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22차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혁신위 관계자들이 손학규 대표에게 대화를 촉구하며 문을 막고 손 대표와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구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가 대립중인 바른미래당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혁신위는 갈등 끝에 사실상 와해됐고, 비당권파들은 손학규 대표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당명과 국고보조금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분당(分黨)만은 피하려 했지만 대립이 격화되면서 분당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22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손학규 대표 퇴진과 혁신위 재가동을 주장하는 비당권파와 이를 막으려는 당권파의 충돌이 빚어졌고 119 구급대까지 출동했다.
충돌은 손 대표가 비당권파를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비당권파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이 혁신위원들을 만나 손 대표 퇴진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당권파는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언급한 '지도부를 흔들려는 검은세력'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의 문제를 다루는 혁신위원과 중진 의원이 만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나도 (혁신위원들을) 여러 번 만났으니 진상규명을 하려면 나부터 하라”고 맞섰다.
이후 고성이 오갔고, 손 대표가 회의장을 떠나려고 하자 비당권파 인사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비당권파는 손 대표 측을 향해 “양아치는 정치하면 안돼” “개XX 나이를 헛먹었다” 등의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혁신안 의결을 주장하며 단식투쟁 중이던 권성주 혁신위원이 쓰러져 119 구급대에 실려갔다. 권 위원은 비당권파가 혁신위에 추천한 인사다.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당이 사실상 분당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이후 당이 3개월째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위까지 와해되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비당권파는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손 대표는 스스로 물러날 의지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먼저 탈당할 경우 당명과 국고보조금을 포기해야 한다. "정계개편 외에는 답이 없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분당 및 정계개편 시점은 다음달 독일 비자 만료로 귀국할 예정인 안철수 전 의원의 귀국 및 11월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을 탄생시킨 주역인 안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의기투합할 가능성과 호남파인 당권파가 최근 민주평화당 내 비당권파들이 출범시킨 '대안정치연대'와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