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23일,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사진=조선DB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이 핵심증인들의 불출석으로 또 한 번 공전(空轉)됨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 일정 차질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항소심 공판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비서관, 이학수 전 삼성전자 전무,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 핵심증인 4명이 폐문부재(閉門不在)로 불출석함에 따라 신문 기일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MB 측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이사건 공소사실의 대부분은 피고인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포함하면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을 정도로 매우 오래된 사건이라 객관적 물증은 없었고 참고인들의 검찰 진술만으로 1심의 유죄판결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검찰 진술들은 객관적 사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거나, 전후 일관성을 결여하였거나, 다른 진술자의 진술에 비추어 서로 모순되는가 하면, 경험칙에도 반하는 등 허점과 의문으로 점철되어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검찰에서 진술한 핵심증인들을 반드시 이 법정에서 신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검찰도 이사건 핵심증인들에 대한 증거신청을 한 상태이므로 검찰이 핵심증인들과 연락이 가능하다면 현재 출석을 회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증인들의 소환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계속 공전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갑작스레 재판부가 변경되고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보석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구속만기일까지 항소심 재판을 끝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재판부가 결심공판이 끝난 후 재판 내용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쓰는 데에는 최소 한 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일인 4월 8일 이전까지 선고를 내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3월 초까지 결심공판이 끝나야 한다.
당초 2월 25일까지 예정되어 있던 증인신문도 이 같은 일정에 맞춘 것이다. 그런데 이날까지 소환된 11명의 증인 중 단 세 명만 출석했을 뿐, 8명의 증인이 송달불능이나 출석거부 또는 출석연기 등의 이유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불출석 증인들의 신문기일을 2월 28일 이후로 추가로 잡게 되면 3월 초까지 결심공판을 끝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을 보석 석방한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판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당초 다음 재판은 2월 20일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는 2월 27일 공판준비기일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가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심리(審理)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서도 살펴보지 않겠느냐"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판준비기일이 다시 잡혔기 때문에 결국 불구속 재판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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