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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전시] 에티엔 샴보 한국 첫 개인전 《Prism Prison》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2월 2일에서 3월 9일까지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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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쉬퍼 서울이 에티엔 샴보의 한국 첫 개인전 《Prism Prison》을 열고 있다. 작가가 새롭게 제작한 연작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에티엔 샴보는 1980년 프랑스 뮐루즈에서 태어났다. 스위스 로잔 예술 대학(École d’art de Lausanne), 프랑스 니스 빌라 아르송(Villa Arson), 프랑스 리옹 에콜 데 보자르(École nationale des Beaux-Arts)에서 수학했다. 2022년에는 파리 과학인문대학교(PSL University)의 SACRe 프로그램, 파리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e Supérieure), 파리 에콜 데 보자르(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파리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에티엔 샴보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우리가 경험, 물건, 규율 등에 부여하는 의미와 그 범주를 탐구한다. 작가는 예술의 정의, 작품의 개념화와 창작의 방식, 전시의 형태, 기능, 그리고 역사에 대한 개념을 위태롭게 뒤흔드는 작업을 해왔다.

 

 전시 제목인 《Prism Prison》은 빛의 궤적과 스펙트럼의 분절을 나타내는 프리즘(prism)과 개인 또는 사회 집단의 감금을 상징하는 감옥(prison)의 연결성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제약과 통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광학, 기하학, 동물의 신체, 정치 등 다양한 대상의 해방 방식을 고민한다.

 

에티엔.jpg

  더 윈도우 공간에는 빛을 내뿜는 네온 설치 작품이 텅 빈 내부 공간과 인근의 길가를 환히 비춘다. 는 단어 등을 지우기 위해 선을 긋는 듯한 손짓을 더 윈도우 공간을 채울 정도의 크기로 확대한 것이다. 작품은 특정 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자 X의 형태를 취하는 동시에 공간의 입구를 가로막는 물리적인 장벽으로 존재한다. 는 역설적이게도 전시 공간을 삭제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내부를 밝히는 빛을 제공해 공간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더 윈도우 공간 안쪽 바닥에는 누군가가 벗어 놓고 잊어버린 듯, 양말 한 켤레가 놓여있다. 이번 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양말들은 자세히 보면 사실 청동 조각인 사실을 알게 된다. 

EC24TOP01-AEC 2024-R0124 Atelier-Socks-01.jpeg

Topos, 2024
Mineral paint and dry pigment on patinated bronze
7,5 x 25 x 16 cm
Photo © Aurélien Mole

 

는 누군가 무심히 바닥에 벗어 던져 놓은 양말 한 켤레의 모습을 청동으로 주조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작이다.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으로 전시장에 존재하지만, 접히고 뒤집힌 그 형태는 복잡한 수학공식이나 시공간 이론에 널리 사용되는 주제라는 점에서 는 작가가 의도한 추상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C23UNC100-AEC 2023-R1123 Uncreature-164.jpeg

Untamed, 2023
Tempera and gold leaf on wood panel
49,2 x 37,8 x 4,9 cm
Photo © Aurélien Mole

 

2층 전시실에서는 기존의 이콘화(종교화)에 금박을 씌워 이미지를 변형한 연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콘화의 특징인 금박 배경의 범위를 확장해 화면에 등장하는 동물의 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지웠다. 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에 등장하는 말, 당나귀, 소, 양 등 동물들은 원본 화면의 서사를 벗어나 길들지 않은 채 다른 세상을 부유하는 듯한 모습이다. 작가는  연작의 절묘한 분절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전시장 내부를 운영 시간이 끝나 불이 꺼진 박물관이나 선사시대의 동굴처럼 어둡게 조성하고 입구에 비치한 손전등 또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사용해 작품을 관람하는 특별한 관람 환경을 고안했다.

 

EC24ZEB03-AEC 2024-R0124 Atelier-Zeboids-52.jpeg

Zebroid, 2024
Patinated bronze
27,5 x 44,8 x 8 cm
Photo © Aurélien Mole

 

3층 전시실 바닥에 놓인 동물 형상의 청동 조각 작품들은 또 다른 분절의 과정을 드러낸다. 19세기 사실주의 말 조각들을 참조한  연작은 말의 몸을 조각내고, 접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한 결과물이다. 분할되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말의 몸은 뒤틀리고 굴절되어 다수의 시점이 동시에 적용된다. 라는 제목과 줄무늬를 닮은 절단 면의 형태가 인간이 길들일 수 없다는 야생 얼룩말을 연상케 한다. ‘Zebroid(지브로이드)’는 얼룩말과 다른 말속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을 일컫는 용어다. 작품이 ‘분절된 파편들’과 ‘온전한 한 마리의 말’ 사이 모호한 영역의 형상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종의 동물 사이에서 태어나 어느 쪽에도 귀속되지 않는 새로운 동물인 지브로이드와 닮았다고 생각해 고안한 제목이다. 3층 전시실 벽면에는 실제 사용되었던 정육 도마를 변형한 작품, 가 자리한다. 작가는 알루미늄, 금, 팔라듐 등으로 도마의 윗면을 완전히 덮어 무언가를 절단해 오던 장치의 영역을 시각적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나무 도마의 표면을 금속 재질로 감싸 수많은 칼질과 뼛조각으로 새겨진 흔적을 감추거나 지우는 것이 아닌, 그 흔적을 보존하고 오히려 강조한 것이다. 는 공간적 대칭만이 아닌 시간적 대칭을 나타내는 평면으로도 기능한다. 파편화된 몸짓과 신체를 음각으로 그려낸 초상으로 과거의 흔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현재 전시 공간의 조명빛과 화면 앞 관객의 모습을 유령처럼 희미하게 비춘다. 전시 입장은 무료다. 

 

 

 

입력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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