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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우한폐렴)로 인한 사태 극복 명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금 지원에 나서면서 지방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는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1000억 원 넘는 돈을 빌릴 처지에 놓였다. 정부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에 따라 강원도에 투입되는 돈은 44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650억 원은 강원도와 18개 시군(市郡)이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에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한 방침인 걸로 전해졌다. 문제는 생활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책 등에 2000억 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보니, 강원도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40%에 가까운 1450억 원을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려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 전체 부채는 5400억 원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광주·전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해 쏟아 붓는 긴급 생계비 때문에 휘청대고 있다”며 “코로나19 재난 사태로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진작과 가계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길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광주시의 경우 코로나19 긴급대책 차원에서 상생카드로 지원하는 예산은 1100억원 규모라고 한다. 시(市)는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긴급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남도의 재정 사정도 여의치 않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도(道)는 1280억원의 긴급생활지원비 예산을 편성했다. 긴급생활지원비는 도비 40%, 시군비 60%로 충당했다. 도는 정부 재난지원금 매칭분 1000억원 안팎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코로나19 재난 극복을 위한 천문학적 현금성 지원은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 첫 사례로 감당 못할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며 “정부 재난지원금을 챙겨야 하는 지자체에겐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경제적 후유증을 심하게 앓을 것은 뻔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는 코로나19 피해지원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공유재산을 매각하는 등 자주재원(自主財源)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자주재원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재원을 말한다.
대전시는 공유재산 보존부적합 토지와 미활용 행정재산 용도를 폐지하는 등 앞으로 5년간 300여억원 이상을 매각해 자주재원을 확보한다고 27일 밝혔다. 토지 매각 등으로 마련된 자금은 ‘공유재산 특별회계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올해 50여억원 이상을 코로나19 피해지원으로 부족한 재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250여억원 이상은 독립채산의 원칙에 따라 특별회계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자주재원 확보를 위해 우선 민원이 제기된 토지와 보존부적합 토지 및 행정재산의 기능이 상실된 토지 등을 대상으로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자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에 따른 용도제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 인천시 대구시 경상남도 등 지자체들이 최근 행안부에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잇따라 건의했다. 대구시는 행안부에 지난 23일 포괄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서울시와 인천시 강원도 등도 지방채 제한 완화를 요구했다.
지방재정법상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는 원칙적으로 경상성(일회성) 지출이 아닌 투자성 지출에만 쓸 수 있다. 다만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이나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세입 결함을 보전할 때는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재정건전성 규제도 완화해달라고 행안부에 요청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면 ‘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올해 계획한 지방채 3조원을 발행할 경우 23%에 이른다.
일각에선 포괄 지방채를 도입하고 지방채 제한을 완화할 경우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한국행정학회장)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법에서 지방채를 투자성 용도로 제한한 것은 4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마구잡이로 빚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한순간에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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