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중국의 작가 7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다물통일문화재단(이사장 김영숙)은 오는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7인의 시선과 서사: 동아시아 회화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라는 확장된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재조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복잡하게 얽힌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하게 전개된 사실주의 미술과 그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탐구하며, 중국과 남북한 회화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통해 한민족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조명하고자 한다.
방대한 북한 미술 컬렉션과 중국 및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한 ‘송화미술관’의 소장품 중,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동아시아 사실주의 회화의 주요 흐름을 조망하는 7인의 작품 15점으로 구성되었다. 중국 작가 왕썬성, 천위강, 천츄츠와 조선족 작가 진위(김우)의 사실주의 회화는 문화대혁명 이후 체제 선전을 위한 사회주의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향토사실주의’, ‘냉소적 사실주의’ 등으로 전개된 신사실주의 경향을 반영하며, 중국 사실주의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준다.
북한 작가 최중균과 표세종의 작품은 북한식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경직된 틀을 넘어, 밝은 색채와 인상주의적 필치로 표현된 서정적인 풍경화를 통해 한민족이 공유하는 ‘고향’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한국 작가 황학만은 사실적으로 묘사된 풍경과 사물을 재배치하여 초현실적 공간을 창조하며, 현실 너머의 세계로 관람자를 이끈다. 초현실주의적 접근을 통해 사실주의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 이후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은 중국 사회에서, 20세기 말부터 21세기로 이어진 중국의 신사실주의 회화는 사회적 변동에 따른 지식인들의 의식 변화와 현실 인식의 궤적을 따라가며 전개되었다.
특히, 조선족 작가 진위(김우)를 포함한 4인의 중국 회화 작가들의 작품은 이 변화의 다양한 단면을 비추며, 현실의 파편들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북한 작가 최중균과, 재일조선인이었다가 북한으로 이주하여, 북한의 공훈예술가로서 생을 마감한 표세종의 평화로운 고향 풍경은, 개인적 삶의 서사와 민족사가 맞물리며 다양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기묘하게 얽힌 중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담아낸 진위의 치파오를 착용한 여인상들은 조선족으로서 진위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20세기 민족사의 격랑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국적과 삶의 형태를 지닌 한민족 화가들의 서사는,
한국 고대사를 소환하여 민족의 통일과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열망을 담은 황학만의 초현실주의적 회화와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준다. 이들이 유화를 매체로 사실주의로 담아낸 현실은, 사실주의 회화의 다양한 표현 기법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의 현실과 각자의 삶의 서사가 얽히며, 국적, 민족적 정체성, 체제와 이념적 갈등 등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이 지역을 지배해 온 보이지 않는 힘과 그 너머 인간성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장을 연다.
다문통일문화재단은 남과 북이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도록 북한 현대예술과 조선족 동포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한다. 202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늘의 조선화: 1990년대 이후 북한 조선화’ 전시회를, 2021년 한벽원미술관에서 ‘북한·현대미술 다시 보기’ 전시회를 개최했다. 2022년부터는 현대 조선족 미술을 연구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무료,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