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승기라 하면 대체로 신차만을 소재로 하여 새로나온 차량의 성능과 느낌등을 미리 독자들에게 알려주는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필자의 시승은 신차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구(舊)차의 시승이라 하겠다. 그럼 혹자는 구형차량을 시승하는것이 무엇이 의미가 있느냐고 물을 수 도 있는데, 구차(舊車)를 시승함으로서 얻는점은 신차(新車)를 시승할때 얻는점과 달리, 비할 수 없는 소중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차량의 특성이자 성격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점이다. 신차당시에는 들어나지 않았던 오류나 수정되어야 할 점이 감출수 없이 들어나기 때문에 때로는 구차의 시승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내의 자동차 관련 잡지사들은 일부로 특정차량을 일반인이 실제 구입했을때와 동일하게 모든 요건을 맞추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이상 차량을 사용하면서 지적되는 문제점등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 경우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동안 발생한 고장횟수며, 개선되어야 할 점, 출고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문제점들을 면밀히 관측할 수 있으며, 이 점들은 차량을 만든 회사에게도 중요한 데이터가 되며, 소비자들에게는 차량구매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시승을 Long Term Test 라고 말한다. 말그대로 장기간 시승 혹은 시험등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일단은 국내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차종이 바로 트럭이다. 국내에서는 트럭 사용자는 용달업, 상업, 농업등 특수 전문직에만 한하여 구매하기 떄문에 트럭이라하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차종이자, 관심밖의 차종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한 가구당 한대쯤은 가지고 있을만큼 많이 보편화 된 차종이 바로 픽업트럭(Pick-Up)트럭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미국시장에 문을 두드린 일본계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산 트럭만이 활보하던 이 픽업트럭 시장마저 개척하여 미국산 트럭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이에반해 국내 자동차 업계들은 아직까지 이 픽업트럭부분에는 전혀 갖춰진 라인업조차 없으며, 추후 개발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럼 왜 미국인들에게 트럭은 중요한 것일까? 국내에서도 전체 차량 판매율중 근래에 SUV (Sports Utility Vehicle)의 판매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런 SUV차량 시장의 선두격인 미국내에서 트럭은 일종의 SUV 차량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점을 반영하여, 쌍용에서 몇년전에 무쏘차량 뒷부분에 트럭을 붙여 만든 무쏘스포츠가 젋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몰았었다. 실용성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미국에서는 트럭과 같은 차량이 있음으로서 짐을 운반하는 경우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가구당 차량수가 국내에 비해 많다보니, 평상시외에 필요로 하는 차량으로 트럭을 구매하는것이다. 결국 레져와 실용성의 연장선상에서 트럭구매는 미국인들에게 보편화된 것이다. 또한 미국내에 농경중심지역인 중서부와 남부지역에서는 실용성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트럭의 수가 오히려 일반 세단이나 쿠페등의 승용차 대수보다도 더 많기도 하다. 이런 주(州)들로는 켄자스(Kansas), 텍사스(Texas), 등이며, 이런 곳에서는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가 트럭을 타는 일은 흔한일이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 필자의 시승기를 시작해보자. 포드社는 트럭라인업중 F-150 이란 차량 하나만으로 세계에서 가장많은 판매고를 달성한 회사이다. 그만큼 트럭시장이 미국내에서 중요하며, 또한 자동차 기업에서도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기회를 통해서 포드사가 트럭판매 슬로건으로 내세운 “Built Strong”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에 필자가 시승하게 된 차량은 포드社의 소형 픽업트럭 레인저(Ranger)이다. 정확히 말하면 1993년형 레인져 스플라쉬(Splash) 이다. 레인저 라인업중에서는 약간의 스페셜모델로서 뒷바퀴 부분 휀더에 굴곡이 있는 모델이다. 기어박스는 5단 수동이며, 엔진은 2.3L Inline(직렬)4기통이다. 93년형 이후부터는 V6모델이 추가로 생겨났지만, 필자가 몰아 본 포드 레인저는 92년도 구형 레인저에서 신형화되가고 있던 레인저의 과도기버전 정도에 해당한다. 역시나 미국인들은 강한 힘을 원하기 때문에 크기는 소형이지만, 이 작은 레인저에 추후 V6엔진까지 장착했다. 외관 우선 차량은 15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이미 페인트의 색은 제 색을 잃은지 오래다. 색이 바랬다는 표현이 딱 맞을것 같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휠하우스 부분에 일부 페인트가 벗겨져 녹이 슨 흔적도 15년의 세월을 말해준다. 외관에서 주는 모습은 마치 박물관의 오래된 골동품을 만났듯 숙연해졌다. 외관다음으로 느껴진것은 바로 엔진의 소리였다. 소음 일단은 정상적인 직렬4행정엔진과는 차이가 어느정도 있는 엔진음으로 150만마일(약 2백40만킬로)의 주행거리를 실감하게 하는 소리였다. 필자가 예전에 몰았던 쌍용의 뉴코란도 230SL 역시 직렬 4기통엔진에 2.3리터 엔진이었다. 물론 뉴코란도에 장착된 엔진은 터보인터쿨러 모델이고, 또 메이커가 다른엔진이기에 신차상태에서도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엔진이 내는 소리가 이상한지 아닌지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포드 레인저의 엔진음은 오랜세월과 많은 마일리지를 통해서 필요이상의 공진음이 엔진에서 들려왔고, 추측되는것으로는 엔진내부에 축척된 카본과 전체적인 상태가 효율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느껴졌다. 