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 뒷조사' 최종흡·김승연 2심서도 실형 선고 : 월간조선

[관련기사]

[1] 국정원·국세청의 ‘DJ 비자금 뒷조사’ 재판 기록
재판부는 왜 김홍걸 관련 ‘1억 달러’를 ‘對北 관련성’이 있다고 봤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D&nNewsNumb=201903100002

[2] ‘1억 달러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는 美 FBI
국정원은 관련 ‘수표’까지 확보!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D&nNewsNumb=201904100015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1심과 같은 형량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위법하게 유용해 공작 사업에 썼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J비자금’이나 노 전 대통령의 금품 제공 의혹 등을 추적하는 것은 국정원 고유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고에 납입될 돈을 정당한 사업이라 보기 어려운 것에 불법 사용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행위"라며 "피고인들이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대북 업무 목적으로 써야 할 특활비 10억원을 김 전 대통령 등과 관련한 비위 정보 수집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미국에 감춰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뒷조사에 착수했다. 이 작업에는 ‘데이비드슨’이라는 작전명이 붙었다.

지난해 《월간조선》 취재 결과, 이 '데이비드슨 공작'은 2010년 국정원 해외정보관이 보내온 첩보를 통해 착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입수한 재판 기록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이 한국계 미국인 T씨에게서 얻은 첩보의 내용은 이러했다.

〈2010년 상반기 해외정보국 ○○○ 정보관 ○○○의 보고다. 한국계 미국인 T씨의 보고 내용인데, 미국 내 DJ 비자금이 서부에 6억 달러(또 다른 재판 기록엔 ‘6억5000만 달러’로 적시), 동부에 7억 달러가 있다. 동부는 ㄱ 회장, 서부는 ㄴ씨가 관리한다. ㄷ 기업 전 회장 ㄹ씨가 함께 인출해야 출금이 가능하다. 그중 1억 달러가 DJ의 삼남(三男) 김홍걸이 운영하는 중국 북경 등 3개 회사를 거쳐 북한에 있는 평양과기대로 송금되려 한다.〉

위 첩보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에 13억 달러가량의 DJ 비자금이 미국 동·서부에 분산 예치돼 있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다는 것이다.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된 이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유수의 기업가들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DJ의 삼남 김홍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씨 관련 대목이다. 1억 달러가 ‘김씨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북한 평양과기대로 흘러 들어가려 한 정황이 있다’는 요지의 기술이다. 즉 DJ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13억 5000만 달러의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려는 정황이 있었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김홍걸씨와 연관 있는 이들 회사의 구체적인 현황도 파악했다. 특히 김홍걸씨 관련 회사를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았는데, 돈이 흘러 들어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은 국세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때 협조한 이가 당시 박윤준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다. 그 역시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의 3차 공판(2018년 12월 12일)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몇몇 인물이 언급되기도 했다. DJ 비자금의 ‘최초 제보자’라고 할 수 있는 T씨를 비롯해 김홍걸씨, 김씨와 연관 있는 회사로 추정되는 ○○○○회사의 대표 손○○, 비자금 관리책으로 의심되는 재중(在中) 박○○ 등이다.

이처럼 비자금의 구체적인 액수와 미국 내 관리자(실명), 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홍걸씨 관련 회사의 현황 등 상세한 경위가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진위를 파악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최종흡 전 차장과 김승연 전 국장은 '회계 처리의 미비' 등의 이유만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