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인 1989년 3월 육사 졸업식장에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옷을 벗었던 민병돈 전 육사교장은 지난 4월 13일 부인 구문자씨와 사별(死別)했다. 민병돈 장군은 육군 중령 시절 고인과 결혼, 50여년을 함께 해 왔다. 20년 전 부인이 중풍으로 쓰러진 후에는 매일 같이 부인과 동네 야산을 산책하면서 지극하게 간병을 해 왔다. 작년 이후 민 장군의 부인은 간암 및 폐암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4월 15일 빈소를 찾았을 때 민 장군은 “그래도 몇 년은 더 같이 살아주었으면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눈물을 흘렸을 뿐 곡은 하지 않았다”는 민 장군은 부인을 보내면서 빈 방에 들어가 방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민병돈 장군은 시(詩)를 썼다. 《조선일보》나 《월간조선》 등에 안보 관련 기고를 많이 했던 민 장군은 기자가 손 볼 데가 없는 글을 쓰는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를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민 장군의 시는 카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지난 4월16일 “먼 길, 당신 혼자 어떻게… '민따로 장군'의 20년 순애보”라는 기사를 통해 이 시의 일부를 소개했다.
4월 30일 점심식사를 같이한 민병돈 장군은 “나는 내가 참 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내를 보내고 나서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민 장군은 “가끔 의식이 돌아왔을 때, ‘누구인지 알겠느냐?’고 하면 ‘남편’이라고 하더라”며 부인을 생각하며 쓴 시를 적은 수첩을 보여주었다. 민 장군의 시 ‘한 무능한 남편의 통곡’의 전문(全文)을 소개한다.
‘한 무능한 남편의 통곡’ 2019.4.14
여보, 우리 서로 만나
둥지 틀고 행복했지?
이런 고생 저런 고생
잘도 이겨냈으니
성공한 인생이지,
고마워 당신!
그런데 여보,
우리의 성공, 우리의 행복
오래 오래 이어가려는데
못된 귀신이 샘이 나서
당신을 빼앗아 가는구려.
이 무능한 남편은 속수무책
그저 울고만 있다오.
겁 많고 눈물도 많은 당신
가 본 일 없는 먼 길을
혼자서 어떻게 걸어가지?
함께 가주지 못하는 이 남편은
먼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오.
그런데, 그런데 여보
이 남편이란 사람은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도
하루 세끼 밥을
꼬박 꼬박 챙겨 먹는다오
짐승이 따로 없지!
- 무능한 남편 민병돈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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