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찾은 이낙연, 유족들에게 "왜 왔나" 원성 듣고 반박 : 월간조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천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유족들에게 면박을 당했다.

이 전 총리는 5일 오후 3시55분께 일반 조문객 신분으로 이천 화재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 전 총리는 희생자 영정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유족들과 15분정도 만났다.

이 전 총리가 온다는 소식에 유족들은 이번 사태의 해결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었고, 30여명이 유족대기실에 모여 이 전 총리를 기다렸다. 이 전 총리는 총리시절 사건사고 현장을 신속하게 찾아 대책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면담자리에서 박종필 유족 대표와 유족들은 열악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단언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유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빠른 시일내로 도와드릴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실망감을 표현하며 면담자리를 떠나기도 했고 한 유족은 격앙돼 "그럴거면 뭐하러 왔나,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따지자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며 받아쳤다. 또 "이럴 거면 그냥 가시라. 사진 찍으러 온 것이냐"라고 말한 유족을 향해 "그럼 가겠다"며 나갔다.

이 전 총리는 오후 4시20분께 엄태준 이천시장과 차량에 동승해 합동분향소를 떠났으며, 엄 시장은 약 15분 뒤 합동분향소로 돌아왔다.

이날 이 전 총리와 유족들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총리도, 의원도 아니라면서 굳이 가서 유족들과 언쟁을 벌여야 했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전직 전남도지사ㆍ21대 국회의원 당선자ㆍ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이 전 총리를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이자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라고 비판했다.

또 “이 전 총리가 현직 총리 재직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눈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읽은 기념사,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며 “그 눈물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이었나 보다”고 지적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