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원내 교섭단체 3당이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당 안팎에서는 합의문에 서명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과 당 지도부의 투쟁력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고 그 직후 자유한국당은 이를 추인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라는 당의 투쟁 원칙에 벗어났다며 추인을 거부했다.
다만 재협상을 위해 원내지도부에 협상 권한을 다시 위임하기로 해 원내대표 책임론까지는 번지지 않은 상태다.
의원들이 추인 거부에 나선 것은 패스트트랙 관련 문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에는 '3당 교섭단체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하여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당은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주장해 왔지만 민주당은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문구가 나왔다. 한국당 의원 사이에서는 문구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과 "이러려고 투쟁했냐"는 말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계파와 상관없이 대부분 불만이 고조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의총에서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당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 여야협상과 관련, 당내 반발에 부딪쳐 조기사퇴했던 케이스가 회자된다. 여성 원내대표라는 점, 당내 주류가 아니라는 점 등으로 인해 당내에서 원내대표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받은 점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계가 장악하고 있었다. 나 원내대표에게 든든한 계파가 없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시엔 당 주류였던 친노-친문 의원들이 비주류였던 박영선 원내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던 것이고, 나 원내대표는 그런 경우는 아니다"라며 "의원총회에서는 오히려 앞으로도 (원내협상) 전권을 위임한다며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나오는 가운데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박-친황계가 장악한 한국당에서 강경 일변도로 투쟁에 나섰던 황교안 대표로 인해 계파색이 옅은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후 "지금 합의문과 이인영 원내대표의 합의에 대한 말씀만으로는 민주당이 합의 정신을 갖고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해서 합의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 의원님들 생각"이라며 "합의문을 추인해주지 않음으로써 더 큰 강력한 힘을 갖고 합의 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