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그랜드 디자이너’ ‘文의 복심’ 양정철의 광폭행보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더불어민주당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의 행보는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런 양정철 원장이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이재순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과 회동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양 원장과 채 전 총장, 신 전 실장, 이 전 비서관 일행은 지난 10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채 전 총장과 신 전 실장, 이 전 비서관은 모두 검찰 출신 인사다. 이 때문에 양정철 원장이 이들을 만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자문을 구했거나 총선 출마 가능성을 타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양 원장 측은 "(당시 회동은)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신 전 실장을 환영하기 위한 자리로 평소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 간의 친목 모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 원장 측은 “탁 트인 술집이었고, 옆엔 기자들이 자리잡고 있는 상태였다”면서 “그런 자리에서 영입을 얘기하고 민감한 검찰 관련 사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민주연구원은 지난 10월 8일 ‘법원개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달 30일 ‘검찰 특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 이슈브리핑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법원 개혁을 거론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임박설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법원개혁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들었다. “조 장관 가족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 ”했다면서 “검찰만 압수수색을 남발한 것이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 장관 수사에 책임이 있고, 법원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주며 동참했다는 투의 비난이다.

민주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실명을 9차례나 언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면서 “법원개혁·사법개혁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 답보 상태”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 2년, 뭘 바꿨는지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 “김명수·윤석열 체제 하에서 조국 장관 상대 먼지털이식 마녀사냥식 수사과 영장남발, 여론재판이 이뤄졌다”는 표현도 썼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탁할 당시 “사법행정 민주화 선도 적임자”란 사유가 무색할 정도였다. 한 매체는 이 보고서를 발간한 민주연구원과 양정철 원장을 지칭해 “양정철의 ‘문건 정치’가 본격화했다”고 평가했다.

양 원장의 ‘그림자’는 국정원 언저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5월 21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저녁 식사를 겸해 회동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양 원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의 모임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과 여당의 총선 전략 및 정책을 다루는 싱크탱크(민주연구원) 수장이 사적으로 만난 사실은 야당의 반발을 샀다.

이처럼 양정철 원장은 친여(親與) 성향 인사 접촉은 물론, 법원에 대한 비평, 정보기관 수장과의 회동 등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그의 다음 행보가 어딘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국 사태’ 이후, 여권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 역할을 떠맡을 이는 '양정철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 역시 집권 후반기를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고, 그 대상은 양정철 뿐이라는 것이다.

양 원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따라서 총선 이후, 양 원장이 청와대로 입성해 '문재인 정권 호위무사'로서 권력누수 방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