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이란 뜻밖의 암초 만난 여환섭 '김학의 사건' 수사단장 : 월간조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행·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규명할 수사단장에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청주지검장이 임명된 데 대해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비판을 쏟아냈다. 여환섭 단장이 과거 어느 사건을 '부실 수사'한 정황이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3월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면죄부 검찰의 면죄부 수사 또는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돼 참혹하다”고 지적했다.

임은정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써 올린 글.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임 부장검사는 2017년 4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몸통인 청탁자들을 뺀 채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으로 핀셋 기소한 춘천지검 부실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았다"며 "당시 여 지검장의 이름을 슬쩍 들었었다, (여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그 사건 대검찰청 지휘라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2015년 귀족검사의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문무일 검찰총장 등 현 대검찰청은 그 조직적 은폐에 관여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그 검사들 중 하나인, 2015년 당시 거짓 해명으로 국민들을 우롱했던 대검 대변인(여환섭)을 단장에 지명한 이유가 뭘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 수사를 맡기는지를 보면 수사를 맡긴 자의 의중이 엿보이고, 수사 결과까지 다소간 예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월 18일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이었던 여환섭 지검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앞서 언급한 이른바 '귀족검사 성폭력 사건'을 여환섭 단장 등 검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게 칼럼의 주 내용이다.

임 부장검사는 칼럼에서 “2015년 4월, 중세시대 흑사병마냥 흉흉한 소문이 검찰 내부망을 타고 미친 듯이 퍼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와 귀족검사가 공연히 또는 은밀히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고, 추태를 목격한 수사관들의 문제 제기로 소란이 일자, 사표를 던졌다”며 다음과 같이 썼다.

<작년(2018년-기자 주) 상반기, 저는 성폭력사건을 은폐한 간부들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대검에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2018년 5월 4일. 대검은 감찰 관련자들의 비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통보하며 제 요청건을 종결하였고, 조직적 은폐에 관여한 간부들을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검찰 내 성폭력조차 침묵한 검사들이 위법한 상사의 지시에 이의 제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뻔한 사건조차 그 책임을 묻지 않고서야, 검사들의 학습된 무기력을 고칠 수 있겠으며, 은폐된 검찰 내 복잡한 진실들을 밝힐 수 있을까요?

부득이, 저는 지면을 빌려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없는 검사들을 고발합니다.

저는 장○○ 검사장을 고발합니다. 그는 2015년 대검 감찰1과장으로 서울남부지검에서 벌어진 성폭력사건을 조사하고도 관련자를 형사입건하지 아니한 채 범죄를 덮었습니다.
저는 문○○ 검사장과 여환섭 검사장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당시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와 대검 대변인으로서 거짓 해명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검찰의 조직적 은폐에 적극 가담하였습니다.

저는 문무일 검찰총장을 고발합니다. 제가 장○○ 등의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정식으로 요청하였음에도, 형사처벌은커녕 징계조차 하지 아니하고 검사장 등 요직으로 발탁했습니다.>

당시 이 칼럼에 대해 대검찰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여환섭 단장이 임은정 검사의 이번 폭로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