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동정 표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시켜줬고, 국회의원 선거든 지방선거든 10번 이상 출마한 서중현씨를 대구 서구청장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서씨는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시 한겨례민주당 소속으로 대구 서구을에 처음 출마한 후 18대를 제외하고 매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한 번도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도 출마했다.

다만 지난 2007년 4월 대구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됐고, 이후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강성호 후보에 승리해 대구 서구청장직에 올랐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하다. 16대 총선 이래로 경기도 군포시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고향 대구에서 제2의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19대 총선(2012년)과 2014년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는 낙선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또다시 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번의 도전 끝에 김 의원은 대구에서 4선의 고지를 넘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고생 많이 한 김부겸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거물급 정치인인 홍준표 전 대표가 공천에서 떨어지자 미래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선택한 지역은 대구 수성을이다.

"정치적 부담이 없고 서로 얼굴을 부딪치지 않는 곳에 나가겠다"고 해서 출마한 지역이 대구 수성을이다.

홍 전 대표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그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거듭된 험지 출마 요구에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출마하는 경남 양산을로 출마 지역을 옮겼다. 그러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홍 전 대표가 대구로 지역구를 옮긴 데에는 영남중·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구가 사실상 '제2의 고향'이란 점만 고려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정 표심이 강한 대구만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국회에 입성할 수 있게 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홍 전 대표와 맞서는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에게도 동정 여론이 있다는 것이다.

이인선 후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수성을에 공천을 받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현역인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시키고 이 후보에게 공천을 줬다. 이 후보는 자신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 의원에게 패했다.

절치부심한 이 후보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사실상 본선으로 볼 수 있는 보수정당 경선 관문을 뚫고 수성을 행 티켓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홍 전 대표라는 거물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하니, 동정 여론이 형성하는 것이다.

과연 대구 수성을의 동정표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대구의 <매일신문>이 'TBC'와 함께 소셜데이타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무소속 홍준표 전 대표와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대표가 37.0%, 이인선 후보가 35.5%였다.

※여론조사 이렇게 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매일신문>·'TBC' 의뢰로 소셜데이타리서치가 2020년 3월 28일 대구 수성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 방식(무선전화 69.1%, 유선전화 30.9% RDD 방식)로 진행했다. 유선은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로, 무선은 통신 3사가 제공한 가상번호 표본을 추출했다.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통계보정은 2020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별·성별·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다. 응답률은 4.9%(무선 5.6%. 유선 3.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