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전교조가 '서울지부 학교 내 친일잔재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교조가 "학교 내 친일(親日)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며 친일 인사가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校歌)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중에는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와 교가도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친일 잔재' 전국 113개 학교를 지목하고 이들 학교에서 친일 인사가 교가를 만들었으며 친일 인사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에 이날 발표된 친일잔재 청산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전교조가 주장한 '친일 잔재' 학교는 초등학교 18곳, 중·고교 95곳이다. 영훈초, 충암초, 덕수초, 서울사대부초, 재동초를 비롯해 건대부고, 경기상고, 단대부고, 무학여고, 배명중·고, 배화여중·고, 서문여중·고, 보성중·고, 서울고, 정신여중·고, 영동고, 숭문중·고, 숙명여고, 창덕여고, 진선여중·고, 휘문중·고 등 역사가 오래된 명문 학교 상당수가 포함됐다.
전교조는 "'친일파' 기준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사용했다"고 했다. 친일인명사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 언론인 장지연, 음악가 안익태·홍난파, 문인 김동인·서정주 등 4389명을 '친일파'로 분류했다.
최남선은 경신중고와 중앙중고, 휘문중고 교가 작사에 참여했다. '봄이 오면'과 '섬 집 아기' 등을 남긴 유명 작곡가 이흥렬과 '한국 가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성태, 김동진, 현제명 등은 초·중·고교 수십 곳의 교가를 작곡했고 서정주도 배명중고의 교가를 작사했다.
전교조는 "학내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친일잔재 청산과 함께 이에 앞서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방 전후로 개교한 학교들이 대부분 당대의 유명 문인과 음악가들에 의뢰해 교가를 만든 만큼 이를 친일 잔재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일 잔재 학교'로 지목받은 한 고교 교장은 "노랫말에 친일적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 단체가 친일파라 주장하는 음악가가 썼다는 이유로 교가를 바꾸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