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상암동 사옥. 사진=뉴시스
MBC 노동조합(제3노조)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공감터)가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MBC 뉴스 프로그램들의 보도에 편파성 의혹을 제기했다. 공영방송으로서 김태우, 신재민 등 내부고발자들의 목소리와 대규모로 진행된 3.1절 태극기집회,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 등은 외면하고 기타 부수적인 기삿거리만 내보냈다는 지적이었다.
공감터는 6일 발표한 <김태우, 신재민은 어디에 있나?>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은 2월 10일 국회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작년 7월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내용을 파악하라 지시했고, 한 특감반원이 이를 알아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며 "많은 언론사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메인 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와 JTBC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공감터는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취객에게 폭행당한 여성 택시기사'와 '온라인 게임의 성희롱'을 보도하면서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감터는 또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근황을 MBC TV에서 보도한 것은 1월 9일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 MBC TV에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기사는 여야 정쟁으로만 다루어졌다"며 "신 전 사무관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조차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은 모르는 게 참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공감터는 "뉴스데스크는 백화점식 비리로 변해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전 정권 때의 각종 블랙리스트 의혹들을 대서특필해온 태도와 사뭇 달랐다"며 "올해 들어 유일한 보도가 '체크리스트였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 때였다. 2월 20일 뉴스데스크에서 임명현 기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경위와 청와대의 해명을 거의 절반씩 비중을 두어 여야 정쟁으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하 해당 성명서 전문(全文)이다.
<김태우, 신재민은 어디에 있나?>
1. ‘김태우 회견’ 대신 ‘온라인 성희롱’을 보도한 뉴스데스크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폭로한 청와대 불법사찰 및 비리은폐 의혹 관련 기사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것은 지난 1월 18일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 측근 녹취록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그 뒤 뉴스데스크는 김태우 전 수사관 문제를 대부분 여야 정쟁의 소재로만 다루었다. 2월 7일 ⌜국회정상화 협상 평행선⌟, 2월 18일 ⌜국회 정상화 불발⌟, 2월 2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놓고 충돌⌟, 3월 4일 ⌜7일부터 임시국회⌟가 김태우라는 말이 들어간 뉴스데스크 리포트의 전부였다.
그동안 아무 기사가 없던 것이 아니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2월 10일 국회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작년 7월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내용을 파악하라 지시했고 한 특감반원이 이를 알아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 청와대 인사들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왜 드루킹 특검 수사를 궁금해 했는지, 특감반장에게 지시한 윗선은 누구인지, 특감반원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준 드루킹 특검 인사는 누구인지도 밝혀야할 사안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메인 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와 JTBC뿐이었다.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취객에게 폭행당한 여성 택시기사’와 ‘온라인 게임의 성희롱’을 보도하면서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2. 정신병동에 들어간 신재민
청와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고 필요 없는 국채 발행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두 달 넘게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입원한 분당 서울대병원 81병동은 외부인 접촉이 엄격히 차단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모욕했던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외부인 접촉은 안 되는데 정권에 유리한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옆나라 중국의 인권 탄압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고 이를 폭로한 인권운동가에게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런 중국을 자꾸 닮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근황을 MBC TV에서 보도한 것은 1월 9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날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고발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고발은 아직 취하되지 않았다. 그 뒤 MBC TV에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기사는 여야 정쟁으로만 다루어졌다. 신 전 사무관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조차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은 모르는 게 참 많아졌다.
