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검찰 무리수 드러나 : 월간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대기중이던 이 부회장은 기각 결정 후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 삼성그룹 경영 지배권 강화 과정에서 주가 시세 조종, 분식회계 등의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 명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9일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검찰이 1년 6개월 이상 수사를 진행했고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이제와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무리수'였음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부회장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 및 신병처리 판단을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면 상대적으로 삼성에 유리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또 법원의 영장 기각이 검찰 시민위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여부를 결정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으로서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게 돼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2017년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았고 두 번째 심사에서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1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가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