 지난 2008년 최종 단계에 있었습니다. 헤즈볼라, 하마스 등과 전쟁을 벌였지만 양국의 평화 협상은 제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양국이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제가 팔레스타인에 먼저 평화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저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듣고 굉장히 흥분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저와 부시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등 모든 관계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기대했고 지지했습니다. 아부 마젠(Abu Mazen·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예스’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노’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막바지 상황이었는데 제가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이스라엘이 대선(大選) 정국에 들어서면서 관심사에서 멀어졌습니다.”
―만약 총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평화 협상이 타결됐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아이의 특성 완벽히 파악해야
올메르트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 사인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재차 반복했다. 그는 두 번째 아쉬운 점으로는 ‘교육예산 확충’을 꼽았다.
“어떤 상황이었든지 간에 교육예산을 2배 정도 더 확충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교육이 모든 일의 키(key)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 이스라엘인, 중국인이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입니다. 특히 유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총리 시절에 유년교육 부문에 큰 예산을 배분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만 6세 이전에 개별 아이들의 장점, 약점, 관심사, 탤런트를 모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국가인데 과열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교육이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0세에서 6세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서 컴퓨터에 특기가 있는지, 음악, 운동, 수학에 소질이 있는지를 보는 것 말입니다. 적어도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진 아이인지, 또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특화시킬는지를 부모들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중간에 아이들의 소질이 달라져서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적어도 전혀 소질이 없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유년교육이 중요하다고 믿는데, 그에 대한 예산을 확충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GDP의 10%를 R&D에 투자해야
올메르트 전 총리는 교육 얘기가 나오자, 자신감에 넘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하기야 전 세계가 ‘유대인식 이스라엘 교육법’에 큰 관심을 가질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그는 ‘연구개발(R&D)의 중요성’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의 4.8%를 R&D에 투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최고다. 미국은 GDP의 2.7%, 한국은 2.6%를 투자한다. 하지만 그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GDP의 10%를 R&D에 투자해야 합니다. 높은 비중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어떤 분야든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을 통해 물건을, 지식을 생산해서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것은 R&D에 대한 투자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R&D는 혁신의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R&D 투자에 관심이 큰데요.
“어떻게 이스라엘과 한국을 비교합니까(웃음). 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명이 되지 않아 내수시장이 사실상 형성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근 국가에 물건을 팔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혁신은 필수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좋아합니까.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고 그의 전기를 읽었습니다. 저는 애플(Apple)사(社)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기존에 존재했던 실체에 아이디어를 보태 세련된 방법으로 포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탁월한 감각으로 존재해 온 물건을 다듬고, 이를 통해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친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기대합니다. 언젠가 이스라엘의,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그 무엇을 탄생시키기를 말입니다.”
북한의 도발시 전세계가 나서야
이스라엘과 한국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 이외에도 안보 문제로 비교된다.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팔레스타인의 무장조직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도 야기되는 시점이다.
지난 3월 6일에 있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核) 기지를 독자적으로 공격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 재임 시절에 시리아를 폭격하고, 팔레스타인과 숱한 전쟁을 치러낸 그에게 ‘북한 문제’를 물었다.
―북한이 3대 세습을 함에 따라 한국의 안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조언이라도.
“한국으로서는 미국을 비롯해 다른 강대국들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공조체제를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치명적인 무기(그는 핵이라는 단어 대신에 ‘deadly weapon’이라고 표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을 비롯한 모든 강대국이 나서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100% 남한을 지지하고, 북한의 무기 사용 억제를 촉구할 것입니다.”
―북한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출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비법을 알려주시죠.
“안보와 투자유치는 다릅니다. 이스라엘을 보면서 안보를 말합니까(웃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다면 투자자는 모입니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았습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치인은 정말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그들은 나라의 토대를 결정하는 사람이고, 국가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소속된 국가뿐 아니라, 타국과의 관계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 강대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인 나라의 정치인들은 더 중요합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느껴야 하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1973년에 정치에 입문해 소수민족·보건부·경제부 장관과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국무총리(2006년 4월~2009년 3월)로 재직 중일 때 과거 민간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물러났다. 불미스러운 일로 총리직을 그만뒀지만, 그는 총리 시절에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해 이스라엘에 ‘창업 열풍’이 불게 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구 780만명인 이스라엘에는 3800여개(지난 2011년 12월 기준)의 창업 회사가 있다. 세계 벤처캐피털의 35%가 ‘다윗의 후예’인 이 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최한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코자 방한(訪韓)한 그를 만나 창업을 독려하게 된 계기부터 이스라엘의 2007년 시리아 폭격,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공존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상상하는 이스라엘인
‘한국에서는 총리가 창업자들의 서포터(supporter)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하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주 반가운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존재하는 현상을 보면서 ‘왜 저렇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태껏 존재한 적이 없는 일을 상상하면서 ‘왜 일어난 적이 없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가 ‘꿈’을 꿔 온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쉽게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늘 위험 속에서 살며 주변의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이때마다 우리는 상상하고 꿈을 꿨습니다. ‘창업 국가’의 씨앗이 애초에 내포돼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령, 성별을 떠나 국민 모두 ‘꿈’을 간직하고 있었고 정부가 이를 세심히 지켜봐 ‘창업’(그는 start-up이라고 표현했다)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국민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비즈니스화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글로벌 투자자금을 이스라엘에 유치했고, 이를 기금화해 아이디어가 풍부한 이스라엘 벤처회사에 투자했습니다. 몇몇 업체가 성공을 거두자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과 같은 재벌 회사는 없지만, 한국산(産) 스마트폰 안에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몇 개의 핵심기술이 들어 있습니다(웃음).”
