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DB.
청와대가 이른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로 밝힌 김경수 경남지사의 친구 문모 사무관이 검찰 수사관 시절 소위 '건설업자' 사이에서 해결사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사무관과 잘 안다는 건설업자 A씨는 <월간조선>과의 만남에서 "문 사무관은 우리(건설) 업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라며 "솔직히 언젠가 문제가 터질 줄 알았는데, 그 문제가 건설업과 관련한 게 아니여서 신기했다"고 했다.
그는 건설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사실 건설업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법을 어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문씨가 이럴 때 해결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 진행될 것이다 등의 정보를 줬다"며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확실한 사람이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 건설업체에서 그를 모르는 오너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문씨는 아주 유명한 대형 건설업자 말고, 소위 중대형 건설업자들을 많이 알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대형 건설업자들은 더 높은 ‘선’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다"며 "문씨가 아직까지도 명절에 선물을 보내준다. 특별히 기억나는 사실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아주 가깝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12월 18일 오전 9시쯤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4층에 있는 국무총리실 민정실에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문 사무관의 업무 관련 기록과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문 사무관이 검찰 수사관 시절, 건설업자들의 해결사 역할을 한 것이 그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인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지적이 있을 것이다.
관련이 있다.
검찰은 문 사무관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는 청와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월간조선》취재결과도 마찬가지다. (기사 참조: 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A&nNewsNumb=202001100012)
문 사무관은 “프로 냄새 나는 ‘김기현 첩보 문건’ 만들 정도 실력 갖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그와 함께 근무한 검찰 수사관 다수의 증언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만약 문 사무관이 아니라면 왜 청와대는 그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로 내세웠을까. 그는 건설업자들 사이에서 해결사로 불리며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박근혜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바 있는 문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비서관실에 배치됐다. 여권 관계자는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문 사무관은 2018년 6월 ‘골프 접대’가 문제 돼 소속 기관으로 원대 복귀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2018년 6월 말 국무총리실에서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된 문 사무관이 한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징계 없이 총리실로 원대 복귀시켰다 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지사의 친구여서였을까. 문 사무관은 별도의 내부 감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문 사무관에 대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 확인이나 감찰 조사가 없었다. 잡음이 났으니 내보내는 수준에서 사태를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총리실은 “1년간의 파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원대 복귀한 것”이라고 했다.
골프 접대를 한 사업가 만약 건설업계 종사자라면, 문 사무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도 건설업자들과 접촉, 민원을 해결해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당시 골프접대에서 약점을 잡은 청와대가 주고받기에 능한,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지사와 가까운 문 사무관에게 승진을 미끼로 사건 선봉에 서게 하지 않았겠느냐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물론 너무 허황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실력자들이 거의 총출동해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 송철호를 울산시장으로 만든 과정을 보면, 문 사무관과 관련한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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