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해찬 대표, 유시민 작가, 김부겸 장관, 이재명 지사. 사진=뉴시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大權) 구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내 적임자를 골라 대통령 후보로 띄우는 ‘킹메이커’ 역할부터, 자신이 직접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진보 진영 장기집권론’을 주창한 이 대표의 차기 집권 시나리오는 어떻게 돌아갈까.
親盧·非文 잠룡 점찍나
이 대표가 눈여겨보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거론된다. 유 이사장은 이 대표와 같은 친노(親盧) 성향이고, 이 지사는 이번 ‘혜경궁김씨’ 사건으로 인해 비문(非文) 정체성이 더 짙어졌다. 김 장관은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민주당계 출신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반문(反文)연대’로 뭉치는 야권의 공세를 피하고, 문재인 정권 후반기를 맞아 ‘대북 정책’ ‘경제 문제’에 피로감을 느낄 국민들을 염두에 둔 잠룡군”으로 보기도 한다.
유 이사장은 친노 그룹인데다 근래 방송 출연 및 작가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 지사는 근래 정치적 최대 위기였던 ‘혜경궁김씨’ 사태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맷집을 기르고 체급도 키웠다. 김 장관은 경북 상주 출신에 대구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4선 중진이자 현역 장관이 됐다. TK(대구·경북)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국 정치인’으로 성장한 셈이다.
물론 유 이사장의 경우, 본인이 직접 “앞으로 내 인생에서 임명직·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다. 이 지사도 표면적으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몸을 낮췄고,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김 장관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 ‘이해찬계(系)’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도들을 보면, 이들이 차기를 노리는 임종석·전해철·이낙연 등과 각각 맞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대표의 구상대로 ‘20년 집권’을 차례대로 이어가는 후보군이 될 수도 있다.
‘이해찬系’의 등장?
당내에 친문도 반문도 아닌 이해찬계가 ‘신(新)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현재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출신으로 과거 이해찬 총리를 보좌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012년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그때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었다.
이해찬계가 친문 그룹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청와대와 친문 의원들은 이해찬 지도부가 야당의 ‘서울시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자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2018년 12월호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닌데 대표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겉으로 보기엔 당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현 정권을 창출한 킹메이커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후, 노 대통령까지 서거하자 당시 문 대통령은 폐족(廢族)으로 몰린 친노 그룹에서 상주(喪主) 노릇을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정치에 다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실세 총리’ ‘버럭 총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국무총리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때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의 상관(上官)으로 있으면서, 일찌감치 그의 잠재력을 파악했던 것이다.
재수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대표는 친문 후보인 김진표 의원을 꺾고 집권여당의 신임 대표가 됐다. 청와대도 이 대표의 깐깐한 성격을 알기에 내심 ‘당청(黨靑) 관계가 껄끄럽게 돌아가진 않을까’ 걱정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경륜과 내공을 인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여름, 당 대표 후보로 나섰을 때 “당 대표를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7선 국회의원, 3번의 정책위의장, 국무총리를 한 제가 뭘 더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현 정권에 어느 정도 지분도 있고, 집권여당 대표까지 거머쥔 그는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킹메이커로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할까.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 10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대표의 대권 행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좀 쉬운 말로 얘기해서 대권 앞에는 장사 없어요. 모든 사람이 대권 근처만 가면, 하여간 욕심을 내요. 그리고 또 뭐, (대통령이 될) 자격 있죠. 그만한 경륜 있고. 또 자기 소신 있고 그러니까.>
대권說 일축하지만... 피어오르는 ‘충청大望論’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0월 31일 자 지면에 ‘이 대표의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 잠입 취재기를 썼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이번) 행사 규모를 보면 킹은 아니라도 킹메이커로서의 위력 과시는 확실히 된 자리”라고 평했다. 해당 기사(‘이해찬의 수상한 쫑파티, 어렴풋이 신주류 보였다’)의 일부분이다.