쉽게 말하자면 엔진에서 말(마력;馬力)이 어느정도 빠져나갔다고 할 수있다. 그래도 차량오너가 엔진오일과 미션, 클러치 오일등을 교체해주었기에 그래도 차량의 모든 기계적인 부분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와 승차감 그다음은 실내인테리어와 승차감. 실내 인테리어는 그저 트럭으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럭셔리함이나 안락성과는 거리가 먼 투박함과 실용성만이 느껴졌다. 그래도 기본적인 라디오와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는 스테레오와 에어컨과 히터 정도는 갖춰져 있다. 그외에 파워원도우가 아닌 수동방식의 손잡이를 돌려 여는 창문은 당연한 것이다. 좌석 역시나, 몸을 감싸준다거나 안락하다기 보다는 그냥 의자위에 걸터앉은듯한 느낌이었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인 서스펜션 역시 이 트럭에게는 기대하기는 어렵다. 트럭의 적재에만 충실하기에 일반적인 판 스프링이 이 차량의 후륜부에 적용되었기에, 거친 노면을 지날때는 온몸으로 그 노면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운전특성 우선은 오랜세월만큼이나 각각 달라진 페달의 차이나는 유격. 분명히 출고당시에는 같은 선상에 거의 동일한 유격을 가지고 있었을, 클러치, 브레이크, 엑셀레이터는 제 각각 다른 선상에 있었다. 물론 운전을 하거나, 변속을 하는데 있어서는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필자가 평소 즐겨하던 힐엔토(Heel and Toe)를 시도해보았으나, 브레이크와 엑셀사이에 벌어진 유격 때문에 브레이크를 깊숙히 밟아서 급정거가 되는 상태에서나 발뒷꿈치로 엑셀에 닿을 수가 있었다. 그만큼 페달의 위치는 제 각각이었다. 수동변속기로 변속을 할때마다, 의외로 안정적인 변속은 오랜세월에 순하게 길든 양처럼 부드러웠다. 변속충격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마치 오토메틱(Automatic)기어박스를 탄다고 생각했을 만큼 순하게 반응하고 어떤 변속충격조차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일본차량이나 국산차량만큼의 민감성이 없었기에 그저 차량의 둔한 반응이 부드러운 변속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블클러치(Double Clutch; 변속시 변속충격혹은 저항을 줄이기 위한 운전기술)등을 구사하지 않았음에도, 시프트다운 역시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RPM 보상에 크게 신경써 줄 필요도 없이 4단에서 3단으로 3단에서 2단으로 내려갈때도, 전혀 아무런 격한반응따위는 느낄수 없었다. 이 포드 레인저에는 마즈다의 기어박스가 장착되어 있는데, 일본의 수동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랜세월탓인지 너무나도 얌전하게 다운시프트 되는 느낌은 마치 싱크로나이저(Synchronizer; 근래 생산되는 수동변속기 차량에 변속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 장착되는 부속)가 여러개 장착된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세월속에 미션은 민감성을 상실한듯 했다. 전반적인 느낌은 차량이 투박하고 단순한만큼 운전자의 의지에 정직하게 반응했다.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고, 돌으라면 돌아주는 착한 강아지처럼 잘 따라주었고, 정직한 반응은 운전자의 운전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15년의 세월과 240만킬로미터가 넘는 주행거리에도 고속주행에서의 엔진반응은 놀라웠다. 60마일(100Km/h)정도 까지도 거뜬히 올라가고, 그 이상 밟더라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듯 했다. 대체로 차들은 행정이 빨라지는 시점이 실린더내부에 많은 충격을 가하기 때문에 오래된 차량일 수록 고속으로 주행하는데에 있어서 오랜시간이 걸림은 물론 힘겼게 올라가는 반면에, 비교적 좋은 성능을 보여준것에 대해 다시금 포드의 슬로건 “Built Strong”이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지속되는 미국산 차량들의 시장성 점유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만큼 각각의 자동차 메이커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나 확고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GM (General Motors) 역시 근래에 일본의 도요타에 의해 1%내외로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1위자리를 놓고 두 회사는 업치락 뒤치락 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미제차의 실내 인테리어는 정말 단조로움과 투박함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현재 출고되는 차량은 일제차량을 타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독일 차량을 타고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상당히 개선되었고, 그 만큼 미국산 자동차 메이커들이 외국 브랜드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포드의 경우, 현재 생산되는 승용모델에는 모두 음성인식 기능까지 도입함으로서 외산 브랜드보다 앞선 편의성으로 시장탈환에 노력을 하고 있다. 포드의 음성인식기능은 대부분의 차량에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인식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Turn on Radio” 라고 말하면 라디어가 저절로 켜진다. 미국내 한국차량 메이커인 현대자동차 역시 최근 미국에 출시한 NF소나타 트렌스폼의 반응과 퀄리티를 높이 평가 받고 있으며, 필자가 사는 이곳 워싱턴 D.C.에서도 종종 NF소나타 트렌스폼을 보게된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생산대수를 배치, 확보하지 못한 제네시스 역시 호의적인 반응을 각 미국의 저명한 잡지사들(Edmunds 잡지사)로 부터 받고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필자가 새로운 차량과 오래된 차량들을 시승해 보겠다. 워싱턴 D.C.에서 자동차 칼럼리스트, 김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