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5월 2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연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공세를 펴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자유한국당을 비난했다. 조 의장은 자유한국당이 “소위 재정건전화를 핑계 삼아 경제 활력 제고와 포용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손발을 묶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40%이내로 무리하게 제한하는 입법까지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혹세무민이며 국가재정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의장은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이 40%라는 주장부터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단기적 경기대응과 함께 경제구조 중장기적 체질개선을 위해서라도 보다 책임 있는 재정역할이 절실하다“ ”우리 경제는 확장적 재정을 운영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5월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이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발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조정식 정책위 의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과거 야당 시절의 민주당, 그리고 야당 대표이던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시계를 2015년 9월 9일로 돌려보면, 그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재정파탄’을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예산안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40%선을 넘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2002년에는 관리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켜, 노무현 정부에 넘겨주었다. 노무현 정부도 흑자 재정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에 넘겼다. 이때만 해도 나라 곳간에는 쓰고 남은 세금이 16조 5000억원이 있었다”면서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서 GDP 대비 40%, 730조원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게 떠넘기게 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인상) 등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을 요구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조정식 의장이 근거 없다고 주장하는 국가채무비율 40%에 대해 당시 문재인 대표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라고 단언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3000조원 부채시대’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사상최초로 40% 돌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성수 대변인도 현안 서면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재임기간 중에는 빚내서 나라살림을 꾸리면서, GDP 40%를 넘어서는 나라 빚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정말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생경제는 얼어붙고, 나라살림은 뒷걸음질 치는데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 경제실패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의 주장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재정파탄’을 비난하면서, 결론은 소위 ‘법인세 정상화’, 즉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제 와서는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이 40%라는 주장부터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명처럼 “유럽연합(EU) 탄생의 초석이 된 마스트리흐트 조약에서 EU 가입을 위한 국가채무비율 기준이 60%였는데 그것을 참고해 한국 실정에 맞게 40%로 정한 것”이다. 또 통일비용이나 급증하는 복지비용, 공기업 부채 등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국가채무에 비영리기관 부채,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60.4%(2017년 기준)로 이미 60%를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이 미국은 100%, 일본은 200%가 넘는데 우리 정부는 40% 안팎에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뭐냐”고 했지만, 이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경제적 위상, 특히 화폐의 위상을 모르는 소리다. 기축(基軸)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양적(量的) 완화’라는 미명 아래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일본도 그만은 못해도 엔화를 찍어낼 수 있지만, 한국의 원화는 외국에 나가면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는 돈이기 때문이다.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자유한국당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호들갑을 떤 것은 5년 전의 민주당과 문재인 대표였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60조 5000억원의 초과 세수를 문재인 정부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 세법개정을 통한 조세부담율 증가 등으로 세금을 더 거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문제만 생기면 세금으로 땜질할 수 있었던 것도, 인심 좋게 복지 퍼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정부 덕분이었다. 《한겨레》(2018.6.20.)조차 초과세수 60조는 박근혜 정부 덕분“이라면서 “이런 ‘증세’에 따른 수혜를 문재인 정부가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연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공세’를 편 것은 문재인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물려준 60조 5000억원의 흑자 나라곳간을 탕진한 문재인 정부는 지금 증세(增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확장적 재정’운운 하기에 앞서 5년 전 자기들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운운 했던 것이야말로 ‘가짜 뉴스’고 ‘혹세무민’이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