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론화 없이 북한 김정은의 '동의'만 구하고 추진되는 문재인의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 : 월간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주한 외교사절단을 청와대로 불러놓고 ‘2032 서울·평양 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19일,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 개회식과 폐회식, 경기장 보수 및 경기 운영 등으로 최소 4조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은 더 엄청날 것”이라며 “도대체 이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국민적 동의는 어떻게 받을 것인지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성원 대변인의 말처럼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은 그 개최 비용만 4조원 가까이 든다. 이마저도 추산치에 불과하다. 그밖에 남북공동 개최를 할 경우 필수적인 북한 지역 사회기반시설 건설 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은 금액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는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이를 김정은과 합의한 뒤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반문(反文)' 진영에서 '국민의 동의' 없이 '김정은의 동의'만 구하고 진행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작년 9월, 평양에서 만나 내놓은 이른바 ‘평양선언’의 제4조 2항을 통해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한다(‘평양선언’ 제4조 2항)”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유치 희망 도시를 대상으로 대한체육회가 심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서울·평양 공동 개최’를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를 유치 신청 도시로 선정했다.

‘박원순 서울시’가 대한체육회에 유치 신청서를 내기 전인, 2018년 12월 12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2032년 제35회 하계올림픽대회 서울·평양 공동개회 유치 동의안’을 보면 ‘서울·평양 공동 개최’에 드는 비용을 ‘최소 4조원’이라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 4조원이란 금액은 '최소'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실제 투입될 비용과 차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의 유치 동의안에는 개·폐회식, 경기장 개·보수, 선수촌·경기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만 ‘3조8570억원(서울시 부담액 1조1571억원)’이라고 돼 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비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조차 ‘검토 보고서’에서 “남북 간 도로 및 철도 구축 등 북측의 사회 인프라(SOC) 구축 투자비를 제외하고도 총 3조8570억원 중 서울시는 1조1571억원의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되어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사실상 세금 14조원이 들어간 걸 감안하면, 아무리 서울시가 기존 시설을 이용한다고 해도 애초 추산한 비용보다 실제 비용은 통상적으로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금액에는 ‘남북 공동개최’에 필수적인 북한 지역의 도로, 철도, 전력 송전망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서 2018년 12월 19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이뤄진 문답이다.

당시 문답에서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북한 지역 인프라 건설비 추산치를 얘기하는 걸 꺼렸다. 스스로 “속기록에 남기기엔 좀 그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서 자신들이 추산한 것보다 실제로는 몇 배 이상의 금액이 투자돼야 할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박기재 위원: 기간(기반시설)적인 그런 것에 대한 예산이 산출되어 있나요?

주용태 관광체육국장: 산출은 되어 있는데요, 이게 워낙 추정치라서 속기록에 남기기에는 좀 그럴 것 같습니다. (중략) 저희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거의 다 갖춰졌지만, 북한 쪽에는 SOC가 굉장히 많이 투자되어야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저희가 산출한 이 금액보다 몇 배 이상 서울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처럼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무가내인 북한의 독재정권이다. 바른미래당 소속 김소영 서울시의원은 작년 12월 19일,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에게 “남북관계에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이럴 때는 개최지로 결정되고 나서 들어갔던 이런 많은 비용들에 대한 것은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혹시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 국장은 “그런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남북관계가 더 좋아지고 미북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런 희망을 저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공동 개최 추진 과정에서 북한이 갖은 트집을 잡아 사업 진행을 지연시키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도 우리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대회를 왜 막대한 세금을 들여 개최해야 할까. 우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왜 핵 폐기 의사가 전혀 없는 북한을 상대로 올림픽을 제안해 각종 인프라를 우리 돈으로 지어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닐까.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를 왜 문재인 정권과 박원순 서울시는 그토록 강조할까. 왜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회 유치를 추진할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그 타당성과 경제성 등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한 다음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하는 게 순서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