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이 삼성 뇌물 수수 혐의 관련 추가 공소사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및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반을 지적하고 나섰다. 검찰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오남용(誤濫用)을 막기 위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 삼성 뇌물사건 관련 추가 뇌물수수 의혹을 제보 받았다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위한 추가기일 지정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미국 로펌 ‘에이킨검프’사와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다스 소송비용으로 보이는, 약 5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지급한 내역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이 내용이 지난 11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을 지적하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위반을 지적했다. 피의사실 공표란 검찰 또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습득한 사실을 재판 전에 언론 등에 공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126조에서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추가증거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의 삼성 수뢰액이 100억을 넘긴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존 공소사실과 새로운 증거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만약 새롭게 제시된 50억 원의 증거자료가 받아들여진다면, 삼성 뇌물 혐의 관련 기존 공소사실(67억 원)은 모두 무너진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때 재판부의 예단을 막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만 공소장에 기재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으로 원심(原審)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한 설명이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며, 이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에만 한정시킨 원심의 판결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2015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970건이었는데, 2017년에는 무려 7879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직권남용죄가 정치보복을 위하여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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