<마침내 이해찬이 등장해 마이크를 잡았다. 연회장이 떠나갈 듯 환호가 터졌다. “이제 우리 당엔 계보도, 파벌도 없다. 수십 년 정치하면서 이렇게 좋은 환경은 처음이다. 그래서 정권을 절대 뺏겨선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오늘 내가 이 모임을 한다니까 대선에 나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도 많고 (언론도) 그런 시각으로 쓸까 봐 분명히 말씀드린다. 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다. 그 뒤 대선(2022년)까지 2년은 상임고문으로 재집권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오해나 억측 말라.”>
이 대표는 이처럼 ‘대권 도전설’을 수차례 일축했다. 일각에서도 “고위직을 두루 경험한 이 대표의 경우, 진보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하면 정치 인생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가게 되는 것”이라며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을 결집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이어 본인이 직접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당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밀려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대표의 정치적 입김이 더 강해진 상황이다. 정치권도 언론사들도 ‘여권 내 유일한 친문 대항마’ ‘실세 당 대표’ 이해찬의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김종필, 이인제, 반기문, 안희정으로 이어지던 이른바 ‘충청대망론’ 계보도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노선은 다르지만 충남 청양 태생인 이 대표가 ‘충청대망론’을 잇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강찬호 위원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대선 출마는 안 한다고 하지 않았냐’는 강 위원의 질문에) 정치인 말을 믿나? 당 대표도 원래 안 하겠다고 하다가 남들이 하라니까 결국 한 것 아니냐. 기회가 생기면 바뀌는 게 정치인 마음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원래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지만 국회 출입 기자들에 따르면 요즘 많이 달라지고 있단다. 말단 기자들에게 농담도 던지는 등 호감형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는 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이 나서서 (대통령이) 될 확률은 현재로선 제로긴 하지만, (대선) 판을 키우기 위해선 본인도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서) 중간에 뛰다가 누구를 지지하면서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당 장악력 강화 및 차기 총선 주도권 쥐려는 사전 포석일 수도”
박 평론가는 “지금 (야당과 달리) 여당에는 손에 잡히는 (대권 후보 격) 인물만 대여섯 명 수준이고, 그거를 지금 이해찬 대표가 관리를 하겠다는 뜻 아닌가. (킹메이커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본인이 출마하는 건 두 번째 문제다. 중요한 건, 대선 구도에서 자기가 빠지지 않고 중심이 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이다.
“(킹메이커가 되거나, 본인이 직접 출마하거나, 어떤 경우든 그런 말들이 퍼지면) 이해찬 대표가 차기 대선의 메인 스트림, ‘주류’가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선 주자들이 이 대표에게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걸 노리고 있는 거죠. 이것은 당권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고, 더 중요한 거는 다음 총선 때 이 대표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청와대나 당내에서) 누구도 반기를 못 드는 거죠. 거기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면, 실제로 다음 대선 구도도 이 대표 본인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거죠.”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親盧·非文 잠룡 점찍나
이 대표가 눈여겨보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거론된다. 유 이사장은 이 대표와 같은 친노(親盧) 성향이고, 이 지사는 이번 ‘혜경궁김씨’ 사건으로 인해 비문(非文) 정체성이 더 짙어졌다. 김 장관은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민주당계 출신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하나같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반문(反文)연대’로 뭉치는 야권의 공세를 피하고, 문재인 정권 후반기를 맞아 ‘대북 정책’ ‘경제 문제’에 피로감을 느낄 국민들을 염두에 둔 잠룡군”으로 보기도 한다.
유 이사장은 친노 그룹인데다 근래 방송 출연 및 작가 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 지사는 근래 정치적 최대 위기였던 ‘혜경궁김씨’ 사태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맷집을 기르고 체급도 키웠다. 김 장관은 경북 상주 출신에 대구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4선 중진이자 현역 장관이 됐다. TK(대구·경북) 지역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국 정치인’으로 성장한 셈이다.
물론 유 이사장의 경우, 본인이 직접 “앞으로 내 인생에서 임명직·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다. 이 지사도 표면적으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몸을 낮췄고,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김 장관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 ‘이해찬계(系)’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도들을 보면, 이들이 차기를 노리는 임종석·전해철·이낙연 등과 각각 맞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대표의 구상대로 ‘20년 집권’을 차례대로 이어가는 후보군이 될 수도 있다.
‘이해찬系’의 등장?
당내에 친문도 반문도 아닌 이해찬계가 ‘신(新)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현재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 출신으로 과거 이해찬 총리를 보좌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2012년 당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그때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이었다.
이해찬계가 친문 그룹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청와대와 친문 의원들은 이해찬 지도부가 야당의 ‘서울시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자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2018년 12월호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닌데 대표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겉으로 보기엔 당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현 정권을 창출한 킹메이커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후, 노 대통령까지 서거하자 당시 문 대통령은 폐족(廢族)으로 몰린 친노 그룹에서 상주(喪主) 노릇을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정치에 다시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실세 총리’ ‘버럭 총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국무총리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때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의 상관(上官)으로 있으면서, 일찌감치 그의 잠재력을 파악했던 것이다.