3.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MBC는 ‘멀뚱멀뚱’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인사들을 향해 가고 있다. 환경부에서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와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환경부 압수수색과 김은경 전 장관 출국금지, 전현직 직원들 소환조사 순으로 더디지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다가, “수사를 지켜보자”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리고 2월 19일 SBS 8시뉴스에서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제출 현황 등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특종 보도하자, 그날 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문제의 문서는 정상적인 업무를 위한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했다. 현 정권이 만들면 체크리스트이고 전 정권이 만들면 블랙리스트라는 식의 김의겸 대변인 해명에 많은 언론사들이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조차 “김 대변인의 설명이 성립하려면 임기가 보장된 임원들에게 부당하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표적감사를 부인하던 일부 환경부 직원들이 검찰이 해당 문건을 제시하자 “사표를 받기 위해 감사를 벌였다”고 진술을 바꿨다는 타 언론사 기사를 소개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 뒤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환경부가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업무계획 자료를 몰래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2월 20일 SBS 단독보도와, 특정 지원자에게 면접 때 나올 수 있는 '질문 문항표'를 보냈다는 2월 27일 TV조선 보도가 나오면서 채용비리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 조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는 백화점식 비리로 변해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전 정권 때의 각종 블랙리스트 의혹들을 대서특필해온 태도와 사뭇 달랐다. 올해 들어 유일한 보도가 ‘체크리스트였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 때였다. 2월 20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임명현 기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경위와 청와대의 해명을 거의 절반씩 비중을 두어 여야 정쟁으로 보도했다. 임명현 기자는 ‘해당 문건이 청와대 담장을 넘어와 인사수석실 등으로 전달되거나 보고된 사실은 분명히 없다.’ ‘환경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와 감사 자체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다’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임기를 연장한 경우도 많다’는 청와대 주장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조차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법정 임기와 선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면 이른바 ‘정상적인 업무절차’에 포함될 수 없다고 지적했는데, 그 정도의 설명도 없었다. 어쩌다 MBC가 언론노조 기관지 후신인 미디어오늘만큼의 비판 의식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4. 공정위 내부고발을 외면하는 MBC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이 위원장과 전현직 간부 10여명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유선주 국장(심판관리관)은 김상조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들이 유한킴벌리의 정부입찰 담합을 적발하고도 고의로 공소시효 이후에 사건을 처리해 처벌을 피하도록 했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유 국장은 현재 직무정지 상태이다. 유한킴벌리 문제를 제기하던 중 공정위 직원 40명이 유 국장이 갑질을 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유 국장은 이를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유 국장은 작년에도 공정위가 성신양회에 과징금 218억 원을 잘못 감면해준 사실을 지적해 재판을 통해 바로잡았는데, 포상은커녕 징계를 받은 적도 있었다.
판사 출신인 유선주 국장은 2014년 공정위 심판관리관에 임용된 뒤 공정위와 기업 · 법무법인의 고질적인 연결고리를 끊으려 노력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국장은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위원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김 위원장이 타락한 세력들과 손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권력자에게는 본인도 개돼지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자조 섞인 말도 했다. 비록 경실련이 유 국장을 공익신고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국통합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자는 성명을 냈지만, 유 국장은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러 언론사들이 유 국장을 왕따 내지 조직 부적응자로 내몰고 그 기사에 온갖 악플들이 달린다.
그러면 MBC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MBC 기사를 검색해보면 뉴스데스크는 물론 TV뉴스에서 유선주 국장이나 김상조 위원장 고발 사건을 다룬 경우는 작년 10월 15일 낮 12시뉴스에서 공정위 국정감사 소식을 전할 때 한 번 뿐이었다. MBC에서 공정위 유선주 국장은 거의 없는 사람과도 같다. 만약 이 사건이 우파 정권 때 벌어진 일이었으면 어땠을까?
5. 정치인 발언을 대하는 MBC의 차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2월 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순례 의원은 축사를 통해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종명 의원은 환영사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며 “첨단과학장비를 동원해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단체와 여당 등에서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3당은 ‘5·18 왜곡 처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5·18을 부인 비방 왜곡 날조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가 했다는 말이다. 볼테르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난다면 5·18 북한군 개입설을 믿을 것 같지는 않으나, 그렇게 말할 자유를 지키겠다며 나섰다가 징역 7년형에 처해질 위험이 크겠다.
5·18 공청회 발언에 대해 MBC는 ‘모든 정치 이슈를 집어삼켰다’며 연일 중요 기사로 보도했다. 2월 8일부터 18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리포트를 26개나 방송했다. 거의 기사를 쏟아붓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2월 23일 광주시민 2천명의 상경시위를 보도하고, 25일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에서도 관련 부분을 언급했다. 정치인 발언의 적절성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건 옳은 일이다.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그렇다. 다른 당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MBC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자.
