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출범 후 KBS 이사직에서 해임된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6월 11일 “원고가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 집행했다는 등 사실만으로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추천으로 2015년 9월 KBS 이사로 임명된 강규형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KBS본부노조(언노련 산하)와 이에 동조하는 운동권 학생들로부터 4개월여 동안 KBS 이사직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노조는 학교까지 찾아와 강 교수의 이사직 사퇴 요구 시위를 벌였고, KBS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강 교수를 물리력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린치를 당했다. 강 교수는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끊어 노조원들을 고발했고, 해당 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는 일부 언론노조원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노조는 야권 추천 이사들을 겨냥해 감사원에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12월 27일 강 교수가 320여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애견카페에서 사용한 것 등을 문제 삼아 “감사원의 감사 결과 강 전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강 교수의 이사직 해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이를 바로 승인했다. 강규형 교수는 “1심 선고 때까지 이사 해임을 중단해 달라”고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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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규형 교수는 명지대까지 찾아와 피케팅을 하는 KBS 2노조원들 옆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그들에게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1심 재판 과정에서 강규형 교수는 “KBS 이사회 사무국이 안내한 사용 지침대로 매달 100만원 한도 내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당집행 부분에 관해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증명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봐야 하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가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강 교수 해임이 다른 이사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KBS 이사 11명 모두에게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다”며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해임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고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른 여당인 민주당 추천 KBS 이사들을 포함한 다른 이사들도 업무추진비 사용 양상에서 유사한 행태를 보였음에도 강 교수만을 콕 집어 해임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기 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 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규형 교수는 "2년 4개월여 동안의 외로운 싸움으로 심신이 피폐해졌다"면서 "법원판결로 KBS이사로 복직하지는 못하겠지만, 정권의 막가파식 방송장악 과정에서 내가 해임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혔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방송가 일각에서는 강규형 교수가 문재인 정권 출범 후 4개월여동안 KBS이사직 해임에 저항하면서 그 부당함을 널리 알리는 바람에 정권과 노조가 KBS를 신속하게 장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그 덕분에 오늘날 KBS가 MBC에 비해 그나마 덜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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