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가택연금은 독재시대 권력자들이나 하던 위법조치” : 월간조선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조건부 보석은 보석의 취지와 법규에 부합하지 않은 자택연금이나 다름 없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헌 변호사는 3월 10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글을 게재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사실상 '가택연금에 해당한다'며 그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글이다. 해당 글의 전문을 게재한다.

<보석재판에 대한 단상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보석을 신문지상에서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결정문을 보지 못했으나 신문지상을 통해본 내용에 의하면,

첫째, 담당 재판부는 한달 후면 2심의 법정구속기간 만료로 석방해야 하는데 법정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하면 피고인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므로(이를 막는 취지를 포함하여) 향후 2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택 구금으로 제한하는 보석을 허가해준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법관은 법 규정대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이런 이유를 들어 보석을 하는 것은 위법한 결정이고 설령 전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러하더라도 이와 같은 결정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재량권을 심히 남용한 것입니다. 만약 한달 후에 석방하게 되면 그대로 제한 없는 석방을 해야 하는 것이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그 한달 후에는 수감자 때에 받던 제한은 풀어주는 것이 법 상식에 맞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재판부가 그런 이유를 들어 보석허가를 하는 것은 오히려 형사사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하고, 법 규정을 법관이 자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됩니다.

둘째, 병보석이 아닌 일반 보석의 존재이유는 피고인의 출석을 확보하면서 생업에 종사하고 방어권보장을 위하여 신체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번 결정을 보니 직계친족과 변호사 외의 사람은 만날 수도 없고, 다른 사람과 통화도 못한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98조의 보석조건에 명시적으로는 '일반인 접견 제한, 통신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도대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증인을 만나서 서로 간 기억을 재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서로가 확인하지도 못하게 하고, 통화도 못하게 해서 어떻게 재판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증인을 만나 위증(僞證)을 교사하거나 도주하면 그때 보석을 취소하면 될 일입니다. 심지어 지인이나 운전기사, 가사 도우미조차 만날 수 없다는 무제한적 제한을 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럴 거면 왜 보석을 허가했는지 의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98조9호에는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하기 위하여 법원이 정하는 적당한 조건을 이행할 것"을 명할 수 있으나, 접견제한ㆍ통신제한은 출석을 보증하는 일과 별로 관계없는 일이거나 그러하지 아니하더라도 그러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으로 해야 할 것임에도 너무 지나쳐서 부당합니다. 그러한 무제한적 접견제한ㆍ통신제한의 조건이 실제 출석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재판부가 은전(恩典)을 베푼다는 발상에서 그러한 초법적 조치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셋째, 재판부는 현재의 거주지로 주거제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거주지 제한은 병때문에 구속집행을 정지하는 경우 거주지를 병원내로 제한하고 있고 수사관을 병원에 배치해두는 경우를 봅니다.

일반의 보석 경우에는 주거를 현 거주지로 한다고 명할 뿐, 종전과 같은 외부 출입을 금지하거나 밖에 나가 종전 업무를 못 보도록 하는 경우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사실상 ‘가택연금’을 하는 보석을 법원이 할일은 아닙니다. 이는 독재시대에 권력자들이나 하던 위법한 조치입니다. 법원은 보석을 허가 하면서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ㆍ재판의 방어권 행사의 본질을 제한ㆍ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가택구금형태'의 보석결정은 위법하게 보이는데도 그 점에 대한 법적 비판은 없고, 보수ㆍ진보의 양대 진영은 오로지 진영논리로만 싸우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법관의 양심에 따라 법치주의를 정착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