설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해 큰 물의를 빚었다. 설 의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사실 연세 많은 분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정확히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파문을 오히려 더 키웠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아 보수적이 되었다’는 발언도 새삼 문제가 되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신 나서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홍익표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와 관련해 2월 22일 설훈 의원 발언 파문 리포트 1개, 25일 홍영표 원내대표의 사과와 홍익표 의원 반발을 묶어 리포트 1개를 보도하는데 그쳤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월 22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태극기부대 상당수는 일장기를 흔들던 사람들의 후예”라고 말했다. 이는 정동영 대표의 부친이 일제시대 어떤 일에 종사했었는지 등과 맞물려 큰 파문과 비난을 불렀다. 그러나 MBC는 정동영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방송은커녕 기사 자체를 작성하지 않았다.
2월 1일 국회 잔디밭에서 60대 남성이 여야 정치권을 비난하는 글을 남기고 분신을 시도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의 비서 이 모 씨는 SNS에 화염에 휩싸인 차량 사진을 올리고 “통구이 됐어 ㅋㅋ”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붙였다. 이 글이 뒤늦게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일자 이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극우세력이라고 생각해서 비꼬듯 글을 올렸지만 성급하고 잘못된 생각이었던 같다”고 해명했다. 극우세력이면 사람을 통구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현 집권당 인사들의 의식 수준마저 의심케 했다. 이 씨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했고 인터넷에서는 야만성을 규탄하는 글들이 쇄도했는데, MBC는 아무 반응이 없다 이틀 뒤 이 모 씨의 사직처리 기사를 인터넷에 띄웠다. 그게 끝이었다.
6. 1987년 MBC는 용팔이 사건을 보도했다
지난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민노총과 친여 성향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시위대는 행사장 입구를 점거해 당원들의 출입을 막고 ‘한국당 해체’를 요구했다. 경찰이 보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와 한국당 당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결국 경찰이 투입돼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고, 그 사이 전당대회 행사가 지연됐다. 한국당은 ‘민노총의 전당대회장 난입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과거 용팔이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고 규탄했다. 용팔이 사건이란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을 말한다. 정당법 49조는 당대표 경선 방해죄를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했지만, 30년 뒤 야당 전당대회가 물리력으로 방해받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외부 세력이 야당 전당대회 진행을 막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날 MBC 뉴스는 이와 관련한 기사 한 줄 화면 한 컷 방송하지 않았다. 1987년 용팔이 사건 때 MBC는 서슬 퍼런 군부정권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폭력 사건의 개요와 각목을 휘두르는 현장 화면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사건이 진행된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뉴스데스크에서 단신이든 리포트든 하루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보도를 거른 적이 없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는데, 2019년 우리는 너무나 달라진 MBC 뉴스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재은 앵커가 “망언과 막말 논란으로 관심을 끌었던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준범 기자는 “한국당의 당심이 민심과 떨어져 있고 우경화돼 있다는 우려가 여론조사로 확인된 셈“이라고 답했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진용을 새로 갖추고 정책 방향을 가다듬으며 한껏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잔치라고 하는데, 한국당 지지자들이 MBC 보도를 봤다면 잔치상에 침을 뱉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7. 도심을 메운 삼일절 태극기 집회
3월 1일 전국에서 삼일절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우파 단체들도 서울역과 광화문광장,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민생수탈과 자유억압 언론장악이 일제 만행과도 같다’며, ‘민족의 자유와 해방을 외쳤던 삼일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우파 집회에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을지로 종로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입구까지 행진했는데, 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숭례문 앞 8차선 도로를 다 메우고도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일부의 100만 명 참가 주장은 다소 과장됐다고 해도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모여 정치적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었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집단 의사를 밝혔으면 언론은 의당 기사가치를 존중해 보도했어야 옳다. 그러나 MBC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3월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전국에서 열린 행사들을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부 기념식과 보신각, 아우내 장터, 금남로, 위안부 할머니, 독도 등 각종 행사들을 리포트 4개로 보도했고,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도 리포트 2개로 나누어 전했다. 그게 끝인가 했더니 뉴스 후반에 이화여고 학생들의 만세 행사와 만세 영상구성까지 제작해 붙였다. 그런데 그 많은 리포트들 가운데 우파단체 행사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줄이 없었다. 현 MBC 보도국 간부들은 2년 전 촛불집회 보도량이 적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인데 태극기집회 보도를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게 100년 전 목숨을 걸고 독립 만세운동을 벌였던 선열들이 꿈꾸었던 나라이고 꿈꾸었던 언론일까?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공감터는 6일 발표한 <김태우, 신재민은 어디에 있나?>라는 제하의 성명서에서 "김태우 전 수사관은 2월 10일 국회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작년 7월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내용을 파악하라 지시했고, 한 특감반원이 이를 알아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며 "많은 언론사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메인 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와 JTBC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공감터는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취객에게 폭행당한 여성 택시기사'와 '온라인 게임의 성희롱'을 보도하면서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감터는 또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근황을 MBC TV에서 보도한 것은 1월 9일이 마지막이었다. 그 뒤 MBC TV에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기사는 여야 정쟁으로만 다루어졌다"며 "신 전 사무관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조차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은 모르는 게 참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공감터는 "뉴스데스크는 백화점식 비리로 변해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전 정권 때의 각종 블랙리스트 의혹들을 대서특필해온 태도와 사뭇 달랐다"며 "올해 들어 유일한 보도가 '체크리스트였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 때였다. 2월 20일 뉴스데스크에서 임명현 기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경위와 청와대의 해명을 거의 절반씩 비중을 두어 여야 정쟁으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하 해당 성명서 전문(全文)이다.