그가 산업부 장관 시절인 1990년대에 추진했던 시스템은 ‘요즈마’라는 창업지원 펀드다. 해외에서 유치한 투자 자금을 펀드로 모으고, 자연과학·경제·환경 등 분야의 전문가 200여 명으로 이뤄진 ‘OCS(Office of Chief Scientist)’라는 기구가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OCS’는 가히 이스라엘의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브레인 집단인데, 아이디어가 풍부한 벤처회사를 발굴해 이들에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초기 창업비용의 60%를 지원하고, 이에 상응하는 주식을 정부가 받는 형식이다. 벤처 사업이 성공할 경우, 정부는 창업자에게 정부 주식을 매입 가격으로 되판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투자한 비용(60%)을 갚을 의무는 없다. 결국 정부가 창업에 나서는 국민의 초기 투자비용 60%를 아무 조건 없이 빌려주는 식(式)이다.
국민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 만들어야
―기금으로 창업했다 실패한 이가 많으면 국가적으로 피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정부의 역할은 많은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로서는 유능한 브레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창업할 돈이 없어서 아이디어가 풍부하면서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상황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기금을 투자 받은 모든 회사가 실패했다면 타격을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성공한 회사가 꽤 됩니다. 이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한 차례 창업에 실패했던 이들이 재도전하고, 이런 선(善)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만약 ‘OCS’가 잘못된 판단으로 유망하지 않은 벤처회사에 큰 금액을 투자하면 어쩝니까.
“인생은 실수의 연속입니다(웃음). ‘OCS’는 이스라엘 핵심 브레인 수백 명의 집단이라 실수할 확률이 낮지만, 그들 역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겠지요. 그것 역시 이해하고 보듬어 줘야 합니다. 실패를 해 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 실패를 두려워합니까. 실패를 용인하고 용기를 북돋워야 합니다. 국민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제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입니다.”
―전(全)세계가 청년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어떻습니까.
“벤처 산업이 대규모의 고용 창출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 역시 청년실업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젊은이들에게 창업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전세계 기금을 끌어들여서 말이죠.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기업에 취업하거나 의사, 변호사만을 꿈꾸지 않습니다. 오늘날 청년실업이 발생한 이유는 단순히 일할 곳이 적은 것이 아니라, 양질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산층,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실업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에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있는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기 때문에 살려 가야 하겠지만, 중소기업의 터전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공계를 살려야

“저는 기업들이 자유시장 속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모두 싼 노동력을 찾아서 중국, 인도로 옮긴 결과 오늘날 그 국가의 실업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부가 자유시장의 논리로 이런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믿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2000년도에 한국에 IT열풍이 불었지만 이후에 거품이 꺼지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쉬운 현상입니다. 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기초과학과 엔지니어링이 중요합니다. 상상력만으로 제품을 만들고, 전 세계에 팔 수는 없으니까요. 창의력을 현실 세계에 끌어들이려면 이공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에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이공계 기피 풍조는 없어져야 합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거듭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저는 총리 시절에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기업인과 함께했습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때는 이스라엘의 비즈니스맨 50명을 데려왔죠. 정치적 현안을 책임지는 총리임과 동시에 제 스스로가 외교 사절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비즈니스맨과 다른 국가의 CEO를 직접 연결시켜 줬습니다. 다른 국가 입장에서도 총리가 직접 나서니 이스라엘의 투자유치에 신뢰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이스라엘의 해외자본 유치가 창업 열풍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왜 안되지(why not)’라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올메르트 전 총리의 어투는 단호했다. 어떤 질문이든 1초의 여지 없이 즉시 답변했고, 상대방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신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려 했다.
