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지 않은(?) 밀레니엄 세대...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 월간조선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미국 사회에서는 이들의 행동을 ‘어덜팅(adulting)’이라 부르는데, 지난해 말 밀레니엄 세대들의 ‘어덜팅’ 행동이 사회현상의 하나로 주목받았다.

미국 《뉴스위크》(한국판 1월 21일자에 보도된 'Growing Pains' 기사)에 따르면, ‘어덜팅’은 밀레니엄 세대가 유치하지 않고 나이에 맞게 하는 행동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 부모세대 중에 20~30대 전후의 밀레니엄 세대가 어른답게(‘어덜팅’ 하게) 행동한다고 믿는 이는 많지 않다.
밀레니엄 세대의 행동이 ‘성인답게’ 안 보이는 이유가 뭘까.

예컨대, 밀레니엄 세대들은 더 윤택한 상황에서 교육을 받았어도 부모 세대보다 설거지를 덜 하고 청소도 덜 하며 자기중심적이다(라고 부모세대가 느낀다). 심지어 배려심이나 자기희생 같은 개념에 익숙지 않다.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 이전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심하다, 고 ‘생각’한다. 부모세대가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지원했는데도 나이가 들어도, 지금까지도 부모의 손길을 ‘당당히’ 요구한다. 이거 큰일이다!

조선일보 2017년 3월 8일자 기사에 소개된 밀레니엄 세대를 소개하는 기사의 그래픽이다. 기사에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기적? 조직보다 가치를 중요시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50대 이상 부모들이 20대 때는 분명히 나이에 걸맞게 ‘어덜팅’했다. 1970~80년대 산업화 역군이 되어야만 했던 지금의 조부모세대가 가난했기에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했고 가끔 연탄불도 가족을 위해 갈았다. 성적이 좋아도 집안형편에 따라 상고, 공고에 진학하거나 일찍 산업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후회도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삶이 풍족해진 이후 태어난, 비록 IMF를 겪긴 했지만, 밀레니엄 세대들은 그들 부모세대와 비교해 확실히 ‘어덜팅’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

《뉴스위크》가 지적한 것처럼, 만약 밀레니엄 자녀들에게 "해 뜨면 나가서 일자리를 얻고 같이 살려면 월세를 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부모세대처럼 ‘어덜팅’한 행동을 했으리라.
어쩌면 문제는 지금의 부모세대에게 있을지 모른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원인이 있다. 이 양육방식으로 밀레니엄 세대의 ‘어덜팅’에 말썽이 생겼다.

지금 부모세대들은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부모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빨리 직업을 가져서 ‘빨간 내복’을 지금의 조부모에게 사다드리고 싶은 세대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지금의 밀레니엄 세대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자녀가 소파에 누워 TV를 봐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결혼이 늦어져도 장가·시집가라 재촉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억눌렀던 욕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독일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성인답게 행동하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고 말하지 않은 셈이다. 방관 내지 책임회피였다.

그런 부모세대의 ‘게으름’이 밀레니엄 세대의 ‘어덜팅’을 가로 막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자기처럼, 조부모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하리라 방관한 결과다.
슬슬 불안해 진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언제 독립할까. 혹시 나이가 들어도 부모 주변을 맴돌지 않을까. 언제까지 부모의 유리지갑을 축내지나 않을까.

《뉴스위크》와 미국 CBS에 따르면 배우 레이철 플레힝어가 지난해 말 ‘어덜팅 스쿨’을 공동 설립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선 바느질과 요리, 갈등해결과 같은 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이 과정을 개설한 이유는 "많은 밀레니엄 세대가 어린 시절의 집을 아직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학습 후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극심한 산업화와 민주화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정말 필요한 교육이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어덜팅 스쿨’이 아닐까.

----------------
☞밀레니엄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층. 1980년대 초반 이후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21세기의 주역이 될 세대라는 의미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