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감찰보고서’에 박근혜 외사촌 아들이 등장한 이유 : 월간조선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에 대해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오후 뇌물수수·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건설업체와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차량 등 각종 편의와 자녀 유학비 등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지난 19일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자택, 부산시 사무실, 관련 업체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일에는 금융위원회와 관련업체 2곳을, 지난달 30일에는 자산운용사 등 4개 업체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과 금융위가 조사를 벌인 자산운용사 4개 중 한 곳인 컴퍼니케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외사촌 조카 정모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나타났다. 정씨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언니인 육인순씨의 딸 홍지자씨와 정영삼 한국민속촌 회장의 장남이다. 컴퍼니케이는 문재인 정권 들어,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벌인 후 작성한 감찰보고서에도 등장했다.

《일요신문》은 “특감반원이 작성한 감찰보고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사촌 조카인 정 아무개씨 소유의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벤처투자회사가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조달된 펀드 운용사 자격을 따낸 데 대한 특혜의혹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감찰보고서에 등장하는 골프접대 장소도 정씨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A사(컴퍼니케이)는 정부 주도의 운용사 자격 4건을 따내며 급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배경에 유 전 부시장이 힘을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정상화과제관리관을 맡고 있었다.

검찰은 또 유 전 부시장 휴대폰 포렌식으로 확보한 컴퍼니케이 간부와의 문자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유 전 부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컴퍼니케이 사업에 도움을 줬다고 명시돼 있다.

‘컴퍼니케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5~6월 두 달 동안 따낸 펀드 규모는 87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애그로씨드 펀드 100억 원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150억 원 ▲청년창업펀드 200억 원 ▲스타트업 윈윈펀드 420억 원 등이다.

이는 특혜의혹으로 번졌다. 당시 정의당은 한 회사가 연이어 4개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데다 컴퍼니케이의 운용사 지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2014년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정책적 펀드조성을 활발히 진행할 때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금융위원회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만 내놨다.

컴퍼니케이의 최대주주는 금보개발이다. 금보개발은 정씨의 부친 정영삼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에 관한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금보개발이 컴퍼니케이 최대주주에 오른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이다. 당시 금보개발은 돌연 컴퍼니케이의 지분 74.3%를 확보해 자(子)회사로 편입시켰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 정부의 모태펀드 투자조합 운용사(GP) 선정 공고가 쏟아졌다. 모태펀드는 벤처·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 조성하는 펀드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전체 자금의 절반을 책임져 안정성은 물론 관리보수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컴퍼니케이는 4개 펀드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들 펀드의 운용권은 100% 컴퍼니케이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해 5~6월 두 달 사이 컴퍼니케이가 운용을 맡게 된 앞서 언급한 애그로씨드 펀드 등이다. 이 회사가 올해까지 13년여 동안 창투업을 영위하면서 누적된 운용 펀드 전체(4421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였다고 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할 것만 같았던 유재수 수사가 박근혜 정권을 넘어 야권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또 다른 금융사가 야권 중진 전 의원의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다만 유 전 부시장과 어떤 비위 관계에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수사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는 입장이나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