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출사표를 던진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고전(苦戰)할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김태년 의원(친문), 이인영 의원(86그룹 운동권)과 달리 노 의원은 계파색이 엷어 당내 비주류로 분류된다.
노웅래 의원은 4월 26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태년·이인영 의원에 대해 “그들은 당의 주류(主流)로 뻔한 카드다. 그들 중 한 명이 되면 ‘역시 민주당은 변하지 않는 오만함이 있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굉장히 고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날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는 총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일단 많이 힘들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한, 지난 4·3 보궐선거를 예로 들었다. 그의 말이다.
“4·3 보궐선거 결과도 민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만약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민주당은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본다. 전부터 같은 세력군에서 했던 사람이 계속하는 행태가 아니라 민주당도 새로운 인물로 이번에 들어와야지 ‘민주당도 변해보려고 한다’는 기대감이 들지 않겠냐.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인물의 변화가 중요하다.”
‘과반의석 달성’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목표는 과반의석으로 가지만 지금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 낙관하기는 힘들다. 아마도 1000표 이내로 박빙(薄氷)일 것으로 전망되는 선거구들이 많아 예단이 어렵다. 또 돌다리도 두들겨가는 그런 심정으로 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선거가 된다.”
노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정책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모두 정책 목표와 방향은 옳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 배타적이고 경색적인 데 대해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문제도 한꺼번에 10% 이상 올리기 어렵지 않냐”고 반문한 뒤, “경제상황을 감안해 지속가능하고 유연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만나는데 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왜 못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싸우고 강하게 나가겠다는 건 야당식 사고다. 우리는 여당이다. 같이 머리 터지게 싸울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야당과 강하게 맞붙으면 당장 속은 시원하지만, 성과가 없다. 여당에 권력을 주는 것은 속이 문드러지더라도 성과를 내라는 것이다. 싸움은 야당일 때나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둘러싸고 한국당이 벌이는 ‘장외투쟁’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뉴시스>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이다.
“폭력 국회를 막자고 한국당이 추진한 법이 국회선진화법이다. 그런데 보좌진들을 앞세워 불법 폭력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당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패스트트랙은 의안접수 후 330일의 기간이 주어지는 사실상 슬로 트랙이다. 그 사이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의안(議案) 접수까지 방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의 조직적 접수방해 행위를 즉각 물리치고 신속히 의안 접수하고 절차를 진행시켜야 한다.”
노웅래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2001년 '최강 노조'로 불리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에 당선됐다. 노조원의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는데, MBC 노조위원장 사상 최초였다. 후배 기자들은 그를 '인간성 좋은 선배'로 기억하고 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노조 대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주류' 노웅래 의원은, 선친인 고(故) 노승환 의원(국회부의장 역임)의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갑에서 3선(17·19·20대)을 했다.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노승환 의원의 정치 행보도 비주류에 가까웠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당시 민주당 대표의 당 운영에 반발해 탈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민주당에 복당해 1995년 지방선거 당시 마포구청장에 당선돼 화제가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국회부의장 출신이 구청장에 출마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노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9표, 2018년 38표를 얻고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때마다 ‘엷은 계파색이 오히려 지지세력 결집에 장애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원내대표 점지'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