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1년 경기 분당을 4.27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의 강재섭 전 대표의 모습이다. 이 선거를 끝으로 정계를 떠났었다. |
총선 패배로 어수선한 미래통합당 내에서 비대위 구성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기자에게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다. 5선의 화려한 정치이력에다 원만한 인품으로 조정과 통합의 명수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2년 62세의 나이에 정계를 떠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보기 드문 젊은 나이였다. 당시 “앞으로 뭘 할지는 모르지만 유쾌하게 떠날 것”이라는 말을 남겼었다.
 |
| 강재섭 전 대표. |
강 전 대표는 이명박과 박근혜 간 권력다툼의 희생자였다. 2008년 총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 간 공천파동이 불거지자 불출마 카드로 스스로 정치를 던졌던 그다.
한때 강 전 대표는 TK 꿈나무였다. 지난 1998년 한국판 ‘토니 블레어(당시 45세 영국 수상)’를 내세워 이회창 총재의 당권에 도전했다가 허주(虛舟·故 김윤환 의원)의 만류로 불출마를 선언한 아픈 기억이 있다.
기자가 모처럼 강 전 대표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더니 이런 답이 왔다. 미래통합당의 참패가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표현은 여전히 화끈했다.
“질 때는 확 지는 게 낫습니다.
어설프게 지느니 폭삭 망해야 오히려 다음 기회가 오지요. 당 이름부터 확실하게 ‘자유당’이라 하고 당 색깔부터 바꿔야 합니다.
황건적, 홍건적 같은 색깔은 원래 체제를 뒤엎자는 세력들의 전유물이지요. 깊이 없는 이벤트 전문가들의 얄팍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결과지요.
보수당은 푸른색으로 다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사실, 서구 정당사에서 파랑은 보수정당의 색깔이다. 대의 민주정치의 원조인 영국의 경우 파랑은 보수당의 상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파란색을 정당의 상징색으로 정하기 이전에 파랑은 줄곧 민정당(1981년 창당), 민자당(1988년), 신한국당(1996년), 한나라당(1997년)의 상징색이었다. 즉 보수정당의 색이었다. 무려 31년간 보수당이 파랑을 선점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31년간 써온 파란색을 버리고 정반대편의 색상인 빨간색을 당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빨간색은 젊은 세대의 열정을 대변하는 붉은 악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
| 1990~2000년대 정당 로고. |
 |
| 2010년대와 2015년 이후 정당 로고. |
 |
| 2020년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로고. |
강 전 대표는 덧붙여 이런 말을 했다.
“‘민주’는 북한도 쓰는 용어고 열린당, 통합당 등의 이름은 당연한 식상한 단어들이죠.
붉은색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들의 색깔이니 보수당이 그런 헷갈리는 걸 내세우면 기회주의적 자세밖에 안 되지요. 이 기회에 확 바꾸고, 푸른색의 자유당 기치 아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의 당을 완전 해체한 뒤 새로운 정강정책 만들고 새 이름, 새 색깔로 다시 출발해야지요.
푸른색은 태반이나 마찬가지인데 적에게 갖다 바치니 그때 볼 일 다 본거지요. 영혼을 팔아먹었다고 할까….”
푸른색은 태반이나 마찬가지인데 적에게 갖다 바치니 그때 볼 일 다 본거지요. 영혼을 팔아먹었다고 할까….”
그에게 정치 이야기를 더 묻고 싶었으나 강 전 대표는 유쾌하게 답했다.
“이제 우리는 정치 얘기 그만하고 당구나 치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