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군·독일군' 닮은 윤석열, '중세 유럽군' 닮은 황교안 : 월간조선

영국의 전략 사상가 리델 하트(Basil Henry Liddell Hart, 1895~1970)가 1927년에 쓴 《위대한 지휘관을 벗긴다》에는 몽골군과 중세 유럽군의 차이점을 비교한 대목이 있다. 리델 하트는 몽골 기마군단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를 간편성에서 파생된 기동성에서 찾았다.

몽골군은 보급부대가 따로 없는 전원 기병(騎兵)이었다. 기병 한 사람이 말 4~5필을 몰고 다니며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고, 비상시엔 말고기를 식량 또는 물통(말의 피를 빨아 마셨다)으로 썼다. 느린 보급부대를 거느리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부대 이동속도가 빨랐다. 기동성을 높이고자 몽골군은 갑옷도 아주 가볍게 입었다.

독일군은 몽골군과 닮은 군대였다. 바이마르공화국의 장군이었던 한스 폰 젝트(Hans von Seeckt, 1866~1936)가 창안한 ‘전격전’은 몽골군을 연상시키는 좋은 예다. 말 그대로 전광석화처럼 적(敵)을 치고 달리는 전법(戰法)이다. 전격전은 히틀러의 기갑군단도 자주 써 먹었다. 그 덕에 프랑스를 11일 만에 점령하는 전과(戰果)를 올렸다.

반면, 중세 유럽 기마군은 보병과 연계된 다소 복잡한 조직에 중무장을 갖춘 군대였다. 성격이 다른 군대 조직이다 보니 기동성이 떨어졌다. 중세 유럽 기사들의 갑옷 무게는 약 40kg 정도였다. 말에 씌운 갑주까지 합하면 족히 90~100kg에 달했다. 이 무게로 넘어지면 혼자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겉으론 근사해보이나 이런 중무장은 '죽기 싫다'는 방어적인 심리를 뜻한다.

위의 사례들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전사학(戰史學)에 비춰 떠올려 본 것이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20여 곳에서 일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대규모 압수수색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자택 압수수색(11월 19일)부터 구속영장 청구(11월 25일), 구속 수감(11월 27일)까지 재빠르게 전개했다. 윤 총장은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권 실세 13명을 단 번에 기소해버렸다. 그 바람에 자신의 손발이 잘려 나가고, 지금은 자리마저도 위태로운 상태다.

윤석열 총장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권과 대척점에 서 있는 황교안 대표는 험지(險地)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아직 지역구 선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돌았으나, 이미 상대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깃발을 꽂으며 여유 있게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총선 승리를 위해(더 정확히 말하면 살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때 미국 최고의 기업가로 불린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젝 웰치 회장은 "신속성은 간편성에서 나오지만, 이 간편성은 자신감에 뿌리를 박고 있다"고 했다. 한 사람은 그 속성을 너무 잘 간파해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감보다는 신중함이 앞서 '답답해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된 스타일의 이 두 사람이 '반(反)문재인'이라는 동일 전선(戰線)에 나란히 서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이들의 향배(向背)를 지켜 보는 관객들의 재미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 같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