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정부가 펴낸 《문재인 정부 600일 - 국민과의 약속 이렇게 지켜왔습니다》 중 재외국민 안전 관련 내용.
세월호 참사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탓에 박근혜 정부가 넘어진 것을 목도했기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안전’에 무척 신경을 썼다. 15명이 사망한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낚시배 전복 사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한 명까지 생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밖에도 청와대는 크고 작은 사고가 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하게 보고 받고, 사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열심히 알렸다.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각종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다분히 ‘홍보성 이벤트’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반면에 재발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데는 얼마나 신경을 쓰는 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이 낚시배 사고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법 낚시배들은 성업 중이고, 낚시꾼들은 아무 문제의식 없이 그런 낚시배들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의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태풍으로 고립되었다가 군 수송기편으로 귀국하게 된 국민들이 ‘용비어천가’를 읊는 장면은 열심히 방송하고 있지만, 작년 7월 리비아에서 무장단체에게 납치된 우리 국민은 생사도 모르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단체에게 납치됐던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프랑스군 특공대에게 구출됐지만, 우리 외교부는 프랑스 정부가 이 사실을 알려 올 때까지 한 달 가까이 우리 국민이 실종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연간 24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는 시대에 정부가 국민 하나하나의 안전을 모두 챙기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씁쓸한 것은 지난 1월 정부가 펴낸 《문재인 정부 600일 - 국민과의 약속 이렇게 지켜왔습니다》에 ‘해외안전’과 관련된 기술(記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해외안전 지킴센터’, 24시간 365일 재외국민을 지키고 있습니다.
• 가나 해상 피랍 어선 선원 3명 전원 무사 석방 (’18.4월)
• 일본 홋카이도 지진 발생 시 국민 약 6000명의 신속한 귀국 지원 (’18.9월)
• 태풍 위투 사이판 강타 시 군 수송기 파견, 고립된 국민 799명 괌 이송 (’18.10월)
• 리비아 피랍 우리 국민의 조속한 무사 석방을 위한 노력 경주
‘24시간 365일 재외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자랑하는 정부가, 외국군 특공대가 우리 국민을 구출하고 그 사실을 알려올 때까지, 우리 국민의 실종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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