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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정경두가 홀인원한 날은 남북당국회담 무산으로 남북관계 더욱 싸늘했던 시기

당시 북한 반잠수정,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전진기지에서 관측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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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남부전투사령관(공군소장)시절인 2013년 홀인원을 기록하고, 세워진 '홀인원 표지석' 사진을 공개했다.
 
홀인원은 골프에서 처음 친 공이 홀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단한 행운으로 통하며 그만큼 확률이 낮다.
 
사진을 보면 표지석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13년 6월 13일에 홀인원을 기록한 것으로 적혀있다. 이날은 목요일이었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평일이던데..."라고 썼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6월 13일 2번홀(#2)이라고 표지석에 쓰여 있는데 정 장관이 홀인원 했을 당시 기념장과 함께 만든 기념패는 6월 15일(토요일)로 적시돼 있다”면서 “기념석에 기재된 13일은 잘못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니까 평일에 골프를 친 게 아니라, 휴일인 토요일에 쳤다는 것이다. 당연히 휴일에는 본인의 취미 생활을 하는 게 맞다. 아무리 고위 공무원이라도 휴일에 취미생활을 하는 것 까지 트집 잡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하필 정 장관이 골프를 친 시기는 남북당국회담 무산(12일)으로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된 때였다.
 
박근혜 정부는 6월 9일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만나서 남북 간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우리 측은 '김양건 카드'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장관급 회담'도 '남북당국회담'으로 바뀌었다. 이후 우리 측은 '김양건' 이름 석 자를 언급한 적이 없다.
 
11일 낮 1시 우리 측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북한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 명단을 북한 뜻에 따라 '동시 교환'했다. 그러나 북한은  급(級)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서 차관 급으로 바꾼 것이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라고 화를 냈다. 그 후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통보해 왔다.
 
이후 북한은 우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13일 남북당국회담 무산 뒤 나온 첫 공식 반응은 "북남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대남 창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북남당국회담이 괴뢰패당의 오만무례한 방해와 고의적인 파탄 책동으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런 자들과 마주앉아 북남 관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했다.
 
정 장관이 골프를 친 시점 북한 반(半)잠수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전진기지까지 내려오는 등의 '도발' 움빅임을 보였다.
 
당시 중앙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정부소식통은 6월 15~16일 기자들에게 "은 "북한 반잠수정이 최근 서해 NLL 근처 해상에 있는 북측 바지선 전진기지에 계류해 있는 모습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며 "한·미는 반잠수정 움직임을 정밀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평소 북한 반잠수정은 NLL에서 수십㎞ 떨어진 잠수함 기지에 배치돼 활동하며 NLL 근처 전진기지에서 관측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반잠수정은 길이 10m 전후의 요원 침투용 함정으로 선체 대부분이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갑판 위쪽만 물 위로 내놓고 침투한다. 물 위로 항해할 때도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으며, 경(輕)어뢰 발사 등 공격 능력도 갖췄다. 군은 당시 북한 상선과 단속정(어업지도선), 어선 등이 서해 NLL을 침범하는 횟수가 증가한 것도 북한군의 의도된 행동으로 보고 있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고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정 장관은 남부전투사령관(현 공중전투사령관) 신분으로 골프를 친 것이다. 아무리 주말이라고 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6·25 남침 전쟁 때부터 북한은 휴일 기습 공격 전략을 써왔다"며 "상대가 긴장이 풀어지고 느슨한 상태가 됐을 때 그 빈틈을 노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일에는 상대방의 심신이 이완된 상태이고 의사 결정을 위한 소통도 제한을 받을 수 있어 선공(先攻)을 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 장관 입장에서는 골프를 친 곳은 본인이 근무했던 대구 K2 공군기지 내 군 골프장인 만큼 비상사태가 발생 시 즉각 출동할 수 있었다고 항변할 수는 있겠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위 공무원의 골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2013년 6월 11일 당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때 고위 공무원의 골프를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건의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이 위원장의 발언을 들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3월 초 일부 군 장성들이 주말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앞에서는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뒤에서는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고위 공직자 골프 자제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6년이나 지난 정 장관의 골프 홀인원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가 지나친 북한 감싸기를 하고 있어서 아닐까. 남북 경색 시기에 골프를 친 것을 보면 당시나 지금이나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인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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