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은 독불인(獨不人)이다. 여러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거침 없이 해.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처지임에도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그가 써야 할 글이라면 누가 뭐래도 자기 생각대로 쓴다. 누가 고치고 코치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타협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고 자기 식대로 기자를 했다." (김대중 전 조선일보 고문의 故人에 대한 評)
- 고 이도형 한국논단 대표. 사진=조선일보
이도형(李度珩·87) 한국논단 대표가 5일 별세했다.
조선일보 주일 특파원과 논설위원 등을 지낸 고인은 1989년부터 월간지 '한국논단'을 운영하며 보수 논객으로 살아왔다. 고인은 6·25전쟁에서 통역장교로 복무했고, 베트남전 때는 조선일보 베트남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북한 김일성이 미군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는 특종을 했고, 주일 특파원 시절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가장 먼저 알렸다.
한국논단은 1997년 '대통령 후보 사상검증 대토론회'를 주최하며,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사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토론회는 큰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김대중 후보 측은 대선을 보름 앞둔 1997년 12월 초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인을 고발했다. 검찰은 범죄구성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고발 건을 기각했다. 김대중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인 1998년 2월25일, 국민회의 측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와 '한국논단'은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형사 두 건, 민사 여섯 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형사사건 두 건 가운데 5개 시민단체와 시민 두 명이 대통령 후보 초청 사상검증 대토론의 TV 방영 중 발언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사건은 무혐의 처리됐다.
민사사건 여섯 건 가운데 한 건은 1억원 배상 판결로 끝나 그가 살던 집이 강제경매 돼 그 집에서 쫓겨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후보 초청 사상 검증대회가 말썽이 돼 집까지 잃은 셈이다.
민사사건 여섯 건 가운데 한 건은 1억원 배상 판결로 끝나 그가 살던 집이 강제경매 돼 그 집에서 쫓겨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후보 초청 사상 검증대회가 말썽이 돼 집까지 잃은 셈이다.
고인은 그에 굴하지 않았다. 2001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내가 뭘 잘못했어"라며 이렇게 말했다.
<원칙에 관한 문젠데 그럴 수가 없죠. 우리나라가, 인권을 짓밟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빼앗은 공산당이 싫어서 만든 나란데, 이걸 지금 공산당한테 팔아 넘기려고 한단 말이요. 내가 볼 때는 지금 80%는 공산화가 됐다고 봅니다.>
김대중 전 조선일보 고문은 고인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이도형은 독불인(獨不人)이다. 여러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거침 없이 해.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처지임에도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그가 써야 할 글이라면 누가 뭐래도 자기 생각대로 쓴다. 누가 고치고 코치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타협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고 자기 식대로 기자를 했다.> (《신문인 방우영》 중)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한림대병원에 시신을 기증하고, 장례식도 갖지 않았다. 유족으로 부인 권오수씨와 정민·정선·진경·진욱 1남 3녀가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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