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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문화

로버트 할리(하일)가 <월간조선>에 털어놓은 한국사회의 문제점

"체면과 권위주의는 한국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편집자주] <월간조선>은 1999년 12월호에 <千年末·世紀末의 반성- 駐韓 외국인들의 우정 어린 비판과 충고 : 이것만 고치면 한국은 21세기에 선진국이 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국내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기고를 받았다. 하일(사진), 미국명 로버트 할리씨는 1997년 한국에 귀화해 한국인으로 살고 있었다.  당시 하일씨가 썼던 글을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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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과 권위주의는 한국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1958년생. 미국 브리검영대 법학·웨스트 버지니아 주립大 법학 박사. 1997년 한국 귀화.
하일 (미국명 로버트 할리) 국제변호사 겸 방송인

 
기분에 좌우되는 사람들
 
  한국에서 국제 변호사로 근무하게 된 지 벌써 14년이나 되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 나라의 풍습과 문화 등을 하나도 몰랐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 쓴 책을 몇 권 사서 열심히 읽었다. 그중 하나가 40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미국 의사가 쓴 책이었다. 제목은 「이해할 수 있는 동양인(The Scrutinable Oriental)」이었다. 제목을 부연설명하면 서양에서는 동양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문화를 무턱대고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이 책의 저자는 달랐다.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만 하면 동양 사람들(특히 한국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기했던 내용이 「기분」 혹은 「체면」이라는 단어와 문화였다. 한국인들은 기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매사 기분 상하지 않게 사람들을 대한다는 이야기였다. 외국인들도 항상 「기분」을 알아야 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된다는 충고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생활을 하다보면 좀 다르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기분」에 대해 잘 모르고, 솔직하고 숨김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문화에 익숙해 있어, 한국 사람들을 종종 기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의 그런 행동이나 말에 전혀 기분 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런 데서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한국에서는 체면(Face)이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겪은 일이다. 한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특별 출연을 요청해왔다. 요청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날 방송 일이 예정보다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참석을 못하게 됐다. 그렇잖아도 참석이 힘들 것 같아 행사 전부터 여러 번 전화로 못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무조건 꼭 와야 된다는 것이었다. 끝내 참석 못하게 됐다. 그 친구는 마침내 다른 사람들한테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하게 됐고, 지금까지 필자와 만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체면」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 친구가 만약 미국인이었다면 『에이, 할 수 없지. 나중에 보자』고 했을 것이다.
 
 
  주고받는 文化를 만들어야 한다
 
 
  「체면」 문화 외에도 꼭 짚고 싶은 것이 바로 권위주의 문화이다. 사실 권위주의 보다도 「원업맨십」(One-Upmanship:앞서고 싶은 행동 혹은 우월감)이 문제인 것 같다. 역시 필자가 경험한 일이다. 몇년 전 한국의 한 대기업이 미국에 있는 꽤 유명한 전기 광고판 회사와 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필자는 그 미국 회사를 돕고 있었다. 한국 쪽에서 먼저 계약서를 만들어 미국 회사에 보냈다.
 
  미국 회사가 계약서를 보고 수정해 다시 한국 회사에 보냈다. 그런데 한국 회사가 수정한 부분을 거의 다 삭제한 뒤 당초의 원본 계약서를 되돌려 보냈다. 이런 식으로 계약서를 주고 받다가 끝내 계약을 못하게 되었다.
 
  당시 미국 회사는 한국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약 조항 몇 개를 받아들이고, 대신 자기 이익을 위해 또다른 몇 개를 수정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회사가 미국 쪽 수정 내용을 하나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끝내 계약이 틀어졌다. 서양인들은 평등한 입장에서 협정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평등하지 않으면 협정은 깨져버린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이 받는 것만 좋아하고 주는 것을 기피하는 태도를 많이 보았다. 로열티도 그런 예에 속한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 회사의 이름이나 기술을 사용하면 당연히 로열티를 줘야 하는데 이를 기분 나쁘게 여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어떤 협정을 맺을 때엔 권위주의나「원업맨십」을 앞세워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한국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몇년 전에 미국의 유명한 제과 회사가 한국의 회사와 체인을 만들려고 했다. 마침내 체인을 만들게 되었는데 한국에 들어온 빵의 맛이 변한 것이다. 미국 회사가 알아 보니 한국 파트너社(사)가 체인점을 운영하면서 빵을 미국 본점 방식을 따르지 않고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버린 것이었다.
 
  미국 회사의 생각은 빵 맛은 세계적으로 똑같아야 된다는 것이었고, 한국 회사는 달랐던 것이다. 결국엔 미국 회사가 解約(해약)을 한 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버렸다. 국제화시대에 무턱대고 한국 것만 고집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필자는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귀화를 안 했을 것이다. 한국도 틀림없이 세계에서 대단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몇 가지만 고치면 가능하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입력 : 2019.04.11

조회 : 10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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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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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하일 (2019-04-12)   

    구구절절 맞는 이야긴데, 며칠전 마약으로 구속됐다하여 로버트할리를 비난하는 여론몰이 하려는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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