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킨십 부족’이란 평가 받는 황교안, 극복 가능할까? : 월간조선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 관계자와 점심을 함께 했다.

한담(閑談)으로 시작한 자리였지만 전당대회 직후라 당내 상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진보좌파세력은 ‘황교안 체제가 내년 총선 전에 무너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 전에 (황 대표 체제가) 무너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황교안 대표의 '스킨십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그가 들려준 일화의 요지다.

<전당대회 기간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 ‘황교안 지지자’들이 주최한 식사 자리가 있었다. 황교안 당시 후보는 그 자리에 와 식사도 안하고 인사말만 한 채 자리를 떴다. 황 후보와 악수라도 한 번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그런 (황 후보의) 모습에 당황했다. 황 후보가 자리를 뜬 뒤 일부 참석자들이 ‘저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실을 안 당의 중진(重鎭)들도 ‘경솔했다’ ‘부적절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황 후보가 갔던 곳이 대구·경북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황교안 대표는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했고, 또 보수세력에 힘입어 대표에 당선됐다. 대구·경북은 보수세력은 물론 한국당의 아성(牙城)인데 그곳에서 일종의 ‘실수’를 범했으니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일컬어지는 A씨(전직 언론인)는 “(황 대표가) 정치 초년생이란 점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정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알겠나. 거기서 비롯된 오해다. 무엇보다도 황교안 대표가 검찰 고위직에 총리까지 지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어렵게 대하는 측면이 있다. 당 안팎에서 ‘황 대표에게 직언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고 지적하자 A씨는 강하게 부정하며 “나 스스로라도 앞장 서 (황 대표에게) 직언을 해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입당 43일만에 당 대표가 됐고, 대표에 당선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스킨십 논란이 제기되는 건 너무 이르다”고 아쉬워했다.

황교안 대표의 정치 입문 과정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와 비슷하다. 이회창 전 총리도 1996년 4월 총선 직전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에 전격 입당해 이후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전 총리도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등 정부 고위직을 지냈다.

이 전 총리가 세 차례의 대권 도전에도 불구하고, 고배(苦杯)를 마신 가장 큰 이유는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 면모가 강했기 때문이다. 서민적이고 소탈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이 전 총리는 읽지 못한 것이다.

그런 약점을 보완해주는 게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은 정치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회창과 오버랩 되는’ 황 대표는 '스킨십 부족'이란 일각의 평가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