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자신의 부친이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루키의 부친이 소속된 부대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중국을 침략, 현지에서 포로를 참수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역사)이어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과거사를 부정하고 회피하는 세력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하루키는 10일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린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게재했다.
에세이는 하루키가 어릴적 부친과 함께 고양이를 버렸지만 집에 오자 고양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버려도 집으로 돌아오는 고양이는 아무리 회피하려 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자신의 부친이 제국주의 시절인 중일전쟁 발발(1937년) 다음해인 1938년 20세에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고 썼다. 하루키는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해당 부대가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 포로를 참수한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작가가 된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나빠져 20년 이상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며, 아버지가 90살을 일기로 별세한 2008년에 “화해와 비슷한 것”을 했다고 썼다.
하루키는 "군도(軍刀)로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으로 찍혔다"며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썼다.
하루키는 2017년 펴낸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징 대학살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사실로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 소설에는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는 표현이 나와 하루키는 일본의 극우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