재수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대표는 친문 후보인 김진표 의원을 꺾고 집권여당의 신임 대표가 됐다. 청와대도 이 대표의 깐깐한 성격을 알기에 내심 ‘당청(黨靑) 관계가 껄끄럽게 돌아가진 않을까’ 걱정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경륜과 내공을 인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여름, 당 대표 후보로 나섰을 때 “당 대표를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 7선 국회의원, 3번의 정책위의장, 국무총리를 한 제가 뭘 더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현 정권에 어느 정도 지분도 있고, 집권여당 대표까지 거머쥔 그는 차기 대권 구도에서도 킹메이커로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할까.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 10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대표의 대권 행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좀 쉬운 말로 얘기해서 대권 앞에는 장사 없어요. 모든 사람이 대권 근처만 가면, 하여간 욕심을 내요. 그리고 또 뭐, (대통령이 될) 자격 있죠. 그만한 경륜 있고. 또 자기 소신 있고 그러니까.>
대권說 일축하지만... 피어오르는 ‘충청大望論’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0월 31일 자 지면에 ‘이 대표의 전당대회 캠프 해단식’ 잠입 취재기를 썼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이번) 행사 규모를 보면 킹은 아니라도 킹메이커로서의 위력 과시는 확실히 된 자리”라고 평했다. 해당 기사(‘이해찬의 수상한 쫑파티, 어렴풋이 신주류 보였다’)의 일부분이다.
<마침내 이해찬이 등장해 마이크를 잡았다. 연회장이 떠나갈 듯 환호가 터졌다. “이제 우리 당엔 계보도, 파벌도 없다. 수십 년 정치하면서 이렇게 좋은 환경은 처음이다. 그래서 정권을 절대 뺏겨선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오늘 내가 이 모임을 한다니까 대선에 나가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도 많고 (언론도) 그런 시각으로 쓸까 봐 분명히 말씀드린다. 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다. 그 뒤 대선(2022년)까지 2년은 상임고문으로 재집권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오해나 억측 말라.”>
이 대표는 이처럼 ‘대권 도전설’을 수차례 일축했다. 일각에서도 “고위직을 두루 경험한 이 대표의 경우, 진보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하면 정치 인생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가게 되는 것”이라며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친노 세력을 결집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이어 본인이 직접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당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밀려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대표의 정치적 입김이 더 강해진 상황이다. 정치권도 언론사들도 ‘여권 내 유일한 친문 대항마’ ‘실세 당 대표’ 이해찬의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김종필, 이인제, 반기문, 안희정으로 이어지던 이른바 ‘충청대망론’ 계보도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노선은 다르지만 충남 청양 태생인 이 대표가 ‘충청대망론’을 잇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강찬호 위원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대선 출마는 안 한다고 하지 않았냐’는 강 위원의 질문에) 정치인 말을 믿나? 당 대표도 원래 안 하겠다고 하다가 남들이 하라니까 결국 한 것 아니냐. 기회가 생기면 바뀌는 게 정치인 마음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원래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지만 국회 출입 기자들에 따르면 요즘 많이 달라지고 있단다. 말단 기자들에게 농담도 던지는 등 호감형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는 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이 나서서 (대통령이) 될 확률은 현재로선 제로긴 하지만, (대선) 판을 키우기 위해선 본인도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서) 중간에 뛰다가 누구를 지지하면서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당 장악력 강화 및 차기 총선 주도권 쥐려는 사전 포석일 수도”
박 평론가는 “지금 (야당과 달리) 여당에는 손에 잡히는 (대권 후보 격) 인물만 대여섯 명 수준이고, 그거를 지금 이해찬 대표가 관리를 하겠다는 뜻 아닌가. (킹메이커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본인이 출마하는 건 두 번째 문제다. 중요한 건, 대선 구도에서 자기가 빠지지 않고 중심이 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이다.
“(킹메이커가 되거나, 본인이 직접 출마하거나, 어떤 경우든 그런 말들이 퍼지면) 이해찬 대표가 차기 대선의 메인 스트림, ‘주류’가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선 주자들이 이 대표에게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걸 노리고 있는 거죠. 이것은 당권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고, 더 중요한 거는 다음 총선 때 이 대표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청와대나 당내에서) 누구도 반기를 못 드는 거죠. 거기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면, 실제로 다음 대선 구도도 이 대표 본인이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거죠.”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