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이 있을 때까지"... '첫눈' 와도 버티는 탁현민

"제 의지는 이미 (국민과 청와대에) 말씀드렸다"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업데이트 2018-11-03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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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특유의 행사 연출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소위 '왕(王)행정관'으로 불리던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탁 행정관이 지난여름 사의를 밝히자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가을에 3차 정상회담 등 할 일이 많으니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대관령 등에) 이미 첫눈이 왔는데 왜 놓아주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탁 행정관은 과거 본인이 쓴 책에서 왜곡된 '성(性) 인식'을 드러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탁 행정관은 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작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목적 의사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 (행사 인원) 해산을 위해 했다고 하지만, 인정하기 어렵다"며 "투표 참여 독려행위였다 해도 선거법이 정한 규정을 준수했어야 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탁 행정관은 작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탁 행정관은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거취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제가 쓰여야 한다면, 제가 쓰임이 있을 때까지는 그것에 따르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하는 일이 아시다시피 제 의견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 의지보다 우선하는 게 있고 우선하는 것에 따라 저도 움직인다"며 "제 의지는 이미 말씀드렸다. (자의든 타의든, 거취 결정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직을 유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탁 행정관은 작년 5월 6일 홍대 앞에서 개최된 프리허그 행사가 종료될 무렵,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육성 연설이 들어 있는 '2012년 대선 로고송 음원'을 틀었다.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스피커로 송출, 불법선거 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7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탁 행정관과 검찰 측의 항소를 모두 파기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탁 행정관은 공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시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항소심에서 70만 원 벌금형이라면, 상고를 하더라도 사실상 확정 판결로 보인다"며 "저도 탁 행정관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처음 사퇴하라 촉구한 바도 있다. 그러나 그 후 그의 능력으로나 대통령께서나 비서실에서 필요하다면, 그 이상 그의 거취에 대해서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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