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랑의교회 공공도로 점거는 위법" 판결... 교회에 허가 내주고 편들어준 서초구청 어떻게 되나 : 월간조선

신도 9만명이 넘는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가 공공도로 점용허가를 받은 것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를 수백억원을 들여 원상복구해야 하는 사랑의교회와 허가를 내 준 서초구청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3부는 17일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등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로 점용 허가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서초구가 도로 지하에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을 허가한 것이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2010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서초구로부터 공공도로인 참나리길 지하 1077.98㎡를 지하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점용허가를 받았다. 당시 구청장은 박성중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서울 서초을)으로, 서초구는 건축 중이던 사랑의교회의 건물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기부채납 받고 점용료를 징수하는 조건으로 서초동 도로 지하 1077㎡(326평)에 대한 건축허가와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초구 사랑의교회 건축허가 등 주민감사청구 준비위원회’는 “서초구의 도로지하 점용허가는 위법”이라며 2011년 11월 서울특별시장에게 감사를 청구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감사를 통해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서초구에 요구했다.

서초구청이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하지 않자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등 서초구민 6명은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지난 2012년 8월 사랑의교회 신축 관련 허가는 무효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7년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사랑의교회는 이 공간을 이를 다시 내놓아야 한다. 교회가 수년 전 추산한 도로 복구비용은 390억원으로 지금은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랑의교회는 도로 복구 비용을 서초구청에 청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사랑의교회 교인들 앞에서 도로점용의 정당성과 예배당 보호를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구청측은 "관내 행사에서 한 덕담"이라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는 서울시와 서초구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6월 1일 교회에서 헌당식(교회를 다 지었을때 여는 기념행사)을 열었고, 헌당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지역구(서초구) 의원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 때 조은희 구청장은 인삿말에서 "구청이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널리 퍼지게 하도록 점용 허가를 계속해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우리 아들이 사랑의교회 아주 독실한 신자다. 이 멋진 교회 헌당으로 더 많은 사람이 성령의 축복을 받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따라서 교회와 구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된다. 또 교회측의 요청으로 구청이 이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면 세금 지출에 대한 법적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사랑의교회가 이행강제금을 내고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랑의교회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되 참나리길 지하점용 허가와 건축의 모든 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되어 왔기에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사항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행강제금은 공시지가의 50%다. 그러나 이 경우 주민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은 "원상회복 명령 등 구체적인 조치 내용과 시기는 대법원의 판결문이 접수되는대로 법률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사랑의교회는 향후 서초구청의 대응을 확인한 뒤 구체적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