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하이트 “당신의 집중력을 지켜라”
휴 잭맨 “실패는 판결문 아니다”
퀸 라티파 “왕관을 당당히 써라”
낸시 펠로시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존 그린 “불완전한 인간은 서로를 돌봐야 한다”
AI 시대 향한 희망과 불안의 연설들

- 사진=미국 각 대학 유튜브 캡처
2026년 5월 미국 대학 졸업식 시즌에는 유독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축사들이 쏟아졌다. 과거 졸업식 연설이 성공담과 희망, 자기계발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AI·정신건강·기후위기·세대 갈등·불안 같은 무거운 주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일부 연설은 학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일부는 야유와 논란 속에 진행됐다. 미국 언론은 “졸업식 축사가 시대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리슨 포드 “세상은 완전히 엉망이다”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는 5월 12일 아리조나 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 학부 졸업식 연단에 섰다. 장소는 애리조나주 템피의 마운틴 아메리카 스타디움. 약 1만4000명의 졸업생이 참석했다.
포드는 배우 이전에 목수로 생계를 유지했던 자신의 무명 시절을 소개하며 “열정(passion)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에는 목적(purpose)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들어가는 세상은 완전히 엉망(a real mess)”이라고 표현하며 기후위기와 사회 분열, 정치적 무기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여러분 세대의 시간(This is your time)”이라며 행동과 리더십을 주문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세상을 바꾸는 데 참여하며, 환경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할리우드 스타의 축사라기보다 기후위기 시대 시민 연설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조너선 하이트 “당신의 집중력을 지켜라”
사회심리학자이자 《불안한 세대》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5월 14일 유욕대(New York University) 전체 졸업식에서 "Pay Attention(집중하라)"라는 제목의 축사를 했다.
그는 “주의력(attention)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폰 알림을 줄이고, 현실 세계 인간관계를 회복하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일을 피하지 말라. 인간은 역경 속에서 성장하는 반취약적(antifragile) 존재”라고 주장했다.
연설 마지막에는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 구절을 인용했다.
“Pay attention. Be astonished. Tell about it.”(집중하라. 경이로워하라.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라.)
미국 언론은 이 연설을 “AI·SNS 시대 인간의 집중력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축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설 전부터 일부 학생들은 하이트를 “반(反) 워크(anti-woke) 학자”라고 비판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고, 실제 행사 중 야유도 나왔다. 하이트는 스마트폰·SNS·알고리즘 문화가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과 집중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휴 잭맨 “실패는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판결문이 아니다”
휴 잭맨(Hugh Jackman)은 5월 2일 밸주립대(Ball State University) 봄 학위수여식 연단에 올랐다. 《레미제라블》과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세계적 배우지만, 이날 연설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실패와 불안, 자기 의심에 관한 고백에 가까웠다.
잭맨은 “나는 지금도 오디션을 볼 때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정상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졸업생들에게는 “자신감(confidence)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가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우 생활 초기 수없이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실패는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판결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collaboration)”이라며 “혼자 빛나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연설 중간에는 “졸업생 여러분은 이제 자유다. 하지만 부모님 카드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곧바로 “세상은 완벽함(perfection)을 요구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유명해졌는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친절했는가”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성공 신화보다 인간적 취약성을 드러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리아 콜필드 “AI는 다음 산업혁명”… 졸업식장 야유
글로리아 콜필드(Gloria Caulfield)의 축사는 올해 미국 졸업식 시즌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연설 자체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더 큰 뉴스가 됐기 때문이다.
콜필드는 5월 초 센트럴플로리다대(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졸업식 연단에서 AI를 “다음 산업혁명(the next 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이 의료·교육·산업·예술 전반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졸업생들은 역사적 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순간 일부 인문·예술계 졸업생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미국에서는 최근 생성형 AI가 기사 작성, 번역, 디자인, 영상 편집, 고객 상담 등 화이트칼라 업무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IT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AI 효율화”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청년층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미국 언론은 이번 장면을 “미국 청년세대의 AI 불안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순간”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불과 며칠 전 젠슨 황(Jensen Huang)이 카네기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졸업식에서 “AI가 여러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더 잘 쓰는 사람이 여러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던 것과 대비됐다.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공대 중심 대학과 인문계 중심 졸업생들의 현실 인식 차이”를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기술 분야 학생들에게 AI는 기회와 고연봉 산업의 상징이지만,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실업과 대체 가능성의 그림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퀸 라티파 “왕관을 당당히 써라”
가수이자 배우인 퀸 라티파(Queen Latifah)는 지난 5월 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퍼스트 호라이즌 콜리세움에서 열린 노스캐롤라이나 A&T 주립대(North Carolina A&T State University) 졸업식 연단에 섰다. 영화와 음악 활동으로 한국에도 익숙한 그는 졸업생들에게 “스스로를 누구보다 강하게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힙합 가수로 데뷔하던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스스로 믿었다”고 했다. 또 “왕관(crown)을 당당히 쓰라”는 표현으로 자신감과 자기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성공론보다 흑인 여성으로서 겪었던 편견과 도전의 경험을 압축한 메시지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퀸 라티파는 연설에서 거절과 실패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한 에이전트로부터 “당신은 절대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 일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타인의 한계가 곧 자신의 한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부정적 평가가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 그는 큰돈이 걸린 TV 프로젝트를 거절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당시에는 위험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Chicago》 출연으로 이어졌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퀸 라티파는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하면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당신의 미래에 함께할 사람들을 신중하게 선택하라”며 “당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성공은 혼자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연설을 두고 “흑인 여성 리더십과 자기 존중의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졸업식 축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AI와 경제 불안, 취업난 속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 세대에게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Nancy Pelosi)는 지난 5월 2일 캘리포니아주 벨몬트에서 열린 노트르담 드 나무르 대(Notre Dame de Namur University) 졸업식 연단에 올랐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여러분은 우리 시대의 애국자(patriots of our time)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펠로시는 미국 민주주의가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치주의와 선거제도, 사법 독립이 공격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진영과 미국 보수주의 흐름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미국 독립전쟁과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남북전쟁 시기를 언급하며 “역사는 늘 위기의 순간마다 새로운 세대를 불러냈다”고 말했다. 또 “희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행동(action)”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세대가 정치와 시민사회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펠로시는 팬데믹과 정치적 혼란,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도 학업을 마친 졸업생들을 치하하며 “더 건강한 지구, 더 공정한 경제, 더 강한 민주주의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일부 언론과 보수 논객들은 “졸업식 축사를 정치 연설로 만들었다”며 “대학 졸업식까지 정치 양극화의 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민주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은 현실적 연설”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언론은 이번 연설을 두고 “2026년 졸업식 축사가 단순한 격려를 넘어 미국 사회의 위기와 분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존 그린 “불완전한 인간은 서로를 돌봐야 한다”
소설 《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존 그린(John Green)은 지난 5월 9일 텍사스주 휴스턴 라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스대(Rice University) 학부 졸업식 연단에 섰다.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취약한 존재”라고 말했다. 최근 저서 《Everything is Tuberculosis》 집필 과정에서 느낀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서로를 돌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존 그린은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인간 삶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시대일수록 “공감(empathy)”과 “연결(connection)”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삶은 완벽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운영해온 유튜브 교육 채널 경험도 언급했다. 그는 “지식은 경쟁의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능력은 대체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존 그린은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인간은 여전히 이야기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에게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