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기도 여주시 여주위성센터에 국내 최초로 설치된 최대 크기의 (반사판 지름35m, 무게 100톤) 심(深)우주 안테나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의 《별의 지도》. 사진=조선DB
이어령 선생의 1주기를 앞두고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별의 지도》(파람북 간)가 출간되었다.
‘꿈과 소망의 상징’ 하면 누구나 첫손에 꼽게 되는 것, 밤하늘의 빛나는 별. 《별의 지도》는 이어령 선생이 지상에 남긴 하늘과 별의 이야기다.
돈키호테는 별을 두고 ‘불가능한 꿈’이라고 노래했고, 철학자 칸트는 ‘경이와 경탄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고 자기 묘비에 적었다. 이처럼 별은 지상의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 또는 희망의 동의어다.
돈키호테 말마따나 그곳에 가 닿는 것이 고단하고 불가능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별에 다다를 ‘답을 찾아낼 것이다, 늘 그랬듯이’.
어떻게 별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저자 이어령이 제시하는 답은 이렇다. ‘시인의 마음을 가질 때’.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꼭 윤동주, 베르길리우스, 시몬 베유, 로맹 가리처럼 종이 위에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로 비행하는 최초의 조종사들, 도약하는 발레 선수들 역시 시인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지고, 풀잎의 괴로움을 가지고’ 사는 모든 평범한 이들도 마찬가지로 시의 마음의 소유자다. 그 별빛에 빛나는 고독한 마음으로부터, 중력의 제약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를 수 있는 추진력이 나온다. 곧 우리가 상상력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저마다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독자를 위한 안내서인 《별의 지도》. 인류가 품은 영원한 상상의 비밀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이 책은 그 자체로 좋은 문학작품이자 탁월한 문학평론이기도 하다.
국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문학들, 특히 윤동주의 유명한 시선들을 글감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꿈과 이상에 대한 도전, 밤하늘에 펼치던 순수에의 동경, 상상력이 무한히 확장되던 경이(驚異)의 세계에 이르는 지도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글쓰기와 글읽기에 막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되어줄 책이다.
2022년 우리 곁을 떠난 이어령의 유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전4권)
2022년 우리 곁을 떠난 이어령의 유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그리고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는 총 10권으로 기획된 라이프워크다.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는 자신을 돌아보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한국의 대표 지성’이라는 이름답게, 이어령은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인들로 시야를 넓혔다. 저자는 물론 한국인 하나하나의 얼굴이 살아있는 총체극, 이어령 생애 최후의 대작이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케이팝, 영화, 드라마 전방위에 걸친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구촌 곳곳에서 뜨겁게 일어나는 중이다. 한국 바깥에서도 알고 싶어 하는 우리 문화의 개성과 저력을,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생명자본’과 ‘문화유전자’ 두 키워드로 한국인의 미래상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생전 이어령 자신이 ‘백조의 곡’이라고 평한 ‘한국인 이야기’의 집필과 더불어 저자는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정의했다. 책을 펴서 덮을 때까지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은 물론, 그 안에 은하수처럼 펼쳐지는 지식의 폭과 깊이, 시공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통찰, 그리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빛났던 탐구 정신에 여전히 감동하게 된다.
다음은 책 속 문장이다.
하늘에는 별이 있어요. 땅에는 잎새가 있지요. 먼저 하늘의 별은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어요. 그러나 땅의 풀잎과 같은 잎새는 바람이 불면 흔들려요. 잎은 떨어지면 쉽게 죽습니다. 그러니 잎새는 모든 죽어가는 것의 상징이지요. 별은 죽음을 초월한 것이에요. 죽지 않습니다.
_116, ‘신도 짐승도 아닌 사이에서’ 중에서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속에서 끝없이 별을 노래하고 하늘을 우러러볼 줄 알기 때문에, 짐승처럼 그냥 죽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그 추위 속에서도 연을 날리는 것은 중력과 그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것의 대립이지요. 이것이 시몬 베유(Simone Weil·1909~1943)가 말하는 ‘중력과 은총’입니다.
_132, ‘꿈은 연처럼 곡선을 그립니다’ 중에서
황혼이 저물어야 밤이 오고 그제야 별이 하늘에 떠오릅니다. 마냥 별이 떠오를 수 없습니다. 일단 날이 저물어야 하니까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힘은, 먼저 죽을 정도로 아파하는 고통과 슬픔에서 나옵니다.
_146, ‘고통과 슬픔에서 사랑의 힘은 나옵니다’ 중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지고, 풀잎의 괴로움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래서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_166, ‘가슴에 별을 품는 모두가 시인입니다’ 중에서
우리는 윤동주를 일제강점기 역사 속에서 그 시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쓴 저항시인으로 알고 있지만, 만약 윤동주가 역사적 차원에서 저항시로만 〈서시〉를 썼다면 광복 후에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지는 않았겠지요. 윤동주의 시는 우리 생각의 틀을 한 번 더 깨주고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만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_181,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자신이 보입니다’ 중에서
지금 내가, 우리가 흘리는 눈물을 부대(병)에 담아 오늘을 이겨낼 수 있기를 당신의 수호신에게 기도드립니다.
_224, ‘저 영원한 별로 향하는 노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