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5만의 경기도 안양시는 요즘 문화도시로 불린다.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안양박물관, 안양예술공원 등이 연계하여 다양한 행사를 계속 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건축박물관과 국보급 유물을 보유한 박물관, 세계적인 작품이 즐비한 예술공원을 100% 지자체 예산만으로 운영하는 안양시에 대해 해외에서까지 놀라움을 표할 정도이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 삼성천 물길을 따라 조성한 안양예술공원 앞으로 안양천이 흐르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안양유원지로 더 유명했다. 인근 음식점 등의 오폐수로 인해 하천이 오염된 데다 워터파크 문화가 발달하면서 안양유원지를 찾는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 계속적으로 하천 개선작업을 펼쳐 맑은 물이 흐르고 문화행사가 연이어 열리면서 안양천 인근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낭만적인 예술공원으로 변모했다.

  2005년부터 안양예술공원을 중심으로 3년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Anyang Public Art Project)가 열리고 있다. 2023년 제7회 대회가 1월부터 1년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이 안양시 시(市)승격 50주년인 데다 코로나가 끝나고 열리는 노마스크 행사인지라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축제인 APAP는 국내외 예술가들을 초대해 변화하는 안양을 미술과 조각, 건축,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선보이는 행사이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여서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공예술프로젝트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도 반영된다. 지난 10월 14일에 시민 사전간담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공공예술(Public-Art)은 1980년대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미술의 한 조류이다. 어느 미술관을 가든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흔히 보게 되는데, 공공예술은 정반대로 작품에 손 대는 것을 환영한다.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활성화된 유럽과 일본에서는 유명 작가들이 만든 버스정류장이나 벤치, 분수대 광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 피카소나 키스 하링의 조각작품에서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여섯 번의 APAP 행사 때 출품되었던 작품 중에서 절반이 넘는 70여 점이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천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이클 주의 ‘중간자’, 문주의 ‘지상 낙원’, 조르주 루스의 ‘안양 2019’ 등 크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즐비하다. 안양예술공원의 작품은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들어가 보고 앉아보고 올라갈 수 있는, 친숙한 작품들이다. 직접 올라갈 수 있게 만든 네덜란드 작가 MVRDV의 ‘전망대’는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 높은 작품이다. 20여m 높이의 정상에 서면 안양예술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수목이 우거져 치유의 숲으로도 불리는 안양예술공원은 말 그대로 곳곳에 숨어 있는 현대미술 전시품을 즐길 수 있는 ‘국내 최초 공공예술 테마파크’인 셈이다. ‘지붕없는 미술관’을 거닐다 보면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감성에 듬뿍 취하게 된다. 행사가 거듭될 때마다 전시 작품을 계속 확보할 예정이어서 안양예술공원은 앞으로 점점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관악산과 삼성산 자락에 자리한 안양예술공원은 산악트레킹이 가능한 데다 인근에 서울대 수목원과 유명 사찰들이 자리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데다 김중업건축박물관과 안양박물관, 안양예술공원이 벨트를 이루고 있어 매년 관객이 늘어나는 시너지효과가 나고 있다. 

  두 개의 박물관과 예술공원을 연계하여 시민들에게 예술과 휴식을 제공하는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예술문화도시 안양을 배우고 싶다는 발길이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안양예술공원을 비롯한 인근 유적지를 방문할 때 안양시 문화관광과 문화관광팀 (031-8045-5382)에 연락하면 해설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방문하기 전에 안양퍼블릭아트프로젝트(APAP) 홈페이지(https://www.apap.or.kr/)에서 2005년 이후 출품작들을 미리 살펴보면 숲속 곳곳에서 만나는 공공예술 작품을 의미있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