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8월 27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검찰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후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 자택 압수 수색 직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비공식 보고를 시도해 조 전 장관 임명을 막으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2일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조 전 장관 후보자 지명 이전인 8월 초부터 내사를 벌였다는 주장도 들고 나왔다. 검찰이 즉각 "근거를 대라"고 반격하자 29일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다. 유 이사장이 제시한 근거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 발언을 전달한 ‘밝힐 수 없는 취재원’의 전언(傳言)이었고, 내사설은 이를 근거로 한 추측이자 추론이었다.

 

유 이사장은 윤 총장이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할 만한 인물인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 임명하면 안 된다. 내가 봤는데 몇 가지는 아주 심각하다. 법대로 하면 사법처리감이다. 내가 사모펀드 쪽을 좀 아는데, 이거 완전 나쁜 놈이다.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임명 안 되게 해야한다. 그냥 가만 장관 되어도 날아갈 사안이다. 내가 대통령 직접 뵙고 보고 드리고 싶다. 이건 대통령을 향한 내 충정이다. 사적으로 조국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이야기다. 이런 거 알려지면 검사들이 장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들고 일어난다. 임명하면 진짜 안 된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A씨외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을 여러 사람을 통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첫째 A씨의 정체다. 유 이사장은 A씨에 대해 "청와대 외부 사람"이라며 "윤 총장이 청와대 외부인에게 조국에 대해 평가하고 대통령 직접 만나 뵙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니까 보통 사람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외부 사람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실세 중 실세라는 이야기다. 청와대에서 근무하지 않으니 '비선 실세'라고 보는 게 맞다. A씨가 공식 직책이 없었던 청와대 외부 사람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몇 가지 의견을 낸 최순실씨와 다를 바 없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둘째 딱 한 달 전 한겨레가 보도한 단독 기사 내용과 유 이사장의 주장이 묘하게 겹치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한겨레는 <[단독] 윤석열, 조국 임명 전 청와대에 “의혹 심각…임명 땐 사표”>란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 직전 청와대에 ‘문제가 간단하지 않으니 (조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 임명하면 내가 사표를 내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 후보자 임명을 놓고 고심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였고, 조 장관을 임명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검찰 쪽은 “(수사를 흔들려는) 정치권의 모략”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30일 <한겨레>가 복수의 여권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5박6일간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7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김 수석에게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심각하다.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뜻을 전했는데 대통령께 보고가 안 되는 것 같다. 꼭 보고해 달라. 조 장관을 임명하면 내가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중략) 이에 앞서 윤 총장은 조 장관 의혹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도 비슷한 우려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 착수를 알리는) 압수수색 전에 조 장관 가족과 관련된 혐의점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알리려고 여권 인사와 법무부 등을 통해 여러 경로로 움직였다. 법무부 장관으로 오면 수사를 피하기 힘들고, 그럴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직후에는 법무부 쪽에 ‘문제가 많아서 임명하면 (수사를 하게 되니) 어떻게 (내가) 자리를 유지하겠느냐’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기사전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11508.html#csidxe9763a6b43a31e1b2927d58cfe1ddae)>

 

유 이사장이 <한겨레> 기사만을 근거로 검찰이 조 전 장관 후보자 지명 이전인 8월 초부터 내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펼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근거의 대부분이 당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였다는 점을 상기(想起)해야 한다. 소위 보수를 비판하는 쪽은 언론의 의혹제기 기사를 본인들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 능하다는 분석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