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교수 “국가주도형 문화정책 추진, 민간예술단체들과의 ‘협업 체제’로 바꿔야” : 월간조선

‘문화예술계 민간단체 역량강화와 과제 토론회’(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및 박인숙(송파갑) 의원실 주최,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 주관)가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황교안 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박인숙·이헌승·박대출·민경욱 의원 등 정계 인사와 하철경 한국예총 회장 및 예술단체·예술산업 관련 종사자 등 총 인원 600여명이 참석하면서 성황을 이뤘다. 본 행사는 ‘통합문화예술단체의 필요성과 법적기반 확보를 중심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예술인들의 권익신장,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 조성 등을 통한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한 민간단체 역량 강화와 과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개최됐다.

하철경 한국예총 회장은 개회사에서 “문화향유를 통한 국민 복리증진과 문화예술발전에 앞장서야 할 우리 예술계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변변한 단체 하나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예총도 당장의 호구지책(糊口之策)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이번 토론회는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예술계 스스로가 문제점을 파악개선하여 ‘문화예술계의 자립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토론회 이후에도 한국예총은 국회문체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한 법과 단체가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발제자 이대영 교수를 비롯해 좌장 및 토론자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치계 인사 및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6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당 “법적 기반을 가진 ‘통합예술단체’ 출범해야”

황교안 대표는 축사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직군의 사람들보다도 감성적이고 집약적인 창작활동이 필요한 분들이다.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드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투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를 뒷받침할 통합예술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단단한 법적 기반을 가진 연합단체가 건강하고 좋은 창작환경을 조성하고 이끌어간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빠른 시일 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서 문화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축사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방탄소년단이 국제무대에서 각광받고 봉준호 감독도 상을 받았다”며 “이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저변이 두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인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됐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예총 회원이 100만명인 반면 민예총 회원은 2000명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민예총 운영비로 연 25억원을 지원하면서 예총에 대한 예산 지원은 전혀 없다”며 “이념의 잣대로 네 편 내 편 나눠서 지원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또 다시 그런 식의 지원을 하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대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영영상학과 교수 겸 제2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이날 ‘스토리텔링 문화정책과 민간예술단체의 역할과 기능’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대영 교수는 “스토리텔링은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그것이 발전되고 위기와 갈등을 거쳐 클라이맥스와 대단원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의 연계 과정을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을 뜻한다”며 “밥을 짓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절차가 있듯이 국가 정책에도 분명히 우선순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화정책도 마찬가지다. 1단계에 성숙되지 않으면 2단계, 3단계로 나아가는 상단의 정책은 큰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일례로 오늘 우리가 논하고자 하는 예술문화단체의 역량 강화와 법적 기반 확보가 그 일환이다. 예술가들의 안정적이고도 창조적인 삶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중앙통제의 문화정책에서 지역 중심, 단체 중심, 개인 중심으로 문화신경망을 다각도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대영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단계별 문화정책’ 추진해야”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은 개별적으로 합당하고 훌륭하지만 입체적인 상호연계가 부족하여 집행예산 대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스토리텔링 전략에 의해 모든 정책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과연 어떤 정책이 먼저 출발해야 하는지, 어느 단계에서 또 다른 어떤 정책을 연계하여 추진해야 하는지, 또 얼마만큼의 예산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한류문명’이 세계적으로 발화하기 위해서는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문화 관련법과 제도를 가져다 쓸 정도가 돼야 한다”며 “법만 뜯어고쳐서 문화예술계가 진흥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예술계 내부에서 왜 법을 바꿔야 하는지, 왜 민간예술단체가 법적지위를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가 양성만이 ‘문화융성’ 아냐... 시민들이 ‘문화애호층’ 되게 만들어야”

그러면서 “정부 지원으로 예술가를 어마어마하게 키운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가의 문화가 향상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자기 돈을 내서 즐기고 감격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뿐”이라며 “다양한 문화애호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문화정신’이 깃들어 있어야만 우리 예술시장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지도부 및 한국예총 임원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스토리텔링 전략에 의한 문화정책’을 다섯 단계로 분류했다.

“첫째 단계는 가칭 ‘문화동행’ 프로젝트이다.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생활문화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둘째 단계는 ‘문화교양’ 프로젝트이다. 시민 개개인이 문화시민으로서의 양식과 체험을 바탕으로 콘텐츠 창작에 나서는 단계이다. 셋째 단계는 ‘문화상상’ 프로젝트이다. 이 단계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공동체에 어울리는 공간 디자인 및 문화스포츠시설 등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큰 재원을 투입하여야 한다. 넷째 단계는 ‘문화시계(視界)’ 프로젝트이다. 도시 및 지역의 축제, 신화와 전설과 환경, 음식과 풍습과 연관된 특화된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세계에 알릴 수 있다. 다섯째 단계는 ‘한류문명’ 프로젝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인과 함께 했던 한인들의 역사적 유적과 경험을 찾아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일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 문화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의 정책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 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에 의한 정책 집행을 과감하게 민간의 여러 주체들과의 협업체제로 바꾸어야 한다”며 “민간단위의 예술단체가 실질적인 정책 파트너로서 참여할 수 있으려면 법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