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취임하는 순간 정파를 초월해 국회를 운영한다는 취지로 무소속이 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은 법적 근거 없는 여당과 군소 야당 간 '4+1 협의체'를 앞세워 작년 말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을 강행 처리하리 하는데, 큰 활약을 했다.

문 의장이 의회 농단의 중심에 선 것이다. 선거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방망이를 두드릴 때 문 의장은 스스로 "문희상은 허깨비야… 알맹이가 없어"라고 했다.

입법부의 수장이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허깨비로, 알맹이 없는 유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의장이 자신을 허깨비로 만들 수 있는 권력자에게 트집이 잡힌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혐의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처남 취업 청탁 의혹' 같은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말도 나온다. 문 의장의 장남 석균씨는 문 의장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석균씨는 11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아버지의 길을 걷겠다"라며 4·15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펴낸 책 제목은 '그 집 아들'인데, "아빠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했다.

문 의장이 작년 연말 야당 반대 속에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강행 처리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아빠찬스 OUT'이라고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아들에게 지역구 자리를 물려주려고 문 의장이 여당 편을 든다"고 주장했다.

석균씨는 "제 나이가 올해 (한국 나이로) 50살이다. 적은 나이가 아니다"라며 "50살이나 돼서 세습이니, 아버지 뜻으로 (정치를) 하는 것처럼 말하면 정말 섭섭하다"고 했다.

문 의장은 아들의 지역구 세습 비판과 관련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아도 좋다. 나는 떳떳하고 당당하다. 자랑스럽다”고 했다. 핵심 입법 농단자라는 비판을 뒤집어쓴 아버지의 부성애가 절절하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