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빨대로 ESG경영 실천하는 청년 사업가

“변화무쌍하면서도 편안한 곳이라고 할까요? 제가 느끼는 영월은 도전해볼 것이 참 많은 곳입니다. 넓은 영월에 새로운 사업체를, 관광지를,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한편으론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며 산과 강이며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을 간직한 곳이죠.”

김인수(30) 비어스 대표는 앞서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4년 전 영월로 삶터를 옮긴 귀농 청년이자 청년 사업가다. 귀농을 결심한 데에는 부모님이 정착해 살아가는 모습이 큰 몫을 했다. 영월에서 식재료 농사를 지으며 한식 뷔페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김 대표도 행복해졌다. 그렇게 행복을 찾아 영월에 정착하게 됐다. 김 대표는 영월읍 거운리에서 보리농사를 지으며 보릿대를 이용한 친환경 빨대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명은 ‘비어스’, 속이 빈 빨대에서 착안해 비어있다는 의미에 ‘Be Us’. ‘Be Earth’를 더해 우리가 되자, 혹은 지구가 되자는 중의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뜻을 담았다. 경희대학교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일찌감치 기업의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해왔다.

냄새 없고 플라스틱과 흡사해 소비자 호응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게 버려지는 보릿대였다. 속이 빈 보릿대를 빨대로 만들면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영농폐기물로 분류되는 보릿대를 소각할 필요도 없으니 일석이조였다. 보리 농가를 찾아가 권해봤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4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비어스의 친환경 보리 빨대가 탄생했다. “빨대를 안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한다면 가급적 환경에 피해를 덜 입히는 걸 쓰자는 거죠. 보리 빨대는 그냥 나뭇가지잖아요. 버려도 비교적 쉽게 분해되죠.”

           비어스의 보리 빨대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종이 빨대에 비해 거부감이 없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냄새도 없고 플라스틱과 흡사한 느낌이라는 게 대다수의 반응. 쉬이 무르고 종이 특유의 맛 때문에, 또 립스틱이 쉽게 묻어나 꺼려지는 종이 빨대에 비해 거부감이 없어 상품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단가였다. 일일이 수작업을 거치느라 높아진 단가는 영월군 청년사업단의 지원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비어스의 보리 빨대는 현재 일부 카페에만 유통되고 있지만 올 연말 자동화 시설을 갖춘 공장을 완공하고 식품업체 등에 대량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환경 이슈 등으로 수요는 많은데 현재로선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친환경 보리 빨대를 더욱 널리 알리는 한편 보리 빨대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직접 보리를 키워 빨대를 만들 수 있는 ‘빨대 만들기 키트’도 개발했다. 키트는 이미 경기도 성남시의 대다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납품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회 많은 영월… 청정 자연 곳곳이 숨은 명소

김 대표에게 영월은 기회가 많은 곳이다. 서울의 2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빈 공간이, 도시에 비해 없는 게 많은 게 오히려 기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없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새로 만들고 시작할 게 많다는 얘기잖아요? 많은 분들이 영월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영월 명소를 묻자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먼저 꼽는다. “영월에 놀러 오시면 영월읍 ‘미자식당’에서 식사하세요. 어머니 식당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맛있어서 자신 있게 권하고 있습니다.” 동강변에 들러 물 흐르는 소리와 깎아내린 절벽을 감상하며 쉼을 즐기라는 것도 김 대표가 권하는 영월의 매력을 십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그는 “보리가 한창 자라는 4~6월엔 거운리에서 푸른 보리밭을 구경하고, 시골집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해가 지면 같이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며 “이런 게 진정한 숨은 명소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의 지상 과제는 비어스 보리 빨대 사업의 성공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리 빨대를 알려 ‘영월 특산물’하면 보리 빨대를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