<김태우, 신재민은 어디에 있나?>
1. ‘김태우 회견’ 대신 ‘온라인 성희롱’을 보도한 뉴스데스크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폭로한 청와대 불법사찰 및 비리은폐 의혹 관련 기사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것은 지난 1월 18일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 측근 녹취록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그 뒤 뉴스데스크는 김태우 전 수사관 문제를 대부분 여야 정쟁의 소재로만 다루었다. 2월 7일 ⌜국회정상화 협상 평행선⌟, 2월 18일 ⌜국회 정상화 불발⌟, 2월 20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놓고 충돌⌟, 3월 4일 ⌜7일부터 임시국회⌟가 김태우라는 말이 들어간 뉴스데스크 리포트의 전부였다.
그동안 아무 기사가 없던 것이 아니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은 2월 10일 국회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이 작년 7월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내용을 파악하라 지시했고 한 특감반원이 이를 알아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김태우 전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 청와대 인사들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왜 드루킹 특검 수사를 궁금해 했는지, 특감반장에게 지시한 윗선은 누구인지, 특감반원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준 드루킹 특검 인사는 누구인지도 밝혀야할 사안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메인 뉴스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MBC와 JTBC뿐이었다.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취객에게 폭행당한 여성 택시기사’와 ‘온라인 게임의 성희롱’을 보도하면서도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2. 정신병동에 들어간 신재민
청와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하고 필요 없는 국채 발행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두 달 넘게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다. 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재민 전 사무관이 입원한 분당 서울대병원 81병동은 외부인 접촉이 엄격히 차단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모욕했던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외부인 접촉은 안 되는데 정권에 유리한 일은 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옆나라 중국의 인권 탄압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고 이를 폭로한 인권운동가에게 ‘국가권력 전복 선동’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런 중국을 자꾸 닮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근황을 MBC TV에서 보도한 것은 1월 9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날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고발 취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고발은 아직 취하되지 않았다. 그 뒤 MBC TV에서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기사는 여야 정쟁으로만 다루어졌다. 신 전 사무관이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조차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를 통해 세상을 보는 사람은 모르는 게 참 많아졌다.
