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거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 월간조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미국 지식인들, 특히 리버럴 성향의 지식인들은 ‘미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20세기의 역사를 통해 트럼프의 등장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열심히 경고했다. 그들이 아무리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주주의 제도가 근본적인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에는 3권분립과 연방제, 언론의 자유, 풀뿌리 시민운동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책들이 경고하고 있는 일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하루 앞두고 이런 책들에 나와 있는 새겨볼 만한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 1932년 나치당에 표를 던진 독일인들 중 일부는 당분간 그것이 의미있는 자유선거로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1946년 체코슬로바키아공산당에 표를 던진 체코인과 슬로바키아인 일부는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종말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다시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모든 선거는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표를 던진 사람의 생애에서는 마지막 선거일 수 있다. 나치는 1945년 세계전쟁에서 패할 때까지,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주의자들은 1989년에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권력을 유지했다. - 티모시 스나이더 <폭정>

- 의장은 곧 벌어질 선거유세가 결정적이라고 선언하더니 정국 불안정을 해결해야만 한다고 했다.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견고하고 안정된 체제가 요구된다고 했다....괴링은 나치당이 다수석을 확보한다면 이 선거가 향후 10년간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빙그레 웃으며 어쩌면 백 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에리크 뷔야르, <그날의 비밀>

- 유리한 선거 경과에 대담해지거나 이데올로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정당, 또는 두 가지 경우에 다 해당되는 정당은 안으로부터 체제를 바꿀 수 있다. - 티모시 스나이더 <폭정>

- 우리는 제도가 가장 직접적인 공격에 직면해서도 자동적으로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제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통치자들이 바로 그 제도를 바꾸거나 파괴할 수는 없으리라고 추정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심지어 그들이 제도를 바꾸고 파괴하겠다고 공언했을 때조차 사람들은 그런 오판을 저질렀다....때로는 제도는 그 생명력과 기능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기도 한다. 그 결과 제도는 새로운 질서에 저항하기보다 그것을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다....나치가 내세우는 새로운 질서가 공고해지기까지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 티모시 스나이더 <폭정>

- 공산주의자들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장악한 이야기는 아직도 새겨들어야 할 교훈을 담고 있다. 착한 사람들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착한 사람들이 분열되어 있고 그들의 적보다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렇다. 자유에 대한 열망은 모든 인류의 가슴에 새겨져 있기는 하지만, 잠재되어 있는 안주, 혼란, 그리고 비겁함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패배는 그 대가가 따른다. 1948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에는 민주주의자들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 매들린 올브라이트 <파시즘>

-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절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 이제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흔히 범해지는 실수는 없다. - 매들린 올브라이트 <파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