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의 잔학성을 바라보는 두 개의 상반된 시각 : 월간조선

북한 김정은이 하노이 미·북 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처형하는 등 또다시 피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특별 대표는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처형당했다고 한다.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혁명화 조치를 당해 노역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과 회담에 실무자로 참석했던 김성혜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의 입장이다.

“합리적인 의심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과 과거 경험적 사례를 봐야 한다. 그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 김영철은 군 출신으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다. 김혁철은 스페인 대사관 근무 시절이 문제가 됐다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 있지만, 하노이 회담과 관련한 실무에서 무슨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

양 교수는 “김영철은 4월에 몸이 불편해 중국에 치료를 받으러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김영철) '혁명화 교육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결렬'이 아닌 부정부패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호위사령부, 민방위부에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들어갔고, 통전부, 조평통, 외무성 등도 검열이 들어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노이 노딜’을 가지고 숙청, 정치범 수용소 이런 얘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자존심이 상한 탓에 이러한 '피바람'이 불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남 교수는 “누군가 최고 존엄과 명예를 손상시켰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 체제 특성상 누군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 맞다. 그것을 김영철이 졌을 뿐”이라며 “김영철을 처형시키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 친서를 가지고 트럼프를 2번 만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이라는 것이 지는 인물이 있으면 뜨는 인물이 있는데 최선희가 그 틈새를 파고들어가고 있다. 김정은 입장에선 한쪽을 치고 영어를 잘하는 최선희를 더 신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싱가포르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6월 4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한 바 있다.

“김영철은 지금 본인의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치군인에 불과한 그에게 북-미 외교와 남북 관계 총책이라는 지금 자리는 분에 넘친다. 물론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지만, 나중에 숙청될 운명이 될 수도 있다”고 예언했다.

그는 “대화가 잘될 때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삐걱거리면 곧바로 당 조직지도부가 검열에 들어간다. 핵문제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김정은과 김영철이 잘못 내린 결정이 많을 텐데, 김정은 지시에 따른 것이라도 책임은 김영철이 지게 된다. 최고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김정은은 뒷짐 지고 모른 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공사는 지난해 5월 발간한 ‘태영호 증언: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혁철과 비슷한 운명을 거친 엘리트들의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남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최승철(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뒷선에서 지휘했던 한시해(전 유엔 주재 대사)와 권희경(전 주러시아 대사),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에 발을 들였던 류경(국가보위부 부부장)도 총살을 당했다.

북한 당국은 2012년 9월 전군(全軍)에 하달한 자료에서 “개인의 공명심에 눈이 어두워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선 순종하는 척하고 속으론 딴마음을 품음)하는 자들, 주색금(술·여자·돈)에 빠져 사상적으로 타락한 자들이 우리 일꾼들 속에 있으며 이는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앞에 천추에 두고 씻을 수 없는 대죄악이다. 리영호 같은 충신의 탈을 쓴 간신들은 우리 당과 국가의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고 명시했다.

특히 2013년 12월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 직후 처형된 사건이다. 죄명은 반당(反黨)·반혁명 종파 행위였다. 장성택 세력도 일거에 무너졌다. 당시 중국 단둥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던 무역일꾼들도 대거 북으로 소환됐다. 해외에서 활동하던 ‘장성택 일당’을 색출하기 위한 조치였다.

2015년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마저 처형됐다.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4월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의 연설 도중 졸았다는 이유 등으로 처형당했다. 2015년 5월엔 최영건 부총리가 ‘성과 부진’ 명목으로, 2016년 7월엔 김용진 부총리가 최고인민회의 도중 자세가 불량했다는 이유 등으로 각각 처형됐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