3.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MBC는 ‘멀뚱멀뚱’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인사들을 향해 가고 있다. 환경부에서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와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환경부 압수수색과 김은경 전 장관 출국금지, 전현직 직원들 소환조사 순으로 더디지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다가, “수사를 지켜보자”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리고 2월 19일 SBS 8시뉴스에서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제출 현황 등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특종 보도하자, 그날 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출입기자들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문제의 문서는 정상적인 업무를 위한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했다. 현 정권이 만들면 체크리스트이고 전 정권이 만들면 블랙리스트라는 식의 김의겸 대변인 해명에 많은 언론사들이 비판을 가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조차 “김 대변인의 설명이 성립하려면 임기가 보장된 임원들에게 부당하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표적감사를 부인하던 일부 환경부 직원들이 검찰이 해당 문건을 제시하자 “사표를 받기 위해 감사를 벌였다”고 진술을 바꿨다는 타 언론사 기사를 소개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 뒤로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환경부가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업무계획 자료를 몰래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2월 20일 SBS 단독보도와, 특정 지원자에게 면접 때 나올 수 있는 '질문 문항표'를 보냈다는 2월 27일 TV조선 보도가 나오면서 채용비리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 조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는 백화점식 비리로 변해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전 정권 때의 각종 블랙리스트 의혹들을 대서특필해온 태도와 사뭇 달랐다. 올해 들어 유일한 보도가 ‘체크리스트였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 때였다. 2월 20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임명현 기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경위와 청와대의 해명을 거의 절반씩 비중을 두어 여야 정쟁으로 보도했다. 임명현 기자는 ‘해당 문건이 청와대 담장을 넘어와 인사수석실 등으로 전달되거나 보고된 사실은 분명히 없다.’ ‘환경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와 감사 자체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다’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임기를 연장한 경우도 많다’는 청와대 주장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조차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법정 임기와 선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면 이른바 ‘정상적인 업무절차’에 포함될 수 없다고 지적했는데, 그 정도의 설명도 없었다. 어쩌다 MBC가 언론노조 기관지 후신인 미디어오늘만큼의 비판 의식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4. 공정위 내부고발을 외면하는 MBC
공정거래위원회 국장이 위원장과 전현직 간부 10여명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유선주 국장(심판관리관)은 김상조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들이 유한킴벌리의 정부입찰 담합을 적발하고도 고의로 공소시효 이후에 사건을 처리해 처벌을 피하도록 했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유 국장은 현재 직무정지 상태이다. 유한킴벌리 문제를 제기하던 중 공정위 직원 40명이 유 국장이 갑질을 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유 국장은 이를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유 국장은 작년에도 공정위가 성신양회에 과징금 218억 원을 잘못 감면해준 사실을 지적해 재판을 통해 바로잡았는데, 포상은커녕 징계를 받은 적도 있었다.
판사 출신인 유선주 국장은 2014년 공정위 심판관리관에 임용된 뒤 공정위와 기업 · 법무법인의 고질적인 연결고리를 끊으려 노력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유 국장은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위원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김 위원장이 타락한 세력들과 손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권력자에게는 본인도 개돼지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자조 섞인 말도 했다. 비록 경실련이 유 국장을 공익신고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전국통합공무원노조가 공직사회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자는 성명을 냈지만, 유 국장은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러 언론사들이 유 국장을 왕따 내지 조직 부적응자로 내몰고 그 기사에 온갖 악플들이 달린다.
그러면 MBC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MBC 기사를 검색해보면 뉴스데스크는 물론 TV뉴스에서 유선주 국장이나 김상조 위원장 고발 사건을 다룬 경우는 작년 10월 15일 낮 12시뉴스에서 공정위 국정감사 소식을 전할 때 한 번 뿐이었다. MBC에서 공정위 유선주 국장은 거의 없는 사람과도 같다. 만약 이 사건이 우파 정권 때 벌어진 일이었으면 어땠을까?
5. 정치인 발언을 대하는 MBC의 차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가 2월 8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순례 의원은 축사를 통해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종명 의원은 환영사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며 “첨단과학장비를 동원해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단체와 여당 등에서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3당은 ‘5·18 왜곡 처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5·18을 부인 비방 왜곡 날조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신의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가 했다는 말이다. 볼테르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난다면 5·18 북한군 개입설을 믿을 것 같지는 않으나, 그렇게 말할 자유를 지키겠다며 나섰다가 징역 7년형에 처해질 위험이 크겠다.
5·18 공청회 발언에 대해 MBC는 ‘모든 정치 이슈를 집어삼켰다’며 연일 중요 기사로 보도했다. 2월 8일부터 18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리포트를 26개나 방송했다. 거의 기사를 쏟아붓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2월 23일 광주시민 2천명의 상경시위를 보도하고, 25일 한국당 전당대회 소식에서도 관련 부분을 언급했다. 정치인 발언의 적절성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건 옳은 일이다.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그렇다. 다른 당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MBC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자.
설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해 큰 물의를 빚었다. 설 의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사실 연세 많은 분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정확히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파문을 오히려 더 키웠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아 보수적이 되었다’는 발언도 새삼 문제가 되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신 나서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홍익표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와 관련해 2월 22일 설훈 의원 발언 파문 리포트 1개, 25일 홍영표 원내대표의 사과와 홍익표 의원 반발을 묶어 리포트 1개를 보도하는데 그쳤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월 22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태극기부대 상당수는 일장기를 흔들던 사람들의 후예”라고 말했다. 이는 정동영 대표의 부친이 일제시대 어떤 일에 종사했었는지 등과 맞물려 큰 파문과 비난을 불렀다. 그러나 MBC는 정동영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방송은커녕 기사 자체를 작성하지 않았다.
