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새 격전지, ‘인터넷銀’은 승자 없는 고래싸움? : 월간조선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온라인 네트워크로만 영업하는 은행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키움증권,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준비를 끝냈다. 앞서 신한금융도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플리카와 협업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지분을 각각 10.0%, 13.79%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발을 담갔다는 의미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재무적투자자(FI)에 머무는 것에 반해 신한과 하나는 향후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은 신한과 하나의 2파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나선 세 회사의 지분 합이 과반수를 넘길 것으로 단순 지분투자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신한금융도 20% 이상, 많게는 25% 안팎으로 지분 확대를 검토 중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이지만, 2대주주로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미다.

이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먹거리 한계에 다다른 시중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기존 은행이 가진 기능적인 요소를 비(非)대면 채널에 녹여내면 그만큼 편리해진다. IT기업과의 교류로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요소다. 이는 보수적인 시중은행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한다. 그밖에도 해외진출이 좀 더 용이하다는 점과 사업 진출의 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 또한 한 요인으로 꼽힌다.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의 사업 모델은 가계 신용대출에 쏠려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한두 개 더 나와도 지금처럼 이자수익에만 집중해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던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모두 부진한 상태”라면서 “이미 인터넷은행화 돼 있는 시중은행들이 여기서 더 새롭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려면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NH농협금융지주는 인터넷은행 진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웬만해서는 타사와 포트폴리오가 겹치는데다, 마땅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을 ‘보험’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참여 의사를 접는 건 아니지만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