그에게 좀 다른 질문을 던져 봤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메르트 전 총리가 재임했던 시절에 미국에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국무장관이 있었다. 시리아는 지난 2007년 9월에 이스라엘이 영공을 침범했다고 그간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은 아무 논평을 내지 않았는데, 부시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에 대해 언급했다. ‘올메르트 총리가 전화로 미국이 시리아 원자로를 파괴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실행하지 않았고, 올메르트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던지자, 올메르트 전 총리는 여태까지의 직설 화법 대신에 에둘러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 회고록에 보면 당신이 시리아 폭격을 지시했다고 돼 있습니다.
“보세요. 저는 부시 대통령과 아주 가깝습니다. 그가 말하고 쓴 부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가 정확지 않은 얘기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얘기를 이어 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이 지난 2008년 최종 단계에 있었습니다. 헤즈볼라, 하마스 등과 전쟁을 벌였지만 양국의 평화 협상은 제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양국이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제가 팔레스타인에 먼저 평화 협상을 제안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저의 장밋빛 전망을 얘기듣고 굉장히 흥분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저와 부시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등 모든 관계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기대했고 지지했습니다. 아부 마젠(Abu Mazen·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아무 답이 없었습니다. ‘예스’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노’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막바지 상황이었는데 제가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이스라엘이 대선(大選) 정국에 들어서면서 관심사에서 멀어졌습니다.”
―만약 총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평화 협상이 타결됐을까요.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아이의 특성 완벽히 파악해야
올메르트 전 총리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 사인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재차 반복했다. 그는 두 번째 아쉬운 점으로는 ‘교육예산 확충’을 꼽았다.
“어떤 상황이었든지 간에 교육예산을 2배 정도 더 확충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교육이 모든 일의 키(key)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 이스라엘인, 중국인이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교육입니다. 특히 유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총리 시절에 유년교육 부문에 큰 예산을 배분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만 6세 이전에 개별 아이들의 장점, 약점, 관심사, 탤런트를 모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국가인데 과열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교육이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0세에서 6세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서 컴퓨터에 특기가 있는지, 음악, 운동, 수학에 소질이 있는지를 보는 것 말입니다. 적어도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진 아이인지, 또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특화시킬는지를 부모들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중간에 아이들의 소질이 달라져서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적어도 전혀 소질이 없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유년교육이 중요하다고 믿는데, 그에 대한 예산을 확충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교육 얘기가 나오자, 자신감에 넘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하기야 전 세계가 ‘유대인식 이스라엘 교육법’에 큰 관심을 가질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그는 ‘연구개발(R&D)의 중요성’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의 4.8%를 R&D에 투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최고다. 미국은 GDP의 2.7%, 한국은 2.6%를 투자한다. 하지만 그는 “충분치 않다”고 했다.
“GDP의 10%를 R&D에 투자해야 합니다. 높은 비중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어떤 분야든 끊임없는 연구와 혁신을 통해 물건을, 지식을 생산해서 한국, 미국, 일본 등지에 파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것은 R&D에 대한 투자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R&D는 혁신의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R&D 투자에 관심이 큰데요.
“어떻게 이스라엘과 한국을 비교합니까(웃음). 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명이 되지 않아 내수시장이 사실상 형성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인근 국가에 물건을 팔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혁신은 필수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좋아합니까.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고 그의 전기를 읽었습니다. 저는 애플(Apple)사(社)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기존에 존재했던 실체에 아이디어를 보태 세련된 방법으로 포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폰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탁월한 감각으로 존재해 온 물건을 다듬고, 이를 통해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친 점은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기대합니다. 언젠가 이스라엘의,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그 무엇을 탄생시키기를 말입니다.”
북한의 도발시 전세계가 나서야
이스라엘과 한국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 이외에도 안보 문제로 비교된다.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팔레스타인의 무장조직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도 야기되는 시점이다.
지난 3월 6일에 있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核) 기지를 독자적으로 공격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 재임 시절에 시리아를 폭격하고, 팔레스타인과 숱한 전쟁을 치러낸 그에게 ‘북한 문제’를 물었다.
―북한이 3대 세습을 함에 따라 한국의 안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조언이라도.
“한국으로서는 미국을 비롯해 다른 강대국들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공조체제를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이 치명적인 무기(그는 핵이라는 단어 대신에 ‘deadly weapon’이라고 표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을 비롯한 모든 강대국이 나서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100% 남한을 지지하고, 북한의 무기 사용 억제를 촉구할 것입니다.”
―북한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출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비법을 알려주시죠.
“안보와 투자유치는 다릅니다. 이스라엘을 보면서 안보를 말합니까(웃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있다면 투자자는 모입니다.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4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았습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치인은 정말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정치인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그들은 나라의 토대를 결정하는 사람이고, 국가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소속된 국가뿐 아니라, 타국과의 관계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 강대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인 나라의 정치인들은 더 중요합니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느껴야 하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