2월 1일 국회 잔디밭에서 60대 남성이 여야 정치권을 비난하는 글을 남기고 분신을 시도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의 비서 이 모 씨는 SNS에 화염에 휩싸인 차량 사진을 올리고 “통구이 됐어 ㅋㅋ”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붙였다. 이 글이 뒤늦게 알려지고 비난 여론이 일자 이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극우세력이라고 생각해서 비꼬듯 글을 올렸지만 성급하고 잘못된 생각이었던 같다”고 해명했다. 극우세력이면 사람을 통구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현 집권당 인사들의 의식 수준마저 의심케 했다. 이 씨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했고 인터넷에서는 야만성을 규탄하는 글들이 쇄도했는데, MBC는 아무 반응이 없다 이틀 뒤 이 모 씨의 사직처리 기사를 인터넷에 띄웠다. 그게 끝이었다.
6. 1987년 MBC는 용팔이 사건을 보도했다
지난 2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민노총과 친여 성향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시위대는 행사장 입구를 점거해 당원들의 출입을 막고 ‘한국당 해체’를 요구했다. 경찰이 보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와 한국당 당원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결국 경찰이 투입돼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고, 그 사이 전당대회 행사가 지연됐다. 한국당은 ‘민노총의 전당대회장 난입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과거 용팔이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고 규탄했다. 용팔이 사건이란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을 말한다. 정당법 49조는 당대표 경선 방해죄를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했지만, 30년 뒤 야당 전당대회가 물리력으로 방해받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외부 세력이 야당 전당대회 진행을 막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그날 MBC 뉴스는 이와 관련한 기사 한 줄 화면 한 컷 방송하지 않았다. 1987년 용팔이 사건 때 MBC는 서슬 퍼런 군부정권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폭력 사건의 개요와 각목을 휘두르는 현장 화면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사건이 진행된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뉴스데스크에서 단신이든 리포트든 하루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보도를 거른 적이 없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는데, 2019년 우리는 너무나 달라진 MBC 뉴스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날 MBC 뉴스데스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재은 앵커가 “망언과 막말 논란으로 관심을 끌었던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준범 기자는 “한국당의 당심이 민심과 떨어져 있고 우경화돼 있다는 우려가 여론조사로 확인된 셈“이라고 답했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진용을 새로 갖추고 정책 방향을 가다듬으며 한껏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잔치라고 하는데, 한국당 지지자들이 MBC 보도를 봤다면 잔치상에 침을 뱉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7. 도심을 메운 삼일절 태극기 집회
3월 1일 전국에서 삼일절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우파 단체들도 서울역과 광화문광장,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민생수탈과 자유억압 언론장악이 일제 만행과도 같다’며, ‘민족의 자유와 해방을 외쳤던 삼일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우파 집회에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을지로 종로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입구까지 행진했는데, 당시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숭례문 앞 8차선 도로를 다 메우고도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일부의 100만 명 참가 주장은 다소 과장됐다고 해도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모여 정치적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었다. 주권자인 국민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집단 의사를 밝혔으면 언론은 의당 기사가치를 존중해 보도했어야 옳다. 그러나 MBC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3월 1일 MBC 뉴스데스크는 전국에서 열린 행사들을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부 기념식과 보신각, 아우내 장터, 금남로, 위안부 할머니, 독도 등 각종 행사들을 리포트 4개로 보도했고,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도 리포트 2개로 나누어 전했다. 그게 끝인가 했더니 뉴스 후반에 이화여고 학생들의 만세 행사와 만세 영상구성까지 제작해 붙였다. 그런데 그 많은 리포트들 가운데 우파단체 행사에 대한 설명은 단 한 줄이 없었다. 현 MBC 보도국 간부들은 2년 전 촛불집회 보도량이 적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인데 태극기집회 보도를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게 100년 전 목숨을 걸고 독립 만세운동을 벌였던 선열들이 꿈꾸었던 나라이고 꿈꾸었던 언론일까?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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