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꼽으라면 힐튼 부산과 아난티코브 리조트를 이야기한다. 기장 앞바다 한적한 공간 앞에 놓여진 이곳은 인피니티 풀에서 인생샷을 찍는 걸로 유명한 곳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만큼 한적한 분위기에서 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ktx 부산역이나 김해공항 기준으로 기장은 1시간 남짓 걸린다. 해운대와 광안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그만큼 광활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아난티코브를 방문한 이유는 명상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도시에서는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원데이 명상 클래스가 생기고 있긴 하지만 명상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지 않다. 마음의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호캉스를 즐기는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대형 리조트들 중에서 힐링과 마음 건강을 앞세운 힐링 프로그램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난티코브에서 명상체험을 첫 회로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에서 가장 좋은 리조트에서 하는 명상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전에 내가 다른 곳에서 명상을 체험할 때는 오디오로 틀어준 가이드 명상을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난티코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체험할지 궁금해졌다.
아난티코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객실에 앉아 바라보니 모든 근심 걱정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촉촉하게 떨어지는 빗방울마저 마음을 치유해주는 소리로 들렸다.
명상체험을 하러 들어간 장소는 층고가 높고 내부 2층에서 명상장소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확 트인 공간이었다. 명상 중간 중간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갈 정도라 생각했던 것보다 개방적인 시야가 허용된, 바닷가 옆 트인 장소였다. 명상은 강사님이 강조하신 것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명상의 주제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 주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명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하고 차분한 전통 명상체험이었다. 시간이 한정된 만큼 깊이 있게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는 짧은 시간이라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두 번째 주제는 요가 동작이 가미된 명상체험이다. 몸을 함께 움직이다보니 뻐근했던 몸이 풀려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 주제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체험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내 손에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고를 느끼며 ‘지금 내가 여기에’ 있기까지 나 혼자의 힘이 아닌 수고하신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일깨워 주는 명상이었다.
명상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사찰이나 명상센터가 아닌 리조트에서 이렇게 다양한 명상을 할 수 있는 점이 놀라웠다. 전통 명상체험을 통해 마음 챙김을 배우고, 요가 동작 명상에서는 몸 챙김, Tea 명상에서는 건강 챙김까지 1석 3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명상을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눈 감고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아난티코브에서 체험한 명상은 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해 주었다. 입문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명상을 열심히 했더니 금세 배가 고파졌다. 워터하우스를 이용할 예정이라 아난티 내에 있는 식당 ‘자색미학’에 가서 연어와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었다. 맛도 좋았지만, 보는 눈이 즐거워서 더욱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명상만큼이나 궁금했던 워터하우스에 도착했다. 수영은 자고로 맑은 날 하는 것보다 비가 살짝 내릴 때 따끈한 물에서 놀 때가 더 재밌는 법.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야외 자쿠지에 조용히 몸을 담그고 아까 했던 명상을 되새겨보았다.
내가 현재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것과 나의 걱정거리 등.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하며 머리를 비우도록 노력했다. 공간을 바꿔서 명상을 진행하니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방금 전에 따라해 본 명상을 나 혼자서 실천해보니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생겼다.
아난티코브에서의 1박 2일은 결이 고운 평화를 느끼며 내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리조트이지만 자연과 가장 가깝고, 현대적이면서도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건축물들은 묵는 동안 심신에 활기를 불어놓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명상체험에 대해 묻는다면 주저없이 아난티코브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할 것이다.
글 = 김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